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조선청춘설화 <마녀보감>에서 저주로 얼어붙은 심장을 가진 마녀가 된 비운의 공주 서리 역의 배우 김새론이 2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JTBC 조선청춘설화 <마녀보감>에서 저주로 얼어붙은 심장을 가진 마녀가 된 비운의 공주 서리 역의 배우 김새론을 2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 이정민


데뷔작이 가장 충격적인 한국 배우의 목록을 만든다고 잠시 가정해본다. 그렇다면 그 안에는 의심의 여지 없이 김새론이 들어갈 것이다. 우니 르콩트 감독의 영화 <여행자>로 데뷔했을 때, 김새론은 열 살이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버려져 보육원에서 적응을 해야 하는 진희라는 인물을 맡아 연기했다.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온 예비 부모들에 의해 간택받은 아이들은 보육원을 떠난다. 그리고 남은 아이가 느끼는 외로움과 쓸쓸함. 진희를 연기한 김새론은 큰 눈에 진희의 외로움을, 여행자로 떠돌며 살 수밖에 없는 쓸쓸함을 담았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듯한 눈이었다.

김새론은 "상대적으로 다른 작품에 비해 <여행자>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어릴 때니 세세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데 첫 작품이고 처음으로 사람들을 만났으니까"라고 말한다. 그 이후로도 김새론은 만만치 않은 역할을 선택했다.

김새론이 가장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된 영화 <아저씨>(2010)의 소미는 '아저씨'에게 구출되는 소녀이기 이전에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지독히 가난하고 외로운 어린아이였다. 또 바비인형이 되고 싶은 철없는 동생을 둔 순영 역의 <바비>(2012)는 어떤가. 만신 김금화의 어린시절로 신병을 앓는 넘세(<만신>)나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여왕의 교실>(2013)의 우등생 서현, 일상적인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구원을 갈구하는 소녀 도희(<도희야>)까지 어느 하나 쉬운 선택은 없었다.

 JTBC 조선청춘설화 <마녀보감>에서 저주로 얼어붙은 심장을 가진 마녀가 된 비운의 공주 서리 역의 배우 김새론이 2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치 1인 2역을 했던 <마녀보감>의 서리(연희)처럼. 그는 연희가 자기 자신과 가장 닮은 캐릭터라 말했다. ⓒ 이정민


김새론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느냐는 말에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계속 생각이 난다거나 여운이 남거나 감정적으로 이입이 많이 되는 작품을 선택한다"고 답했다. 그가 성인 연기자로서 발돋움하게 된 JTBC <마녀보감>의 연희는 그간 그가 맡았던 어떤 캐릭터보다 "밝고 명랑해" 스스로와 닮았다고 생각하는 역할이었다. 그는 연희를 이해하기 위해 "그 역할 안으로 들어갔다."

저주에 걸린 공주 연희이자 마녀인 서리로 1인 2역인 김새론의 역할은 이입하기 힘든 캐릭터가 아닐까, 라는 질문에는 웃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제가 계속 사랑할 수 없고 또 저 때문에 계속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런 상황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지 않나요?"

"연기할 캐릭터에서 내 모습을 찾기에는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그러니 역할을 그려놓고 이입해 그 속으로 들어간다. 이 아이의 심리는 지금 어떨까. 지금 이런 기분이겠지.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역할이 있지 않나, 이 아이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JTBC 조선청춘설화 <마녀보감>에서 저주로 얼어붙은 심장을 가진 마녀가 된 비운의 공주 서리 역의 배우 김새론이 2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처음부터 아역과 성인 연기에 차이점을 두지 않았다. 성인 연기를 하려면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맞지 않나 라고 생각했다." ⓒ 이정민


확고한 김새론의 세계

김새론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에는 웃었다. 그럴 때면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김새론은 유독 어떤 질문에는 '반짝'했다. 그 '반짝'을 확고함으로 해석했다. 주로 그의 연기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였다.

 JTBC 조선청춘설화 <마녀보감>에서 저주로 얼어붙은 심장을 가진 마녀가 된 비운의 공주 서리 역의 배우 김새론이 2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로서의 확고함. 김새론이 망설이지 않았던 대답들을 나열했다. ⓒ 이정민


김새론은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연기를 '흰색'에 비유했다. "지금까지는 어떤 색을 입혀도 되는 배우라는 의미에서 흰색이었다면 앞으로는 모든 색을 다 갖고 있는 배우라는 의미로 검은색이고 싶다. 더 많이 성장했을 때에는 다양한 연기와 다양한 경험을 가진 배우가 됐으면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어떤 색을 입혀도 제 색깔을 내는 흰색. 맡은 캐릭터의 안으로 들어가 그 역할을 연기한다는 김새론의 말과 일치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끊임없는 조율와 씨름이 있었다.

김새론은 지금껏 연기를 하면서 이해가지 않은 역할이 없었다고 한다. 연기가 쉬워서라기 보다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무조건 짚고 넘어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때보다 분명한 목소리로 그는 "조율이 많이 필요하면 스케줄을 조절해서라도 항상 정리를 하고 간다, 촬영 도중에도 캐릭터가 이해가지 않는데 그 역할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센 고집을 부리지는 않는데, 내 의견이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지면 내 생각을 좀 더 미는 편이다." '연기 천재' 소리를 들어온 17살 배우가 캐릭터에 들어가기 위해 택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도 "좋다"고 한다. 김새론은 배우 말고 다른 것을 해보고 싶거나 직업으로서 이루고 싶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 확고함이 어디서 나오느냐는 말에는 "연기를 하는 게 너무 좋고 계속 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하지만 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인생을 조금 더 겪어보고 싶다."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역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하는 김새론. 정말 모든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 "벌레를 좀 많이 무서워한다. 예를 들면 벌레통 안에 들어가서 연기하는 신을 상상해본다. 그런데 또 일이니까 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그렇게 크게 힘든 게 있거나 못하는 게 있어도 그 배역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배역에 대한 욕심이 많아 보인다는 말에 대한 김새론의 항변은 "필요한 욕심"이라는 거다. "어느 정도 내게 필요한 욕심은 있다, 끝을 한 번 봐야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겪고 싶은 것도 많고 그런 욕심."

마지막으로 한 가지. 김새론은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아 법적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볼 수 없다. 자신이 연기했던 <아저씨>나 <도희야>, <이웃사람>과 <바비>를 자신이 연기한 장면을 제외하고는 보지 않았다고 한다. "왜 다운로드 받아보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상영관에 가서 보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그게 자신이 출연한 영화에 예의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그는 성인이 돼 가장 먼저 볼 작품으로는 <아저씨>를 꼽았다. "많이들 말하는 <아저씨>를 먼저 보겠다. 그리고 <도희야>, <이웃사람>도 재미있다고들 하더라, 빨리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겠다."

 JTBC 조선청춘설화 <마녀보감>에서 저주로 얼어붙은 심장을 가진 마녀가 된 비운의 공주 서리 역의 배우 김새론이 2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스로 욕심이 많은 편이라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김새론은 "어느 정도 내게 필요한 욕심은 갖고 있다. 끝을 한 번 봐야 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겪고 싶은 것도 많고 그런 욕심이 있다"고 대답했다. ⓒ 이정민



김새론 아저씨 여행자 마녀보감 연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