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1년에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은 가장 잘 만든 속편 중 하나로 꼽힌다. 1편에서 새라 코너(린다 해밀턴 분)를 쫓던 사이보그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 분)이 새라 코너 모자를 지키고 대신 무서운 액체 사이보그 T-1000(로버트 패트릭 분)이 새로운 빌런으로 등장했다. 역대 최초로 1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터미네이터2>는 5억20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국내에서도 세 번이나 재개봉했던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2> 역시 전편 못지 않은 속편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품이다. 1편에서 사망한 마크(주윤발 분)의 쌍둥이 동생 켄이 미국에서 살고 있었다는 다소 억지스런 설정이 등장하지만 관객들은 주윤발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특히 고 장국영이 공중전화에서 숨을 거두며 막 태어난 아기의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은 <영웅본색2>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힌다.

하지만 1편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속편들이 모두 <터미네이터2>나 <영웅본색2>처럼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는 것은 아니다. 많은 속편 영화들은 너무 빠른 시간에 졸속으로 제작되면서 관객들의 비판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1편이 개봉한 지 12년 후에 개봉하면서 오히려 너무 늦은 속편제작이 독으로 작용했다. 2001년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한국 영화 최다관객 신기록을 세웠던 <친구>의 속편 <친구2>였다.
 
 <친구2>에는 준석과 준석의 아버지 철주, 동수의 아들 성훈까지 3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친구2>에는 준석과 준석의 아버지 철주, 동수의 아들 성훈까지 3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비인두암 극복한 모델출신 배우

2008년 모델로 데뷔한 김우빈은 어린 나이부터 여러 잡지와 패션쇼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일찌감치 주목 받았다. 김우빈의 본명은 김현중인데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아이돌 그룹 멤버와 이름이 같아 김우빈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 <KBS 드라마 스페셜-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김우빈은 시트콤 <뱀파이어 아이돌>에서 이수혁, 홍종현 등 모델 시절의 절친들과 호흡을 맞췄다.

2012년 김은숙 작가의 <신사의 품격>에서 담임선생님 김하늘을 짝사랑하는 문제아로 출연하며 주목 받은 김우빈은 같은 해 연말 10년 만에 부활한 <학교 2013>에서 전학만 5번을 다닌 유급생 박흥수 역을 맡았다. 그렇게 떠오르는 젊은 배우로 인기를 얻던 김우빈은 2013년 곽경택 감독의 <친구2>에서 장동건이 연기했던 동수의 아들 성훈을 연기하며 대선배 유오성에 버금가는 카리스마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역시 김우빈의 진정한 출세작은 2013년 10월에 방송된 SBS 드라마 <상속자들>이었다. 김우빈은 <상속자들>에서 학생들을 괴롭히는 일진에서 차은상(박신혜 분)을 만나 개과천선하는 최영도 역을 맡아 많은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2014년 영화 <기술자들>에 출연한 김우빈은 2015년에 개봉한 이병헌 감독의 <스물>에서 치호 역을 맡아 또래 청춘들의 공감을 얻으며 확실한 인기배우로 자리 잡았다.

2016년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에 출연한 김우빈은 같은 해 영화 <마스터>에서 이병헌, 강동원과 호흡을 맞추며 전성기를 달렸다. 하지만 김우빈은 2017년 5월 비인두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3번의 항암 치료와 35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재활에 전념한 김우빈은 2019년 11월 청룡영화상 시상자로 무대에 등장하며 대중들에게 복귀 인사를 전했다. 활동을 중단한 지 2년 6개월 만이었다. 

2022년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과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연기활동을 재개한 김우빈은 작년 <마스터>의 조의석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드라마 <택배기사>에서 난민출신 택배기사 5-8을 연기했다. 다시 예전처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우빈은 넷플릭스 영화 <무도실무관>과 <함부로 애틋하게>에 함께 출연했던 수지와의 재회가 예정된 김은숙 작가의 신작 <다 이루어질지니> 출연이 예정돼 있다.

친구들 다 어디 가고 준석 아버지가 왜?
 
