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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까.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이뤄질 때까지 알 수 없다. 하지만 17차례 변론에서 이뤄진 26차례의 증인 신문에서 재판관들이 한 질문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재판관들이 어떤 탄핵 사유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더 나아가서는 탄핵 사유에 대한 입장도 엿볼 수 있다. <오마이뉴스>는 재판관들의 질의응답 전문을 분석했다. 그 내용을 차례로 보도한다. -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14차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 14차 변론 참석한 강일원 주심재판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14차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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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안홍기, 선대식, 김성욱, 배지현, 김도희

바야흐로 '강일원 신드롬'이다.

대통령 탄핵 심판의 주심 강일원 헌법재판관은 스타다. 누리꾼들은 강일원 재판관이 증인의 거짓말이나 모순을 밝혀내기 위해 던지는 송곳 질문에 환호했다. 그의 활약상을 담은 영상은 큰 청량감을 준다는 뜻의 '핵사이다'라는 수식어가 붙은 채 인터넷에 널리 퍼졌다.

누리꾼들은 그를 '질문의 신', '핵존멋 판사', '소름 돋는 천재' 등으로 부른다. 강일원 재판관이 사건의 핵심을 캔다면서, '염증을 캔다'는 홍보문구를 내세운 한 소염진통제에 빗대 '케토톱 재판관'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 대리인단은 그가 대통령 탄핵 심판을 불공정하게 이끌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평우 변호사는 2월 22일 16차 변론에서 강 재판관을 향해 "오해에 따라서 청구인의 수석 대리인이 되는 것이다. 법관이 아니다"라며 막말을 했다.

그 근거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댔다.

"강일원 재판관은 증인신문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그런데 분석을 해봤더니, 피청구인(대통령) 쪽 증인에 대해서 주로 물었다. 청구인(국회) 쪽 증인에 대해서 별로 질문을 안 했다. 피청구인 증인에 대해서는 일단 시작이 비난이다. '앞뒤 말이 맞지 않는다'는 게 시작이다."

강일원 재판관에 반박하던 증인은 왜 "죄송하다" 했나

강일원 재판관은 대통령 쪽이 신청한 증인에게 정말 비난 조로 첫 질문을 던졌을까. <오마이뉴스>는 강일원 재판관이 증인을 상대로 한 질문을 모두 살펴봤다. 그는 26차례 증인 신문 가운데 24차례 증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강일원 재판관은 대부분 점잖은 모습을 보였다. 최순실씨에게 던진 첫 마디도 "간강도 안 좋은데, 장시간 고생하시네요"였다. 다만 단 한 차례 예외가 있다. 강 재판관은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자 증인, 저를 잠깐 좀 보시죠. 지금 증인 말씀을 들어보면 일관성이 없습니다"라는 가시 있는 말을 건넸다.

김평우 변호사 말대로 근거 없는 비난이었을까. 실제 정동춘 전 이사장은 "어떤 면에서 일관성이 없느냐"며 반문했다.

강 재판관이 정 전 이사장의 증언에 일관성이 없다고 한 이유부터 살펴보자. 정 전 이사장은 최순실씨와 상의해 K스포츠재단을 운영했다고 말하면서도, 재단을 장악한 것은 고영태 일당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이사장은 모순되는 말을 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곧 강 재판관의 '사이다 타임'이 진행됐고, 결국 정 전 이사장은 "죄송하다"라고 말해야 했다.

정동춘 K스포츠재단 전 이사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정동춘 K스포츠재단 전 이사장, 헌재 탄핵심판 출석 정동춘 K스포츠재단 전 이사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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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6일 탄핵심판 14차 변론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

강일원 : 최서원씨가 전화를 하면 그다음에 또 안종범 수석이 같은 취지의 얘기를 하니까 최서원씨 이야기대로 일을 진행하셨다, 이런 취지이신 거죠?
정동춘 : ... 참고했습니다. 

강일원 : 참고나 뭐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아까 또 뭐라고 하셨느냐 하면, 'K스포츠재단 정관 등을 보고 목적이 굉장히 좋다. 그리고 이 정도 일이라면 단순히 어떤 기업체가 후원해서 되는 일은 아니고, 국가적 사업으로 봤다'(라고 했습니다). 그다음에 안종범 수석이 또 연락해서 정현식도 소개하고, 당연히 저 같은 경우라도, 아무리 경험이 없으셨더라도 이거는 전경련이, 기업들이 출연했지만, 국가적 사업을 수행한다 이렇게 이해하셨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죠?
정동춘 : 네. 맞습니다. 

