지난 17일 첫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어쩌다 사장> 시즌2가 6.5%의 높은 시청률로 순조로운 시작을 알렸다. <어쩌다 사장>은 도시에서만 살아온 두 배우 차태현과 조인성이 낯선 시골마을에서 슈퍼를 운영하면서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보여주는 힐링 예능이다. <어쩌다 사장>은 작년 시즌1의 잔잔했던 인기에 힘입어 올해 전남 나주의 마트로 판을 키워 시즌2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어쩌다 사장>의 주역 중 한 명인 차태현은 유명한 배우이면서 <1박 2일>을 비롯해 <용띠클럽>,<거기가 어딘데?>,<서울촌놈>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린 예능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차태현은 <어쩌다 사장> 시즌1에서도 특유의 친화력을 앞세워 촬영장소였던 화천군 원천리 주민들과 금방 가까워졌다. 하지만 <어쩌다 사장>의 진짜 성공비결은 조인성이 보여준 반전매력에 있었다.

평소 예능프로그램에 거의 출연하지 않아 대중들에게는 그저 '잘생긴 배우'로만 알려져 있던 조인성은 <어쩌다 사장>에서 의외로 친근한 매력을 뽐내며 <어쩌다 사장>의 '가맥파트 사장'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에서 온 몸에 문신을 한 채로 때론 살인까지 서슴지 않았던 조직폭력배 행동대장 병두를 연기했던 조인성에게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비열한 거리>는 <말죽거리 잔혹사>로 시작해 <강남 1970>으로 끝난 유하 감독 '거리 3부작'의 두 번째 영화였다.

<비열한 거리>는 <말죽거리 잔혹사>로 시작해 <강남 1970>으로 끝난 유하 감독 '거리 3부작'의 두 번째 영화였다. ⓒ CJ 엔터테인먼트

 
비주얼과 연기 겸비한 안티 없는 배우

90년대 후반 모델로 활동하다가 <학교3>에 캐스팅되면서 연기를 시작한 조인성은 MBC의 인기 시트콤 <뉴논스톱>에서 박경림의 남자친구 역으로 주목을 받았다. <뉴논스톱> 이후 <드라마 <피아노>에 출연하며 차세대 스타로 입지를 굳힌 조인성은 2002년 훗날 '칸의 여왕'이 되는 전도연과 함께 <별을 쏘다>에 출연해 난독증 환자에서 배우로 성장하는 구성태 역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조인성은 기세를 몰아 2003년 연이어 세 편의 영화를 선보였지만 이는 조인성에게 첫 번째 슬럼프를 가져 오고 말았다. 각각 신민아, 김사랑과 연기호흡을 맞췄던 <마들렌>과 <남남북녀>는 혹평 속에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조인성은 2004년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그 유명한 '주먹 오열 장면'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5년 고현정의 복귀작 <봄날>에 출연한 조인성은 2006년 <말죽거리 잔혹사>를 만들었던 유하 감독의 신작 <비열한 거리>를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비열한 거리>는 철 지난 조폭영화라는 비판 속에서도 조인성의 열연 속에 전국 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특히 김병두를 연기한 조인성은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3년 전 받았던 연기력 논란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데 성공했다.

2008년 다시 유하 감독의 신작 <쌍화점>에 출연한 조인성은 2013년과 2014년 노희경 작가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괜찮아, 사랑이야>에 연속으로 출연했다. 2016년 다시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고현정의 전 남자친구로 특별 출연한 조인성은 2017년 9년 만에 선택한 영화 <더 킹>에서 싸움꾼 출신 검사 박태수 역을 맡아 530만 관객을 동원하며 자신의 흥행기록을 갈아 치웠다.

2018년 <안시성>에서 양만춘 장군을 연기하며 540만 관객을 모은 조인성은 작년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를 통해 코로나 시국에도 360만 관객을 동원하는 티켓파워를 과시했다. 작년 가을 김혜수, 염정아, 박정민과 함께 류승완 감독의 또 다른 신작 <밀수> 촬영을 마친 조인성은 올해 5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에서 비행능력을 지닌 초능력자 김두식을 연기할 예정이다.

가수 강진의 인생을 바꾼 조인성의 노래
 
 형님을 배신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병두(오른쪽)는 결국 믿었던 동생에게 배신을 당한다.

