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9연승을 포함 15경기(12승 3무) 연속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다. 폴 포그바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마이클 캐릭과 안데르 에레라가 중심이 된 미드필더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까닭이다.

물론 이것이 맨유의 상승세의 전부는 아니다. 맨유의 상승세에 보이지 않은 역할을 하는 선수가 있다. 교체로 출전하건 선발로 나서건 자신의 모든 걸 쏟고, 어느 위치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후안 마타의 헌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첼시 시절 조제 무리뉴 감독과 궁합이 맞지 않아 팀을 떠났던 마타는 무리뉴 감독과 재회한 맨유에선 제1의 옵션으로 거듭났다. 이제 마타는 맨유 승리의 파랑새가 됐다.

1. 악연의 시작 첼시에서 만난 무리뉴와 마타

무리뉴 감독과 후안 마타는 줄곧 사이가 좋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이 있는 곳에 마타의 자리는 없었다. 둘의 악연은 첼시에서부터 이어졌다.

마타는 발렌시아를 떠나 2011년 첼시로 이적했다. 마타는 곧바로 첼시의 에이스가 됐다. 첼시는 왼발의 마법사의 도움으로 FA컵, 챔피언스리그(UCL), 유로파리그(UEL) 트로피를 차지했다. 2년 연속 첼시 올해의 선수상 역시 마타의 몫이었다.

변화가 찾아왔다. 2013년 6월 스탬포드 브릿지(첼시 홈구장)에 '해피 원' 무리뉴 감독이 돌아왔다. 무리뉴 감독의 첼시 복귀는 모든 이들의 환영 받았다. 실제로 타 팀 팬들 역시 무리뉴 감독의 복귀는 프리미어리그를 흥미롭게 만든다며 '해피 원'을 반겼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스토리가 전개됐다. 첼시를 2년 연속 살린 마타에 불똥이 튀었다. 스피드가 좋고, 수비 능력이 좋은 2선 선수를 선호하는 무리뉴 감독의 특성과 맞지 않는 마타게 자리는 없었다. 마타의 빈자리는 오스카가 대신했다.

2년 연속 팀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마타를 투입하지 않는 것은 팬들의 불만으로 이어졌지만 무리뉴 감독은 단호했다. "마타는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뛰는 법을 익혀야 한다"며 마타를 전술적 이유로 기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마타를 대신한 오스카가 발군의 활약을 펼치자 마타는 그렇게 잊혀졌다. 2014년 1월 그렇게 쫓기듯 마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떠났다.

2. 맨체스터에서 또다시 재회

마타는 맨유로 이적한 이후 새로운 에이스가 됐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피지컬을 보강했고, 자신의 강점인 패싱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차이를 만드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맨유는 부진을 이어갔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한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과 루이스 판 할 감독 모두 맨유의 위상에 걸맞은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결과 불과 2~3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첼시맨' 무리뉴 감독이 맨유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무리뉴 감독과 마타가 또 한 번 재회했다. 무리뉴 감독이 맨유 감독으로 부임하자 언론은 두 사람의 과거를 조명했다. 마타의 이적설도 제기됐다. 그때마다 마타는 "팀에 남아 도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적어도 시즌 전까지 마타의 자리는 없어 보였다. 리그 개막 직전 전 시즌 우승팀 레스터시티와 치른 커뮤니티실드에서 무리뉴 감독은 후반 마타를 투입했고 다시 한번 불러들였다. 마타가 뛴 시간은 고작 30분이었다. 무리뉴 감독이 선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무리뉴 감독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필요했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파멸로 이를 것 같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마타의 헌신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본래 패싱력과 기술의 강점이 있던 마타는 무리뉴 감독이 선택할 때마다 무리뉴 감독에 맞춘 플레이로 화답했다. 중앙 미드필더와 2선의 측면 위치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는 전방 압박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단점을 상쇄했다.

그 결과 첼시 시절 무리뉴 감독에 철저히 외면받았던 마타는 올 시즌 리그에서만 15경기에 나서며 무리뉴 감독의 공격 옵션으로 인정받았다.

3. 승리를 부르는 파랑새로 거듭난 마타

마타의 활약에 무리뉴 감독이 미소 짓고 있다. 올 시즌 마타는 9번의 공식 경기에서 득점 포인트(7골 3도움)를 기록했는데, 이 경기에서 맨유는 압도적인 성적(8승 1무)를 거뒀다. 7골 중 4골이 결승골일 정도로 순도가 높은 득점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맨유 입성 이래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마타는 리그에서 4골 2도움을 기록 중인데, 맨유 입성 이후 최고의 활약을 보였던 2014-2015시즌 9골 4도움과 비슷한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비단 공격 포인트뿐만 아니다. 마타가 맨유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높아졌다. 마타는 현재 팀에서 3번째로 많은 24번의 찬스 메이킹을 기록 중이다. 가장 많은 기회를 만든 포그바(37)와 즐라탄(31)에 미치진 못하지만 1800여 분씩 뛴 두 선수에 비해 출전 시간이 절반 정도(968분)밖에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선수가 수십 년 뛰어온 자신의 방식을 바꾸긴 쉽지 않다. 특히 한 차례 외면받았던 지도자의 마음을 바꾸기란 더더욱 어렵다. 마타는 최고의 위치에 섰지만 팀을 위해 그리고 뛰기 위해 헌신했고 피나는 노력 끝에 새로운 선수로 거듭났다.

분명한 건 마타의 헌신이 없었다면 맨유의 9연승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이종현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fff156)에도 게재합니다.
무리뉴 맨유 마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