 김우빈은 <친구2>에서 유오성 못지 않은 카리스마로 젊은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김우빈은 <친구2>에서 유오성 못지 않은 카리스마로 젊은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억수탕>과 <닥터K>를 만들었던 곽경택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친구>는 개봉 당시만 해도 크게 주목 받는 영화가 아니었다. 하지만 <친구>는 개봉과 동시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에도 전국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유오성은 단숨에 한국 최고의 흥행배우로 떠올랐고 영화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던 톱스타 장동건 역시 처음으로 확실한 대표작을 갖게 됐다.

하지만 동수가 (하와이를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망하고 준석(유오성 분)이 살인교사로 사형 선고를 받으면서 막을 내린 <친구>는 속편이 제작되기 매우 힘든 영화였다. 하지만 12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르면서 준석이 영화 속에서 17년 만에 출소했고 동수에게 아들이 있었다는 설정이 추가됐고 준석의 아버지이자 1960년대 부산 제일의 주먹으로 불리던 철주(주진모 분)의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친구2>가 탄생했다.

하지만 부산이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배신과 의리가 난무하는 조폭 영화가 크게 흥행하기엔 이미 8편의 천만 영화를 보유한 한국영화와 관객들의 수준이 너무 높아져 있었다. 1편의 유명세에 힘입어 개봉 열흘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하던 <친구2>는 <열한시>, <어바웃타임> 등이 개봉하면서 기세가 크게 꺾였다. 결국 <친구2>는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긴 297만 관객으로 극장 상영을 마무리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친구2>는 관객들에게도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특히 굳이 넣지 않아도 될 준석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분량이 이야기의 몰입을 방해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준석의 아버지가 분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면서 1편의 주요 인물이었던 상택(서태화 분)과 중호(정운택 분)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1편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준석이 가석방 됐다는 설정 역시 다소 억지스럽다(당시엔 여전히 사형집행이 이뤄지던 시절이었다).

<친구>의 상징과도 같은 배우인 유오성은 12년 만에 출연한 <친구2>에서도 여전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특히 성훈에게는 남다른 애정을 보였는데 돈이 최고라는 성훈에게 "와 피도 한 방울 안 섞인 놈들끼리 행님, 동생 하면서 뭉쳐 다니는지 아나? 같이 배고프고 같이 도망 댕기고 같이 죽을 뻔 하고 같이 엉엉 울어도 보고. 그래야 행님, 동생 식구가 되는 기다, 돈만 준다고 되는 게 아이고"라며 자신의 '식구론'을 성훈에게 설파하기도 했다.

매우 잔인하게 응징 당하는 메인빌런
 
 메인빌런으로 신분(?)이 상승한 은기는 준석과 성훈에 의해 잔인하게 응징을 당한다.

메인빌런으로 신분(?)이 상승한 은기는 준석과 성훈에 의해 잔인하게 응징을 당한다.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올인>과 <주몽>, <선덕여왕>, 최근엔 <고려 거란 전쟁>에 출연했던 배우 정호빈은 <친구2>에서 전편에 이어 동수의 부하이면서도 동수의 살해를 지시했던 은기를 연기했다. 은기는 동수의 살해를 지시한 진범으로 <친구2>의 메인빌런으로 전편에 비해 분량과 비중이 대폭 늘었다. 하지만 준석에게 수 차례 칼에 찔린 후 전기톱으로 손목이 절단됐고 이후 병원에서 성훈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서울예대 시절, '대학로의 이영애'로 불렸을 만큼 연극계에서 알아주는 스타였던 장영남은 <친구2>에서 동수의 아내이자 성훈의 엄마 혜지 역을 맡았다. 준석 일행이 고교시절에 만났던 밴드 레인보우의 멤버였던 혜지는 말썽만 피우는 아들 성훈을 원망하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아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어머니다. 혜지는 영화 중반 준석의 도움을 받아 울산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많은 돈을 벌기도 했다.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악역 전문배우로 익숙한 이철민이 연기한 속칭 '가발이'는 준석이 감옥에 간 후 조직을 장악한 은기에게 숙청 당하고 시골에서 칩거하다가 준석과 재회한 후 속세로 복귀했다. 은기 일당에게 당해 머리에 큰 흉터가 생겨 항상 가발을 쓰고 다니는 가발이는 준석이 은기를 기습한 후 쓰러져 있는 은기의 손목을 전기톱으로 잘라 버린다. 가발이는 준석과 성훈만큼 은기에게 많은 원한이 쌓였던 인물이다.
그시절우리가좋아했던영화 친구2 곽경택감독 김우빈 유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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