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 중에서는 현지에서의 높은 명성에 비해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배우가 있는 반면에 현지에서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해도 국내에서 유난히 인지도가 높은 배우도 있다. 후자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배우가 바로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유명한 메간 폭스다. 2007년 <트랜스포머> 1편에서 미카엘라 베인즈 역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은 메간 폭스는 안젤리나 졸리를 잇는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스타로 성장하는 듯했다.

하지만 2009년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까지 출연한 폭스는 같은 해 아만다 샤이프리드를 제치고 단독주연을 맡은 하이틴 호러영화 <죽여줘! 제니퍼>가 크게 갈린 호불호 속에 흥행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2010년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하차한 폭스는 이후 출연한 영화들마다 차례로 흥행에 실패했고 20대 시절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대표적인 배우가 되고 말았다.

2019년 한국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에서 종군기자 매기 역으로 특별 출연했던 폭스는 2023년 '왕년의 스타'들이 출연하는 <익스펜더블4>에 출연해 스스로 전성기가 지났음을 인증(?)했다. 하지만 폭스의 필모그라피에는 <트랜스포머> 시리즈 외에도 세계흥행 5억 달러 가까운 높은 흥행성적을 거둔 영화가 있었다. 바로 <트랜스포머>의 마이클 베이 감독이 제작과 감수에 참여했던 조나단 리브스만 감독의 <닌자 터틀>이다.
 
 21년 만에 실사로 제작된 <닌자터틀>은 제작비의 4배 가까운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21년 만에 실사로 제작된 <닌자터틀>은 제작비의 4배 가까운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CJ ENM

 
애니메이션-실사로 꾸준히 제작되는 인기만화

닌자 거북이는 1983년 만화가 케빈 이스트먼과 피터 레어드가 거북이를 모티브로 당시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던 닌자요소를 결합해 만든 만화다. 뉴욕의 지하 하수도에 떨어진 애완용 거북이 4마리가 방사능 물질에 의해 사람처럼 커지고 닌자의 애완용 쥐에게 훈련을 받아 악의 무리로부터 정의를 지킨다는 내용의 코믹 히어로물이다. 네 마리의 거북이 이름들은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의 이름에서 차용했다.

1987년부터 1996년까지 10개의 시즌에 걸쳐 애니메이션이 방영된 <닌자 거북이>는 1990년 처음 실사영화로 제작됐다. 실사영화 <닌자 거북이>는 만화로 익숙했던 <닌자 거북이>를 처음 실사로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고 1350만 달러의 제작비로 2억 2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크게 성공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닌자 거북이> 실사영화는 1991년과 1993년 3편까지 제작됐는데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흥행성적은 점점 떨어졌다.

이후 한동안 제작이 뜸했던 <닌자 거북이>는 지난 2007년 < 닌자 거북이 TMNT >라는 제목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개봉했다. 1990년 시작된 실사영화의 속편을 표방한 < TMNT >는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를 비롯해 '프로페서 X' 패트릭 스튜어트, 중국배우 장쯔이 등 화려한 성우진을 자랑하는 애니메이션이었다. < TMNT >는 3400 달러의 제작비로 9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쏠쏠한 성적을 기록했다.

2009년 TV 애니메이션으로 명맥을 이어가던 <닌자 거북이>는 2014년 <닌자 터틀>을 통해 21년 만에 실사영화로 재탄생했다. 20년이 넘은 긴 세월이 흐른 만큼 제작비가 1억 2500만 달러로 대폭 늘어난 <닌자 터틀>은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4억 8500만 달러의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닌자 터틀>은 2016년 속편 <어둠의 히어로>가 개봉해 북미와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지만 1편 만큼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리부트에 대한 소문만 무성했던 <닌자 거북이>는 2023년 <닌자 터틀: 뮤턴트 대소동>이라는 3D 애니메이션이 개봉했다. 관객들은 물론 평단으로부터도 지금까지 제작된 <닌자 거북이>의 극장용 영화 및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뮤턴트 대소동>은 7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1억 67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오는 2026년에는 <뮤턴트 대소동>의 속편이 개봉할 예정이다.

깔끔한 액션과 코미디 조화된 팝콘무비
 
 실사영화 <닌자 터틀>은 1편의 인기에 힘입어 2016년 속편 <닌자 터틀: 어둠의 히어로>가 개봉했다.

실사영화 <닌자 터틀>은 1편의 인기에 힘입어 2016년 속편 <닌자 터틀: 어둠의 히어로>가 개봉했다. ⓒ CJ ENM

 
<닌자터틀>은 어린 시절 하수구에 떨어진 4마리의 돌연변이 거북이가 돌연변이 쥐로부터 각종 무술과 닌자술을 훈련 받아 열혈기자 에이프릴 오닐(메간 폭스 분)과 손을 잡고 악당 슈레더(토호루 마사무네 분)의 음모를 막는 내용의 액션 코미디 영화다. 액션 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성상 화려한 액션과 폭발장면 등이 필수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이는 <닌자터틀>의 제작에 참여한 마이클 베이 감독의 전공분야였다.

