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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물과 공기처럼 단 한순간도 접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세계적 광고인 데이비드 오길비가 한 말이다. 그의 어록에서 '광고' 대신 '글'을 넣어 패러디해보자.

'글'은 물과 공기처럼 단 한순간도 접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더 이상 글의 효용성에 대해 얘기하는 건 시간낭비일 만큼 글(쓰기)이 우리 생활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다.

어디 한 번 보자. 버스나 지하철 안은 물론이거와, 심지어 길을 걸어가면서도 사람들은 열심히 '글'을 읽고 쓰고 있지 않은가. 원고지 대신 휴대폰 액정 화면에다 대고 자판을 톡톡 눌러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보낸다. 그럼 곧바로 그 누군가 역시 휴대폰 액정 화면 위에다 쓴 글로 답장을 보내온다.

혹자는 휴대폰에서 하는 카톡이나 문자가 어떻게 글이냐,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하다며 타박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카톡이든 문자든 그것도 엄연히 글은 글이다(자세한 이유는 뒤에서 설명한다).

나는 이번에 <나의 인생 이야기 자서전 쓰기>이란 책을 냈는데, 이 책을 내면서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 이 책은 글은 기본적으로 쓸 줄 안다는 전제 아래 무엇을 쓸 것인가(자서전)를 다룬 것이다.

사실 우리들 대부분은 글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왔기에 자서전이든, 에세이든, 서평이든, 아니면 일기든, 블로그든, 페이스북이든 선뜻 글쓰기에 나서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여 나는 이 책에서 간단하게나마 글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잘'이 아닌 '그냥' 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어딘지 모르게 성이 차지 않는다. 말하려다 만 것 같은 기분이다.

해서 나는 '조성일 글쓰기 충전소'를 열어 글쓰기에 관해 더 하고 싶은 얘기들을 풀어놓을 참이다. 

자, 그럼 첫 순서로 '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해보자. 

내가 이 글쓰기 충전소에서 가장 먼저 '글쓰기란 무엇인지'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글이란 결코 거창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것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글과 거리감이 좁혀지면 친해지는 건 금방이니까. 글이 도대체 뭔지 한 번 살펴보자.

'글'의 개념에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막연하게 '쓰고 있는 것'을 총칭하는 추상적인 것과 지금 우리가 생각해볼 '구체적인 것'이 있다. 

작가 이외수는 <글쓰기의 공중부양>(해냄 펴냄)에서 "글이란 쌀이다"라고 은유적으로 표현 바 있다. '썰'로 오해하지 말라며 '정신의 쌀'이란 '썰'까지 읽고 나면 역시 고수다운 적절한 비유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비해 나는 "글이란 카톡이다"라고 정의하고 싶다.

카톡이 뭔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메시지를 주고받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그런데 이 카톡이 단순한 메시지 소통 수단을 넘어 생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지배자로 등극했다. 안부도 묻고, 약속도 잡고, 수다를 떠는 것은 기본. 서로 싸움을 하는가 하면, 텔레비전에 나올 만큼 큰 사건의 수사와 판결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증거물 역할까지 해내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카톡할 때 어떤 방식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가? 글자를 기본으로 하되, 메시지를 보다 실감나고 풍부하게 감정을 넣어 표현하기 위해 이모티콘도 곁들인다. 가령, "카톡" 하길래 휴대폰을 열어보니 후배에게서 이런 메시지가 와있다.

"즐점하세요^^"

누구나 이 메시지의 의미를 알 것이다. '즐겁게 점심을 먹으라'는 메시지에 웃음을 뜻하는 이모티콘(^^)을 곁들였다. '즐점'은 SNS에서 즐겨 쓰는 축약어로 '즐거운 점심'을 의미한다. 그럼 이 카톡을 문장으로 다시 써보자.

"즐거운 점심 하세요. 호호!"

흠잡을 데 없이 완전한 문장이다. 이모티콘이나 축약어 등 다양한 기호들이 글자를 대신하기는 하지만, 이런 것들이 글자와 어우러져 문장의 꼴을 이룬다. 주어나 목적어가 빠진 문장을 보낼 때도 있지만, 이때도 그냥 빠뜨리는 것이 아니다. 카톡을 받는 상대방이 빠진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때만 의도적으로 생략한다. 그러니 카톡 메시지는 소통의 기능을 온전히 하는 '완전한 문장'인 것이다.

우리는 카톡을 통해 이런 문장을 매일 수 개에서 많을 때는 수십 개씩 보낸다. 한 문장만 쓸 때도 있지만 두 문장, 아니 장문의 메시지를 보낼 때도 있다. 또 카톡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쓴다. 여기엔 그 어떤 차별이나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나 매일 글을 쓰고 있는 셈이다.

혹 '글을 쓰고 있다'는 말에 논리의 비약이 지나치다고 반박할지 모르지만, 글이란 게 별 건가. 문장이 여럿 모이면 그게 글이 아닌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문장 모음'이 글이다.

글이 무엇인지 쉽게 설명한 작가 이태준의 <문장 강화> 한 구절을 보자.

"'벌써 진달래가 피었구나!'를 소리 내면 말이요, 써놓으면 글이다. 본 대로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하듯이, 본 대로 생각나는 대로 문자로 쓰면 곧 글이다."

말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늘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말도 글도 모두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목소리와 문자)이 다를 뿐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말을 그대로 문자로 표현하면 뭘까. 그게 바로 글이다. 그러니까 글이란 게 바로 우리의 말글살이 그 자체라는 것이다.

물론 말을 문자로 옮기거나 카톡 할 때 쓰는 글과 지금 우리가 생각하려고 하는 글과는 개념의 차이가 있다는 것 안다. 하지만 이 둘의 근본은 같다. 다만 방식과 형식에 따라 달리 표현되는 것일 뿐이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왜 다른지에 대해 간단하게 짚어보고 넘어가자. 가령, 물을 접시와 대접에 담는다고 해보자. 액체 상태의 물을 대접에 담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반면 접시는 액체 상태의 물을 거의 담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얼려 담으면 된다. 즉 고체 상태로 담는 것이다.

물론 카톡은 보통 두어 줄에 불과하고, 글은 상황에 따라 분량이 상당한 만큼 시작하는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글이든 한 문장에서 출발한다. 한 꼭지의 글은 그 한 문장이 다음 문장, 또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또 한 꼭지 두 꼭지가 모이면 책이 된다.

그러니 글쓰기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자. 책 쓰기가 남의 나라 얘기라고 생각하지 말자.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차차 알아보겠지만, 여러분의 마음가짐에 따라 글도 쓰고 책도 낼 수 있다.

* 다음은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해 알아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조성일의 글쓰기 충전소'에도 실었습니다.



태그:#글쓰기, #자서전쓰기, #글쓰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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