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미스코리아 선에 선발되며 연예계에 데뷔한 고현정은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를 시작으로 <여명의 눈동자>, <두려움 없는 사랑>, <엄마의 바다>, <모래시계>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1995년 <모래시계> 종영 후 기업가와 결혼을 하면서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지금은 이혼 후 복귀해 다시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고현정의 갑작스러운 은퇴는 대중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90년대 중·후반을 화려하게 빛냈던 최고의 배우 심은하도 마찬가지. 1994년 <마지막 승부>의 다슬이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심은하는 드라마 < M >, <아름다운 그녀>, <청춘의 덫>,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미술관 옆 동물원> 등에 출연하며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다. 하지만 2001년 돌연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고 2005년 정치인과 결혼을 하면서 배우활동을 완전히 접었다.

물론 전도연이나 전지현처럼 결혼 후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들도 있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배우들에게 결혼은 곧 '은퇴'를 의미했다. 물론 최근에는 그런 배우들이 많이 줄었지만 대중들 입장에서는 좋은 배우가 결혼과 함께 은퇴를 하거나 활동이 뜸해지는 것 만큼 안타까운 것도 없다. 2000년대 후반까지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결혼과 함께 활동이 뜸해진 배우 강혜정처럼 말이다.
 
 <올드보이>는 박찬욱 감독의 이름을 세계 관객들에게 알린 작품이다.

<올드보이>는 박찬욱 감독의 이름을 세계 관객들에게 알린 작품이다. ⓒ 쇼이스트

 
<올드보이> 여주인공에 캐스팅

1998년 드라마 <은실이>에서 은실이(전혜진 분)를 괴롭히는 본처의 딸 장영채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이름을 알린 강혜정은 2001년 독립영화 <나비>를 통해 부처판타스틱 영화제 장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청춘스타의 산실이었던 MBC의 청춘시트콤 <논스톱3>에도 캐스팅됐지만 이진과 고 정다빈, 다나 등 <논스톱3>의 주역들 사이에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그렇게 배우생활을 이어가던 강혜정은 2003년 < 공동경비구역JSA >로 흥했다가 <복수는 나의 것>으로 주춤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오디션에 지원했다. 강혜정은 칼이 필요했던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근처 식당에서 진짜 칼을 빌려와 오디션에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렇게 강혜정은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에 빛나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올드보이>에서 여주인공 미도 역에 캐스팅됐다. 

강혜정은 <올드보이>에서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미도를 연기하며 청룡영화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2005년 두 편의 영화로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 받는 배우로 떠올랐다. 박해일과 호흡을 맞춘 발칙한 멜로영화 <연애의 목적>과 박광현 감독의 독특한 전쟁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었다. 특히 800만 관객을 동원한 <웰컴 투 동막골>를 통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제, 대한민국영화대상의 여우조연상을 휩쓸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2006년 조승우와 함께 잔잔한 멜로영화 <도마뱀>에 출연한 강혜정은 2007년 <허브>에서 7살의 지능을 가진 정신지체 3급 장애인을 연기했다. 같은 해 드라마 <꽃 찾으러 왔단다> 이후 잠시 활동이 뜸하는 듯 했던 강혜정은 2009년 <우리 집에 왜 왔니>와 <킬 미>, <트라이앵글>에 출연하며 다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 해 가을 강혜정은 임신과 함께 에픽하이 타블로와의 결혼 소식을 알렸다.

결혼 후 딸을 낳은 강혜정은 <미스 리플리>, <결혼의 꼼수> 등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갔지만 결혼 전의 활동량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활동이 위축됐다. 오히려 연기자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면서 예능인으로 더 친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17년 영화 <루시드 드림>과 드라마 <저글러스> 이후 활동이 뜸한 상태다.

할리우드에서 오마주한 <올드보이>의 명장면
 
 장도리 액션과 산낙지 먹방 등 <올드보이>우의 주요장면들은 국내외 여러 영화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장도리 액션과 산낙지 먹방 등 <올드보이>우의 주요장면들은 국내외 여러 영화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 쇼이스트

 
2003년은 한국 영화계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해였다. 4월에는 훗날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 영화제를 휩쓴 봉준호 감독의 첫 번째 대표작이 된 <살인의 추억>이 개봉했다. 연말에는 한국영화 최초로 천 만 관객을 동원한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가 관객들에게 선을 보였다. 그리고 11월에는 2004년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출품됐다가 경쟁 부문으로 올라서 심사위원 대상까지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개봉했다.

