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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요령을 가르쳐주는 책을 보다보면 으레 접하는 요령이 있는데, '설명하지 말고 묘사하라'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 요령은 지난 글에서 얘기했던 '구체적으로 써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명제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거듭해서 말하지만, 읽는 이에게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당위를 실천하는 행위이다.

그래서 어떻게 표현해야 사실 그대로를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사건이나 일 등 전달해야 할 무언가를 가능하면 구체적으로 써야 독자들이 그 실체를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한다고 했다.

독자에게 뭔가를 전달할 때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말고 충족시켜야 하는 또 하나의 조건이 있다. 바로 '생생하게 써야 한다'는 점이다. 독자가 글을 읽을 때 실제상황을 접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도록 쓰는 것보다 더 위력적인 표현은 없다.

그런 점에서 오늘 얘기하려고 하는 '설명하지 말고 묘사하라'는 명제 역시 반드시 다루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생긴다.

'설명'과 '묘사'의 차이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림을 그리듯 이 상황을 묘사해보자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림을 그리듯 이 상황을 묘사해보자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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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설명'과 '묘사'가 무엇인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부터 알아보자.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설명(說明)'이라 함은 "어떤 일이나 대상의 내용을 상대편이 잘 알 수 있도록 밝혀 말함", '묘사(描寫)'라 함은 "어떤 대상이나 사물, 현상 따위를 언어로 서술하거나 그림을 그려서 표현함"라고 풀이해 놓고 있다.

너무 추상적이어서 선뜻 그 의미가 와 닿지 않기도 하거니와, 둘의 구분도 불명확하다.

쉽게 얘기해보자. 설명은 상황이나 모습을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시간에 '점심'보다 '김치찌개'라 구체화해서 쓰라고 했던 예시를 여기로 가져와보자.

"나는 동료들과 11시 반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 메뉴로 김치찌개를 시켰다.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었다."

어떤가. 전혀 문제가 없는 완벽한 서술이다. 그런데 어떤가. 입에 침이 고이지 않는다. 가슴 깊이 와 닿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렇게 해보자. 그림을 그리듯 이 상황을 묘사해보자.

"시계 바늘이 11시 반을 가리키자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 눈치를 보내기 시작했다.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고 눈빛만 봐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이때 김 대리가 '점심 먹으러 갑시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도 거의 리얼타임으로 용수철 튕기듯 일어나 김 대리의 꽁무니를 좇았다. 오늘 점심 메뉴는 김치찌개다.

제 시간에 오면 줄서야 하는데 오늘은 조금 일찍 온 탓에 마지막 한 개 남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 식당은 메뉴를 고를 것도 없이 단일메뉴다. 그래서 자리에 미처 앉기도 전에 김치찌개 냄비가 가스버너 위에 올려졌다. 잔뜩 기승을 부리는 시퍼런 가스불 세례를 받은 김치찌개가 금세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라면사리를 들고 끓기를 기다리던 막내가 잽싸게 뚜껑을 열고 라면사리를 넣은 다음 뚜껑을 덮었다. 이제 한소끔만 끓어 넘치면 먹을 수 있다. 그 시간을 기다리기 힘들다는 듯 배에서 꼬르륵 하고 다시 신호를 보낸다. 드디어 먹는다. 우선 라면사리부터 떠서 각 접시에 담기도 전에 입으로 가져가 후르륵 한다. 맛있다. 배가 빵빵해졌다." 

어떤가. 내 글 솜씨가 부족해 보다 리얼하게 묘사해내지는 못했더라도 앞의 밋밋한 설명적인 문장보다는 훨씬 생생하지 않은가. 
   
이 두 예시를 통해 '설명'과 '묘사'가 어떤 개념인지, 또 차이가 있는지를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될 것이다.

초보 글쓴이들이라면

한 가지 예를 더 들어 얘기해보면, '설명'의 대표적인 사례로 사전이나 백과사전의 문장을, 묘사엔 소설 작품에 나오는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글이라도 설명보다는 묘사가 좀 더 설득적이라는 점에는 동의할 것이다. 묘사를 하면 그 상황이 읽는 동안 머릿속에 그대로 재현되듯 그려지게 되고, 그러면 그 상황에 대한 이해가 정확하고 빨라진다. 그래서 설명보다는 묘사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설명과 묘사의 뚜렷한 구분은 쉽지 않다. 다만 설명에는 감정이나 감각적인 면이 들어가지 않는 반면 묘사는 그런 점들이 많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물론 언제나 묘사가 설명보다 유리한 것은 아니다. 가령, 그 장면을 죽어도 다시 떠올리기 싫은데도 하는 수 없이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보자. 이럴 경우엔 당연히 자세한 묘사보다는 담담한 설명으로 써야 한다.

다만 글을 쓰려고 하는 초보 글쓴이들이라면 담담한 설명보다는 생생한 묘사가 글을 연습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장면을 묘사하려면 상황에 대한 인식을 두루뭉술하게 할 것이 아니라 갖가지 요소들을 망라하되 디테일하게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의 예시글에서 보았듯 묘사가 설명보다 글의 양적인 면에서 길어지게 마련이다.

이왕지사 글을 쓴다면 읽는이가 실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점에서 설명보다는 묘사에 더 중점을 둔 글쓰기를 해보면 좋을 듯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보 블로그 '조성일의 글쓰기 충전소'에도 포스팅했습니다.



태그:#설명 묘사, #글쓰기, #감각적 문장, #담담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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