강일원 : 그리고 최서원씨 얘기도 최서원 개인의 얘기가 아니라,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뭔가 윗선의 얘기를 전달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셨다는 것이고요? 
정동춘 : 어느 정도는.

강일원 : 예. 그리고 그 윗선이. 그러니까 아까 그 질문이었는데 그 윗선이 그 당시에 '아 이건 안종범 수석의 뜻이구나' 이렇게 생각하신 거예요, 아니면 어떤 청와대의 어떤 조직의 생각이구나, 아니면 피청구인의 생각이구나, 뭔가 생각이 있으셨을 거 아니에요? 그 당시는 뭐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정동춘 : ...

강일원 : 그 당시에요.
정동춘 : 국가적 사업이니까 대통령의 뜻일 수도 있고요, 아니면 뭐 담당 비서관의 뜻일 수도 있고. 아니면 해당 부서 예를 들면 문체부의 뜻일 수도 있다..., 하여튼 종합돼서 전달이 되는가보다 생각했습니다.

강일원 : 그 당시에는 국가적 사업으로 청와대가 개입해서 하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셨겠네요.
정동춘 : 반드시 그런 의지가 포함돼야 되겠죠.

강일원 : 그러면 이제 이해가 됩니다. 지금의 기억하고 그 당시 기억이 혼재돼서 말씀하셔서, 일관성이 좀 없으셨어요. 근데 지금은 이제 좀.
정동춘 : 죄송합니다.

한번 물면 놓치지 않는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16차 변론에 참석해 증인신문을 마친 뒤 대심판정을 나서고 있다.
▲ 헌법재판소 증인신문 마친 안종범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16차 변론에 참석해 증인신문을 마친 뒤 대심판정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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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 탄핵심판 16차 변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강일원 재판관은 안종범 전 수석을 상대로 질문을 던져, 정동춘 전 이사장이 숨기고 있는 사실을 밝혀냈다.

정 전 이사장 증인 신문 때 2016년 10월 20일 정 전 이사장과 안종범 수석의 전화통화 내용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당시 안종범 수석이나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은 그에게 K스포츠재단 이사장직 사퇴를 요구했고, 최순실씨는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정 전 이사장은 강일원 재판관의 관련 질문에 "(3명의 입장이 통일될 수 있도록) 좀 클리어해달라 하고 각하께 얘기해달라는 말을 나눈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종범 전 수석은 정 전 이사장이 최순실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를 언급했다고 실토했다.

강일원 : 증인께서 말씀하시는데도 정동춘 이사장께서는 최서원씨의 뜻을 확인해야 된다든지, 그렇게 반발했었나요, 아니면 그 통화 때는 알겠습니다, 이렇게?
안종범 : 통화할 땐 기본적으로 알겠다고 하면서 그 내용을 대통령한테 좀 얘기해달라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그 상황을 왜 대통령한테 제가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면서) 그건 거절했던 것 같습니다. 

강일원 : 정동춘씨가 증인한테 대통령 뜻을 확인해 달라?
안종범 : 네, 대통령에게 말씀을 드려서 이 사실을 최서원씨한테 전달되도록 해달라고 해서 제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나. 저는 최순실이란 분도 모르고, 그 사실을 대통령한테 한 번도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는데 대통령께 어떻게 이야기를 하나, 그냥 원래대로 사퇴하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강일원 : (정동춘 전 이사장이) 오히려 대통령께 말씀드려서 최서원씨에게 전달되게 해 달라 이렇게 얘기했다는 겁니까?
안종범 : 네, 제 기억으로는 그랬던 거 같습니다.

송곳 질문에 백기 투항

강일원 재판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입김에 따라 KD코퍼레이션, 더블루케이, 플레이그라운드와 같은 업체가 대기업과 계약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고, 이동수·신혜성씨의 KT 취업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두고 안 전 수석에게 질문을 던졌다. 안 전 수석은 백기 투항했다.

