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글을 생생하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 쓰는 이라면 누구나 이 고민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나는 지난 번 글에서 '구체적으로 쓰기'와 '설명보다는 묘사'가 그나마 생생함을 더해준다고 얘기한 바 있다. 오늘은 다른 방법을 하나 소개해보려고 한다.

글 쓸 때 뜬구름을 백번 잡아본들 한 번의 경험담을 쓰는 것만 못하다는 것쯤은 글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안다. 그렇다면 오늘 설명하려고 하는 명제 역시 이미 그 실체를 드러낸 셈이데, 바로 문장 속에 경험을 녹여 넣자는 것이다.

여기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약간의 사전 설명부터 하고 넘어가야겠다. 글쓰기 문제를 다룰 때 '글감'으로 '경험'을 다루라고 권한다(이 역시 아주 생생하고 설득적인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지금 내가 설명하려고 하는 것은 경험을 글감으로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면서 문장 속에 자신의 경험을 녹여 넣으라는 것이다. 내 설명력이 부족함을 느끼지만 눈 밝은 독자는 내 의도를 쉽게 눈치 챘을 것이다.

경험에는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이 있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직접 경험은 자신이 직접 겪어본 것이고, 간접 경험은 직접 겪지는 않고 다른 사람이 겪은 것을 말한다. 간접 경험을 하는 방법에는 경험을 한 사람에게서 직접 얘기를 듣거나, 책이나 텔레비전, 신문 등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것이 있다.

물론 살아가면서 모든 일을 다 경험하기는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그래서 직접 경험 못지않게 간접 경험이 중요하게 된다.

지난 번 글에서 예로 들었던 '점심시간 풍경'을 갖고 글 속에 경험을 녹여 넣는 것에 대해 설명해보자. 이해를 돕기 위해 그 예문을 다시 사용한다.

"시곗바늘이 오전 11시 반을 가리키자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 눈치를 보내기 시작했다.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고 눈빛만 봐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이때 김 대리가 '점심 먹으러 갑시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도 거의 리얼타임으로 용수철 튕기듯 일어나 김 대리의 꽁무니를 좇았다. 오늘 점심 메뉴는 김치찌개다. 제 시간에 오면 줄서야 하는데 오늘은 조금 일찍 온 탓이 마지막 한 개 남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 식당은 메뉴를 고를 것도 없이 단일메뉴다. 그래서 자리에 미처 앉기도 전에 김치찌개 냄비가 가스버너 위에 올려졌다. 잔뜩 기승을 부리는 시퍼런 가스불에 금세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라면사리를 들고 끓기를 기다리던 막내가 잽싸게 뚜껑을 열고 라면사리를 넣은 다음 뚜껑을 덮었다. 이제 한소끔만 끓어 넘치면 먹을 수 있다. 그 시간을 기다리기 힘들다는 듯 배에서 꼬르륵 하고 다시 신호를 보낸다. 드디어 먹는다. 우선 라면사리부터 떠서 각접시에 담기도 전에 입으로 가져가 후르륵 한다. 맛있다. 배가 빵빵해졌다."

이 글을 읽어보면 경험하지 않고는 쓸 수 없는 표현이 곳곳에 스며있다. 그런데 이 묘사 위주의 글도 경험담이 좀 더 녹아들어간다면 보다 생생해질 수 있다.

"나는 오전 11시 반만 되면 급격히 당이 떨어진다. 아침밥을 굶은 노총각 김 대리도 나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 시간이면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 눈치를 보내기 시작했다.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고 눈빛만 봐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이때 김 대리가 '점심 먹으러 갑시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도 거의 리얼타임으로 용수철 튕기듯 일어나 김 대리의 꽁무니를 좇았다. 오늘 점심 메뉴는 김치찌개다. 볼 때마다 그 식당은 11시 반부터 줄서기 시작한다. 그래서 좀 일찍 가야 먹을 수 있다. 오늘은 조금 일찍 온 탓이 마지막 한 개 남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 식당은 메뉴를 고를 것도 없이 단일메뉴다. 그래서 자리에 미처 앉기도 전에 김치찌개 냄비가 가스버너 위에 올려졌다. 잔뜩 기승을 부리는 시퍼런 가스불에 금새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라면사리를 들고 끓기를 기다리던 막내가 잽싸게 뚜껑을 열고 라면사리를 넣은 다음 뚜껑을 덮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라면사리는 조금 덜 익은 것이 맛있기에 이제 한소끔만 끓어 넘치면 먹을 수 있다. 그 시간을 기다리기 힘들다는 듯 배에서 꼬르륵 하고 다시 신호를 보낸다. 드디어 먹는다. 우선 라면사리부터 떠서 각접시에 담기도 전에 입으로 가져가 후르륵 한다. 맛있다. 배가 빵빵해졌다."

이 예시글에 세 군데(굵게 표시한 부분)에 걸쳐 경험담을 넣었다. 어떤가. 오전 11시 반만 되면 "당이 떨어진다"는 자신의 경험에 기반하여 배가 몹시 고프다는 사실을 표현하고 있다. 김 대리의 경우는 전해들은 간접 경험이다.

'사람이 많다'는 것 역시 "볼 때마다 그 식당은 11시 반부터 줄서기 시작한다"는 표현을 넣어 직접 목격한 사실임을 말한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라면사리는 조금 덜 익은 것이 맛있다"는 표현도 "매번 느끼는 것"이라는 표현을 통해 여러 번 먹어본 결과 그렇더라는 경험으로 사실성을 높여준다.

같은 표현이라도 이렇게 경험담을 문장 속에 녹여 넣으면 글이 진실되게 보인다.

물론 경험담이라 해도 과장하면 되레 아니함만 못하게 된다. 경험담을 얘기하다보면 분위기에 취해 과장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내가 해봤는데..."는 글을 보다 생생하고 진실 되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조성일의 글쓰기 충전소'에도 포스팅했습니다.



태그:#글쓰기, #경험으로 쓰기, #생생한 글쓰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