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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까.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이뤄질 때까지 알 수 없다. 하지만 17차례 변론에서 이뤄진 26차례의 증인 신문에서 재판관들이 한 질문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재판관들이 어떤 탄핵 사유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더 나아가서는 탄핵 사유에 대한 입장도 엿볼 수 있다. <오마이뉴스>는 재판관들의 질의응답 전문을 분석했다. 그 내용을 차례로 보도한다. - 편집자 말

박한철 헌재소장이 퇴임한 가운데 이정미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이 참석한 가운데 1일 오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공개변론이 열렸다. 김창종 헌법재판관.
▲ 탄핵심판 참석한 김창종 재판관 박한철 헌재소장이 퇴임한 가운데 이정미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이 참석한 가운데 1일 오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공개변론이 열렸다. 김창종 헌법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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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안홍기, 선대식, 김성욱, 배지현, 김도희

최근 대통령 탄핵 각하설이 나돌고 있다. '찌라시'에는 헌법재판관 4명이 탄핵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 재판관의 이름은 나오진 않지만, 이념적 성향을 감안하면 김창종 재판관의 이름이 제일 먼저 언급된다.

김창종 재판관은 8명의 헌법재판관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성향으로 평가된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2014년 4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헌법재판관들의 표결로 이념적 성향을 분석한 결과, 김창종 재판관이 가장 보수적이었다.

경북 구미 출신인 그는 평생 대구·경북 지역을 떠난 일이 거의 없다. 대구에 있는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대학원에서 공부했고, 1985년 9월 대구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된 이래 대구·경북 지역의 법원에서만 일했다. 2012년 8월 양승태 대법원장에 의해 헌법재판관에 지명된 후에야 서울로 올라왔다.

김창종 재판관은 5.16 쿠데타와 유신헌법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밝히는 것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는 2012년 9월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5.16 쿠데타와 유신헌법 견해를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이분법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 "나름대로 소신은 있지만,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재판관은 야당 의원들의 계속된 질문에 "군사적 동원에 의한 비정상적인 정권..."이라고 말했다가, 곧 "제가 쿠데타라고는 단정 짓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가장 보수적인 재판관, 질문은 날카로웠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김창종 재판관은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김 재판관은 17차례 변론에서 이뤄진 26차례의 증인 신문에서 단 2차례만 입을 열었다. 이는 조용호 재판관과 함께 가장 적은 횟수다.

그렇다면, 질문 내용은 어땠을까. 지난 1월 19일 7차 변론에서 김 재판관은 최순실씨에게 단순 참고용으로 정부 인사 문건을 보냈다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증언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인사 문건을 보내준 뒤, 당초 내정된 인사가 교체된 배경을 캐물었다. 최순실씨가 인사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김 재판관은 또한 1월 12일 4차 변론에서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증언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의 행적에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영선 행정관이 박근혜 대통령 수행업무를 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으로 읽힌다.

김창종 재판관의 이념 성향을 근거로 그가 탄핵 기각·각하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그의 날카로운 질문을 뜯어보면 이 같은 주장은 탄핵 반대 세력 쪽의 희망 사항으로 보인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왜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1월 19일 오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7차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기위해 도착하고 있다.
▲ 정호성 전 비서관, 헌재 증인 출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1월 19일 오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7차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기위해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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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종 재판관은 정호성 전 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최순실씨에게 문건을 건넨 경위를 물어보면서 "설문이나 말씀자료의 경우에는 최서원씨로부터 좋은 문장이나 표현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 그리했다는 건 이해가 된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옹호하려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았다. 이어지는 질문은 날카로웠다. 김 재판관은 정 전 비서관에게 국가정보원 2차장 후보자 5명, 기조실장 후보자 3명의 명단을 최씨에게 건네준 이유를 물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순실씨와 '뭐 어떻게 돌아가느냐'는 그런 취지의 통화가 아마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답했다.

이어 김 재판관은 정부 인사 문건을 받은 최씨의 역할을 캐물었다. 그는 우선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단수 후보의 이름이 적힌 정부 인사 문건을 보내준 뒤, 최종 발표 때 바뀐 사례를 끄집어냈다. (1월 19일 탄핵 심판 7차 변론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김창종 재판관 : 근데 왜 정작 발표할 때는 바뀐 사람이...
정호성 전 비서관 : 그중에 일부는 개인 프라이버시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지만, 일부는 검증에서 조금 곤란하다는 그런 게 있어서 마지막에 바뀌었습니다.

김창종 : 아니 대통령께서 발표할 내용을 불러주셨는데, 검증도 안 하고 발표를 불러주시나요?
정호성 : 아니 그...

김창종 : 사전에 검증을 했을 거 아닙니까.
정호성 : 사전에 다 검증을 했는데, 논의과정에서 대통령께서는 이렇게 할 거다라고 하셨는데 논의과정에서 맨 마지막에 그래도 조금 위험하다 해서 이런 식으로 해서 조금...

김창종 : 누구하고 논의하나요?
정호성 : 네?

김창종 : 어떤 분하고 논의하나요?
정호성 : 아마 민정수석하고 의논했을 겁니다.

김창종 : 그러면 뭐 사전에 검증을 안 했단 이야기네.
정호성 : 그러니까 검증을 다 했는데 그중에서 아까 말씀하신 어떤 분은, 저도 기억합니다. 좀...

김창종 : 이렇게 중요한 인사를 마지막 한 명까지 다 발표할 사람까지 불러주면서, 그러면 사실 검증이 제대로 안 됐거나 안 했거나, 그런 거 아니겠어요?
정호성 : ...

박 대통령 수행 비서관에게 "잘 모르시는군요" 지적도

이영선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이 1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4차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이영선 행정관 헌재 증인 출석 이영선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이 1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4차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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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종 재판관은 이영선 행정관을 상대로 세월호 참사 당일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우선 박 대통령이 오전에 미용을 했는지 물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오후까지 세월호 참사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이유를 밝히기 위한 질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영선 행정관은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1월 12일 탄핵 심판 4차 변론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김창종 : (2014년) 4월 16일(과 관련해) 지난번에 윤전추 증인(청와대 행정관)이 와서 이야기하기는, 오후에 미용사를 데리고 와서 한 20분간 (박 대통령) 머리를 손질하고 또 태워줬다 그러거든요. 그러면 (미용사들이) 오전에는 온 적은 없습니까?
이영선 : 네.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김창종 : 증인은 본 적이 없고?
이영선 : 네.

김창종 : 보통 그러면 관저에서 근무하실 때는 오전에는 피청구인이 직접 머리 손질을 하시는 건가요?
이영선 : 제가 직접 하시는 걸 본 적은 없으나, 통상적으로 알기에는 직접 하실 때도 있으십니다.

김창종 : 네, 잘 모르시는군요.
이영선 : 네.

또한, 이영선 행정관이 그날 오후 5시 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방문한 박 대통령을 수행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영선 행정관은 "따로 업무가 있어서"라는 이유를 댔다.

김창종 : 증인이 피청구인의 수행 업무와 공식 업무를 주로 하신다고 했는데, 그러면 4월 16일 증인은 (박 대통령이) 중대본에 갈 때 수행을 안 하셨잖아요. 그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영선 :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한테 따로 업무가 있어서 그걸 챙기느라 그때 수행을 안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김창종 :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고요?
이영선 : 네.


태그:#헌법재판관 질문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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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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