하지만 당시 베이 감독은 자신의 대표작인 <트랜스포머4: 사라진 시대>를 준비하고 있었기에 <닌자 터틀>의 연출은 <타이탄의 분노>와 <월드 인베이젼>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제로>를 만들었던 리브스만 감독에게 맡겼다. 결과적으로 2014년 6월에 개봉한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가 11억 400만 달러, 두 달 후에 개봉한 <닌자 터틀>이 4억 85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으니 배급사 파라마운트 픽처스의 전략은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물론 원작만화부터 등장하는 설정이지만 <닌자 터틀>의 최대매력은 네 명의 주인공 거북이들이 대중문화와 최신유행에 관심이 많은 10대 청소년으로 설정됐다는 점이다. 이들은 슈퍼맨이나 배트맨, 스파이더맨 같은 히어로들처럼 히어로의 정체성과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 따위로 고민하지 않는다. 물론 친구가 위기에 빠졌을 땐 앞뒤 재지 않고 위험한 곳으로 뛰어드는 의리와 정의감은 여느 히어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닌자 터틀>은 미국의 영화평론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31%를 받았을 정도로 평가가 좋지 않았지만 최악의 영화가 나올 거라는 우려와 달리 오락영화로서 나쁘지 않은 재미를 선사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답게 런닝타임 내내 과도한 슬로우 모션과 폭발 장면들로 영화가 채워질 거란 예상과 달리 <닌자 터틀>은 깔끔한 액션 연출과 적당한 코미디를 통해 '팝콘무비'로서 괜찮은 재미와 완성도를 보여줬다.

1990년 비디오로 발매되며 국내에 소개된 <닌자 거북이>는 1992년부터 1994년까지 SBS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다만 제목에 들어가는 일본의 첩보조직 닌자가 '왜색을 연상할 수 있다'는 이유로 TV에서는 제목이 <거북이 특공대>로 변경돼 방송됐다. 다만 <닌자 거북이>는 비슷한 시기에 방영돼 전국 초등학교에 '피구열풍'을 불게 했던 전설의 애니메이션 <피구왕 통키>에 밀려 미국 현지와 달리 국내에선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 못했다.

<트랜스포머> 제외 메간 폭스 최고 흥행작
 
 <닌자 터틀>은 메간 폭스가 <트랜스포머> 하차 후 출연했던 최고의 흥행작이다.

<닌자 터틀>은 메간 폭스가 <트랜스포머> 하차 후 출연했던 최고의 흥행작이다. ⓒ CJ ENM

 
메간 폭스는 애니메이션에서 에이프릴의 시그니처 의상인 노란색 점프 수트를 노란 가죽재킷으로 대체해 닌자 거북이의 친구이자 조력자인 열혈기자 에이프릴을 연기했다. 에이프릴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연구소에서 새끼 거북이 4인방과 스플린터라는 쥐를 돌봤고 연구소가 불이 났을 때 이들을 하수구에 풀어주며 일찌감치 이들과 인연이 있었다. <닌자 터틀>은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제외한 메간 폭스의 최고 흥행작이 됐다.

윌리엄 피츠너는 <아마겟돈>의 우주왕복선 선장, <이퀼리브리엄>의 반군지도자, <프리즌 브레이크>의 FBI 요원, <다크나이트>의 은행 지점장 등 여러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다. <닌자터틀>에서는 명망 높은 사업가지만 에이프릴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했고 실상은 악당 슈레더의 숨은 부하였던 에릭 삭스 역을 맡았다. 다만 배우에 비해 캐릭터의 존재감이 다소 약해 일부 관객들로부터 '연기력 낭비'라는 평가를 받았다.

배우와 작가, 코미디언, 성우, 프로듀서 등으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윌 아넷은 <닌자터틀>에서 에이프릴과 함께 움직이는 동료이자 카메라맨 번 펜윅을 연기했다. '지금 당장 차를 가지고 나오라'는 에이프릴의 부탁을 데이트 신청으로 오해해 잔뜩 들뜨지만 차 안에서 거대한 돌연변이 거북이 라파엘(앨런 리치슨 분)이 나오자 기겁을 한다. 하지만 펙윅은 거북이들을 구하기 위해 슈레더 일당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는 용기를 보이기도 했다.
그시절우리가좋아했던영화 닌자터틀 조나단리브스만감독 메간폭스 윌리엄피츠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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