<올드보이>가 칸 영화제를 통해 상영됐을 때 해외관객들이 가장 놀랐던 장면은 단연 오대수(최민식 분)의 '산낙지 먹방'이었다. 물론 한국관객에게도 산낙지를 통으로 씹어먹는 장면은 꽤나 낯설게 보였지만 산낙지를 거의 먹지 않는 서구쪽 관객들에게 산낙지 먹방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올드보이>를 상징하는 장면이 된 산낙지 먹방과 장도리 액션은 2017년 개봉한 <콩: 스컬 아일랜드>에서 오마주되기도 했다.

해외관객들이 가장 놀랐던 장면은 단연 산낙지 먹방이었지만 역시 <올드보이>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이우진(유지태 분)에 의해 오대수와 미도(강혜정 분)의 관계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오대수는 자신이 모든 비밀을 밝혔다고 생각하고 이우진을 찾아가지만 사실은 15년 동안 복수를 준비한 이우진의 계획에 놀아난 셈이다. 결국 오대수는 자신의 결정적인 비밀을 알고 있는 이우진의 '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극 중에서 오대수와 이우진은 함께 학교를 다닌 고등학교 동문으로 나오지만 실제 최민식과 유지태는 14살의 나이 차이가 난다. 박찬욱 감독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우진의 심상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 박찬욱 감독이 구상한 이우진 역 캐스팅 1순위는 한석규였다고 한다. 하지만 꺼림직한 소재 때문에 한석규 측에서 고사했고 시나리오가 돌고돌다 유지태가 맡게 됐는데 결과적으로는 매우 훌륭한 캐스팅이 된 셈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큰 명성을 얻은 <올드보이>는 지난 2013년 < 말콤X >와 <블랙클랜스맨> 등을 연출했던 스파이크 리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됐다. 당시 조슈 브롤린이 오대수, 엘리자베스 올슨이 미도 역을 맡았고 사무엘 L.잭슨은 오달수가 연기했던 사설감옥 사장을 연기했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은 5년 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와 스칼렛 위치, 그리고 닉 퓨리로 재회했다.

한국영화 관객 1위 배우의 화려한 시작
 
 수아(왼쪽)와 우진의 아역을 연기한 윤진서와 유연석은 <올드보이> 이후 영화계에서 주목 받는 젊은 유망주로 떠올랐다.

수아(왼쪽)와 우진의 아역을 연기한 윤진서와 유연석은 <올드보이> 이후 영화계에서 주목 받는 젊은 유망주로 떠올랐다. ⓒ 쇼이스트

 
<올드보이>에서 사설감옥을 운영하는 철웅을 연기했던 오달수는 <올드보이> 출연 전까지 영화계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올드보이>에서의 인상적인 연기를 통해 인지도가 급상승한 오달수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조연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클래식>에서 조승우와 이기우의 담임선생님을 연기하며 영화에 데뷔한 김병옥도 <올드보이>를 통해 40세가 넘은 다소 늦은 나이에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김병옥은 <올드보이>에서 대사가 거의 없고 체구도 작지만 압도적인 힘으로 오대수를 제압하던 한실장을 연기했다. 하지만 한실장은 오대수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귀를 가위로 찔린 후 이성을 잃고 오대수의 목을 조르다가 이우진의 총에 맞고 사망한다. 

출연분량은 매우 짧았지만 오대수의 회상 속에 등장하는 어린 시절의 이우진과 그의 누나 이수아를 연기한 배우들 역시 <올드보이>를 통해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수아를 연기한 윤진서는 <올드보이>를 통해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수상했고 이후 <슈퍼스타 감사용>,<비스티 보이즈>,<비밀애> 등에서 주연을 맡았다.

유지태를 닮았다는 이유로 어린 우진 역에 캐스팅된 유연석은 <건축학개론>과 <늑대소년>에서 관객들의 미움을 받는 열미운 연기를 통해 젊은 악역전문배우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2013년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칠봉이 역을 맡으며 단숨에 청춘스타로 급부상한 유연석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와 <미스터 션샤인>,<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에 출연하며 인기배우로 자리 잡았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 최민식 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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