강일원 : 예컨대 대통령께서 뉴스 같은 걸 보시다가 어떤 친환경 기업이, 참 유망한 기업이 있다, 이런 걸 보고 그럴 거 같아요. "자 경제수석, 이렇게 좋은 기업이 있다니 여기 좀 지원해줘라"라고 하면, 당연히 경제수석실 입장에서는 언론보도나 아니면 책만 보고 바로 시행할 순 없는 것이고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KD코퍼레이션 경우처럼 어느 정도는 확인해보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안종범 : 플레이그라운드는 제가 직접 대통령께서 어디 연결시켜주고 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건 대통령이 아마 독대 때 직접 회장한테 아마 이야기하신 거 같고요.

강일원 : 그렇죠. 팸플릿은 안 보셨다는 거니까?
안종범 : 예.

강일원 : 더블루케이는요?
안종범 : 더블루케이는 스포츠 마케팅 전문회사라고 말씀하셔서. 그 당시는 제가 기억이 나진 않지만, 검색을 한번 해봤던 거 같은데 안 나오기에, 저는 그냥 대통령께서 어디서 잘 아시는, 어디서 들으신 기업이다 싶어서, 굉장히 유망하고 유능한 기업이라고 이야기하시기에, 제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연결만 시켜줬습니다.

강일원 : 아무리 그래도 결과적으로 대통령께서는 아주 유명한 우수기업이라고 믿고 이렇게 일을 했더니, 직원이라고는 고영태하고 여직원 하나밖에 없는 그런 회사라는 게 밝혀졌거든요. 그리고 증인께서도 인터넷에도 없는 회사인데 대통령이 말씀하셨다고 비서실에서 확인 안 합니까?  
안종범 : 만약에 그 기업이 제 소관과 관련된 기업이면 몰라도 문화 쪽이기 때문에 제가 그 당시에 구체적으로 파악을 못 했다라고 했던 점은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 점은 나름대로 아까도 아쉽다고 말씀 올린 게 그런 점이었습니다. 

강일원 : 아니 그러니까, 저는 이게 시스템이 이상해서 그런데, 그런 문제가 생기면 예컨대 교문실이라든지 문체부라든지 이렇게 확인해보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본인 업무 소관이 아니면?
안종범 : 나중에 한번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더블루케이에 대해서는 교문수석이 자기도 한번 얘기를 드렸다고 이야기를 들어서 저는 그냥 지나갔던 거 같습니다. 

강일원 : 뭐라고 얘기 드렸다고 하십니까?
안종범 : 대통령한테 얘기를 들었다고.

강일원 : 아, 들었다고?
안종범 : 예.

강일원 : 교문수석도 들었다고 하니까 그냥 넘어가신 거군요
안종범 : 예.

강일원 : 마지막 질문이 되겠습니다. 지금 아까 신혜성씨 이런 분들 이름이 나와서 그런데요. 지금 이제 이동수씨하고 신혜성씨를 KT 이런 데 취업하는데 지금 증인이 말씀하셨잖아요.
안종범 : 예.

강일원 : 우수기업에 대해서 중소기업을 지원해주라는 거는 충분히 국가에서 할 수 있는 일일 것 같습니다. 물론 중소기업 지원에 따른 경쟁기업에 따른 불이익은 있을 수 있지만, 뭐 그런 일이 있는 거 같은데 이렇게 개인 사인을 사기업체에 취업시키는 것도 청와대에서 이렇게 알선해주고 지원해줍니까?
안종범 :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당시에 대통령께서 이동수라고 하는 분이 문화융성위원인지 잘 모르지만, 굉장히 유능하신 분이기 때문에 KT에서 활용하면 좋겠다면서 추천을 할 수 있으면 한번 해보라고 해서, 그래서 제가 그 당시에 (황창규 KT) 회장한테 대통령 말씀을 듣고 이동수씨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은 대통령의 추천에 의해서 제가 말씀드린 거는 맞지만, 그런 사례들은 별로 없었다고는 알고 있었습니다.

강일원 : 상식에 좀 안 맞는 것 같아서. 역시 피청구인이 말씀하셨기 때문에 이동수, 신혜성씨 이런 분들에 대해서 예컨대 검증하거나 이런 일은 없었나요?
안종범 : 이동수라는 분은 어디 행사장에서 만났고, 그 당시에 인사하면서 문화계 사람한테 물어보고 했었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다', '광고계의 굉장히 독보적인 사람'이라는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강일원 : 신혜성씨는요?
안종범 : 신혜성씨는 제가 파악을...

강일원 : 파악은 안 하시고, 그냥 (대통령이) 말씀하시니까 소개만 하셨군요.


태그:#안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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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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