형님을 배신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병두(오른쪽)는 결국 믿었던 동생에게 배신을 당한다. ⓒ CJ엔터테인먼트

 
2006년에 개봉한 <비열한 거리>는 <조폭 마누라>를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에 쏟아져 나온 조폭 코미디 영화와 2012년에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사이에 개봉한 또 다른 색깔의 영화다. 조폭 코미디와 <범죄와의 전쟁>이 방식은 달랐어도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요소가 강한 영화들이었다면 <비열한 거리>는 웃음기를 쏙 빼고 조직폭력배들의 세계를 한치의 미화도 없이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비열한 거리>는 병두(조인성 분)의 시점에서 영화가 진행되지만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인 영화다. 남궁민이 연기한 영화감독 민호는 병두를 찾아가 '현직조폭'인 병두에게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빼낸다. 병두는 친구인 민호를 믿고 자신의 경험들을 솔직하게 털어 놓지만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영화에 그대로 묘사되는 것을 보고 민호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천호진이 연기한 황회장은 병두에게 자신을 괴롭히는 검사(권태원 분)를 처리해주면 뒤를 봐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가족의 생계를 걱정한 병두는 박검사를 처리하고 황회장 밑에서 지저분한 일을 처리하지만 결국 병두 역시 종수(진구 분)에게 배신을 당한다. 민호와 종수를 한 자리에 불러 모은 황회장은 의기양양하게 노래를 부르지만 <비열한 거리>에서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배신을 당해 목숨을 잃었다.

조인성은 <비열한 거리>에서 세 차례에 걸쳐 노래 두 곡(<땡벌>과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을 부른다. 그 중에서도 병두의 애창곡으로 나오는 <땡벌>은 두 번에 걸쳐 부르는데 영화 개봉 후 2000년에 발표된 <땡벌>이 뒤늦게 '역주행'을 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원곡가수인 강진도 방송을 통해 조인성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을 정도. 조인성 역시 작년 <어쩌다 사장>을 통해 원천리 주민들 앞에서 <땡벌>을 열창하기도 했다.

1년 만에 충신에서 '배신자'로 돌변한 진구
 
 <비열한 거리>에서 큰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이보영은 2009년 <나는 행복합니다>를 끝으로 영화 출연을 하지 않고 있다.

<비열한 거리>에서 큰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이보영은 2009년 <나는 행복합니다>를 끝으로 영화 출연을 하지 않고 있다. ⓒ CJ엔터테인먼트

 
이보영은 2013년 SBS 연기대상 대상과 2014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최우수 연기상에 빛나는 당대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이다. 드라마와 영화 등 그녀가 출연한 히트작은 일일이 손에 꼽기 힘들 만큼 많다. 그런 이보영이 아직 배우로서 '정점'에 오르기 전에 출연했던 영화가 바로 병두의 첫사랑 현주를 연기했던 <비열한 거리>였다.

대형서점에서 일하는 병두의 초등학교 동창 현주는 건달인 병두를 부담스러워하지만 병두의 사랑과 정성에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하지만 병두가 반지까지 준비하며 고백을 하러 온 날, 갑자기 나타난 형사에게 쫓기는 병두를 그저 바라만 본다. 현주는 병두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병두가 동생에게 배신 당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병두의 여동생에게 병두의 소식을 묻는다.

진구는 2005년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에서 선우(이병헌 분)와의 의리를 지키다가 강사장(김영철 분)에게 응징 당하는 민기를 연기한 바 있다. 진구는 1년 후 <비열한 거리>에서도 조직의 행동대장 병두의 오른팔 격인 종수 역을 맡았다. 하지만 회장에게 당하는 순간까지 형님을 믿고 따랐던 <달콤한 인생>의 민기와 달리 <비열한 거리>의 종수는 황회장이라는 새로운 스폰서의 신임을 얻기 위해 '비열하게' 병두를 배신한다.

김래원의 원맨쇼 영화 <해바라기>에서 '공부는 잘하지만 미적분에는 약한' 해바라기 식당의 외동딸 희주를 연기했던 허이재의 영화 데뷔작은 사실 <해바라기>보다 5개월 먼저 개봉한 <비열한 거리>였다. 허이재는 <비열한 거리>에서 병두의 여동생 선옥을 연기했는데 병두의 남동생 병식(이신성 분)이 형을 쏙 닮은 문제아로 건달의 길에 들어선 것과 달리 모범생인 선옥은 영화 속에서 폭력에도 연루되지 않는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비열한 거리 유하 감독 조인성 천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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