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으로 유명한 '닛폰 애니메이션' 사의 새 영화 <신밧드 더 무비>가 국내 관객을 맞이한다.

<빨간 머리 앤>으로 유명한 '닛폰 애니메이션' 사의 새 영화 <신밧드 더 무비>가 국내 관객을 맞이한다. ⓒ (주)얼리버드픽쳐스


소설가 안정효는 문학과 영화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문학은 영화의 환상을 만들어주는 원자재이다. 영화는 많은 경우에 문학 작품을 모태로 삼아 태어나기 때문에 문학은 원료이고 영화는 가공품인 관계를 맺는다. 문학은 영화라는 밥을 짓도록 많은 쌀을 제공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문학 작품 중의 하나인 <아라비안나이트>도 많은 영상 작품에 원료를 제공했다. 1001일 동안 들려준 이야기 중에 '신드바드'가 경험한 7번의 항해는 특히 인기가 좋은 소재였다.

할리우드산 신드바드의 모험담으론 특수효과의 거장인 레이 해리하우젠의 기술이 돋보였던 <신밧드의 7번째 모험> <신밧드의 대모험> <신밧드의 대모험 호랑이 눈알>이 유명하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신밧드-7대양의 전설>도 친숙한 이름이다. 1980년대 이후 몇 차례에 걸쳐 TV에서 방영한 바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아라비안나이트 신밧드의 모험>을 기억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글자에서 영상으로 옮겨진 모험의 대명사 신드바드는 시대를 초월하여 계속 사랑을 받았다.

<꼬마자동차 붕붕> <미래소년 코난>과 세계명작극장 시리즈인 <플란다스의 개> <빨강머리 앤> 등으로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명가 '닛폰 애니메이션'이 창사 40주년을 기념하며 선보인 <신밧드 더 무비>도 신드바드의 모험을 이야깃거리로 삼고 있다. 하지만, <아라비안나이트 신밧드의 모험>처럼 원작에 충실한 천일야화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신밧드 더 무비>는 새로운 세계로 향하면서 겪게 되는 모험과 성장이란 테마는 가져오되 이야기는 완전히 새롭게 썼다.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경고

 마법의 힘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마법의 힘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주)얼리버드픽쳐스


신밧드(송영인 목소리)가 마법의 힘을 노리는 세력에게 쫓기는 마법 부족의 공주 사나(방지원 분)와 마주치면서 <신밧드 더 무비>의 모험담은 시작한다. 영화는 마법, 램프, 하늘을 나는 말과 양탄자, 비밀스러운 섬, 거인, 거대한 새, 바다, 배, 의상 등 <아라비안나이트>에서 익히 보았던 요소들을 가득 넣었다. 하지만, 전개는 신밧드가 겪은 7번의 항해와 상관이 없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마법과 과학이 충돌하는 <신밧드 더 무비>의 세계관은 도리어 자연과 기계를 대비시키는 <미래소년 코난>을 떠올리게 한다. 마법으로 움직이는 기계는 마치 스팀펑크의 변형을 보는 듯하다.

신밧드는 사나와 우연한 만남으로 인하여 라자크 선장이 이끄는 바하르호에 몸을 싣게 된다. 영화에서 바하르는 "넓은 바다", 신밧드는 "인도의 바람"이란 뜻이라고 설명된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넓은 바다로 여행하는 사나와 라자크 선장은 신밧드란 바람으로 마음의 변화를 일으킨다.

모험이 주었던 꿈을 상실했던 라자크 선장은 신밧드의 호기심 어린 태도와 바다를 향한 동경을 보며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이들에게 괴물 취급을 받고, 마법이 사람을 죽이는 힘으로 악용되는 광경을 목격한 사나는 마음의 문을 닫은 상태였다. 사나는 신밧드와 바하르호의 선원들의 희생을 보며 다시 타인에게 마음을 연다.

마법과 과학의 조화로 나은 삶을 꿈꾸었으나 욕망으로 훼손되는 과정을 목격한 사나의 아버지는 마법 과학을 버리자고 말한다. 사람들은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버릴 수 없다고 반발한다. 이것은 지구촌을 향한 주의이기도 하고, 3.11 대지진이 초래한 원전 사고를 향한 우회적 경고로도 읽을 수 있다. 마법 무기로 쌓인 왕국은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의 현주소와 겹쳐진다.

더 나은 내일을 향하여

마법 과학이 기성세대에게 향한다면 마법 과학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갈리프와 신밧드의 논쟁은 다음 세대를 향한 걱정스러운 눈길이다. 기계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갈리프는 경험 따윈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에겐 기계를 통해 더 빨리, 더 많이 얻은 지식과 정보만이 중요할 뿐이다. 신밧드는 이곳에 오지 않으면 추위를 알 수 없다고 말하면서 배를 타고 여행하는 건 힘들었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반문한다. 영화는 기계에 의존하지 말고 많은 것을 직접 보고 느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신밧드 더 무비>는 <아라비안나이트>와 동떨어진, 무늬만 '신드바드'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뚜렷한 선악 구도와 인물의 단순한 행동은 성인의 눈높이엔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밧드 더 무비>의 메시지엔 호소력이 깃들어 있다. 사나가 돌아가야 할 곳은 우리가 가야만 하는 장소인, 공존이 숨 쉬는 '더 나은 내일'이란 섬을 의미한다. <신밧드 더 무비>는 다 함께 그곳을 향해 모험을 떠나자고 노래한다.

 <신밧드 더 무비>는 우리가 알고 있던 본래의 '신드바드' 이야기와는 궤를 달리 한다. 하지만 나름의 재미는 분명 있다.

<신밧드 더 무비>는 우리가 알고 있던 본래의 '신드바드' 이야기와는 궤를 달리 한다. 하지만 나름의 재미는 분명 있다. ⓒ (주)얼리버드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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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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