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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 보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어려움은 적절한 단어 찾기이다. 특히 감정이나 느낌을 전달할 때 단어에 따라 뉘앙스 차이가 상당하므로 여간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단어를 잘못 선택하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왜곡되거나 실종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가 보건대, 그 의미를 나타내는 알맞은 단어를 찾아내는 일이 아마도 글쓰기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듯싶다. 문장이란 것이 알고 보면 단어들의 나열 아닌가. 나열된 단어들이 모두 잘 어울리는 문장이 좋은 문장이다.

가령 "나는 밥을 맛있게 먹는다"는 문장을 보자. 이 문장에서 '밥'의 성격을 강조한답시고 '죽은 밥'이라고 썼다고 해보자. '죽은'과 '밥'이 잘 어울리는가. 밥에 생명이 있던가. 밥이 죽었다면 썩은 밥을 의미하는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할 뿐만 아니라 당최 의미를 모르겠다. 물론 문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쉰'이나 '거친'과 같은 의미를 비유적으로 표현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상적인 글에서 이런 식으로 표현하면 '둥근 사각형'만큼이나 형용모순으로 보인다.

그래서 단어는 알맞게 선택해야 한다는 말은 공자말씀만큼이나 지당하다. 그런데 단어를 알맞게 선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에서 말했듯이 글쓰기의 절반이 단어라고 보면 단어 실력을 쌓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글쓰기 공부가 아닐까 싶다.

단어 공부는 요령이 필요 없다. 무식하게 공부를 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 나는 학창 시절 사전을 통째로 외우는 미련을 떤 적이 있다. 이때 영어사전과 국어사전 두 권을 갖고 무식한 도전을 했었는데, 후에 정말 단 한 개의 단어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글을 읽다가 종종 만나는 어려운 단어들의 뜻을 알아챌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이 무식한 도전의 결과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지금 여러분들에게 이런 무식한 방식을 해보라고 권고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어 공부의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수많은 단어들을 만나는데, 종종 모르는 단어와 맞닥뜨린다. 그러면 당연히 사전을 찾아서 그 뜻을 알아두어야 한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그 낯선 단어의 용례까지 곧바로 접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 책을 읽다보면 단어의 선택이 잘못됐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럴 땐 이 어색한 단어를 적절한 다른 단어로 바꾸어서 읽어본다. 훨씬 자연스럽고 그 의미가 확 와닿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단어 공부에 매우 유용한 텍스트로 신문이나 잡지도 적극 추천한다. 신문이나 잡지는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뉴스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사용하면 좋을 단어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신문이나 잡지를 열심히 읽는 것은 문장공부뿐만 아니라 단어 공부까지 겸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또 하나의 단어 공부법은 사전 읽기이다. 내가 즐겨 쓰는 방법이다. 나는 늘 곁에 사전을 두고는 틈만 나면 뒤적거린다. 책을 읽기엔 자투리 시간이 너무 짧고 그렇다고 그냥 무심하게 보내긴 아까울 때면 사전 아무 곳이나 펴서 읽는다. 이 방법에서 주의할 점은 절대로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으려고 하면 안 된다.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다. 그저 눈 감고 집히는 대로 아무 곳이나 펴서 읽는 것이 좋다. 또 얼마만큼 읽겠다는 식의 목표량을 정해놓고 읽는 것도 권할 방법이 아니다. 그냥 무작정 읽는 것이 좋다. <국어사전>이 기본 텍스트라면 '용례사전'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살아있는 언어를 채집하라

소설가 이외수가 <글쓰기의 공중부양>에서 제시한 방법도 한 번 시도해볼 만하다. 그는 "제대로 된 집을 지으려면 주춧돌부터 튼튼히 세워야 하듯이 글쓰기를 잘하려면 기본이 되는 단어부터 챙겨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글쓰기 비결의 첫째는 '단어채집'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단어채집은 어렵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다. 노트를 하나 마련해 아무 단어나 하나 적는다. 가령, '머리'라고 적었다면, 이와 관련한 단어들, 즉 '대가리' '대갈통' '대갈빡' '골' '뇌'... 이런 식으로 적어나간다. 아마 양이 꽤 많은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엔 '머리에 속한 단어'들을 적는다. '모자' '왕관' '가채' '샴푸'... 이런 방식으로 적어나간다.

그리고 사어(死語)보다는 오감을 자극하는 생어(生語)를 찾아보라고 권고한다. 생어란 감각(오감)을 띠고 있는 단어를 말하는데, 가령, 대표감각이 시각인 '저녁놀' 같은 단어를 말한다.

그런 다음엔 단어들의 내면적인 속성을 알아보라고 한다. 가령, '설탕'의 속성은 무엇인가. "달다. 하얗다. 알갱이다..."이다.

그런 다음엔 이 속성을 바꿔보라고 한다. 가령, '설탕'의 속성이 단맛을 내고 흰색을 띤다는 사실을 되새겼다면, '태운 설탕', '바퀴벌레가 먹다 게운 설탕' 등 쓴맛으로도 바꿔보는 것이다.

이런 훈련을 통해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고 또 다양한 용례까지 체험할 수 있다. 풍성한 단어 구사력으로 무장했다면, 이젠 좋은 문장을 구사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단어는 공부에 욕심을 낸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눈에 띌 만큼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하루에 한 개라도 꾸준히 평생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그러나 끈기 있게 관심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조성일의 글쓰기 충전소'에도 포스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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