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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주재 영국 대사관 앞에 모인 이란인들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 혁명수비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한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주재 영국 대사관 앞에 모인 이란인들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 혁명수비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한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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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지난 13일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이스라엘을 보복 공습함에 따라 5차 중동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건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로 처음이다. 이란은 왜 이스라엘을 공격했을까. 15일 오후 <오마이뉴스>는 한국서 이슬람·중동 전문가로 손꼽히는 박현도 서강대학교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박현도 교수는 "5차 중동 전쟁까지 가진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전쟁이 시작된다면 전세계에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러면서 "(지난 1일 먼저 시리아 주재 이란 공관을 공격한) 이스라엘이 마치 면책 특권이라도 가진 듯 군다"라고 비판했다. 

"먼저 공격한 건 이스라엘, 면책특권 있는 양 비판 안 받아"
 
박현도 서강대학교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박현도 서강대학교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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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건국 이래 최초로 이뤄진 이란의 공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이라고 볼 수 있다(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공관이 이스라엘군 공습을 받아 이란혁명수비대 간부 등 13명이 사망했다). 북한이 대한민국 공관을 공격했다고 생각해보라. 그래서 공관에 있던 외교관 13명이 죽었다고 하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정부가 대응하기 전에 국제사회가 먼저 규탄을 해야 한다. 그런데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았다."

- 이스라엘이 먼저 이란을 공격했다?

"(그렇다) 엄연히 국제법 위반이다. 외교 공관 보호를 규정한 빈 협약 위반인데, 시리아에 있지만 공관은 이란의 영토다. 사실상 이란 본토 공격과 똑같으니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란이 '(국제사회에서 이란 공관 공습을) 비판했다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이란은 유엔 지도부에 '우리는 유엔 헌장 51조에 의해 자위권을 발동했다'라고 밝혔다. 먼저 국제법을 위반한 이스라엘을 향한 비판이 있어야 하고, 이란 비판은 그 다음에 해야 하는데 이스라엘은 무슨 면책 특권이라도 가진 양 아무런 비판을 받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내게 '반미'냐고 묻는다. 친미든 반미든 상관 없다. 만일 우리가 공격 당했는데 국제사회가 침묵하면 누가 우리를 지켜주나. 이란의 공격에만 호들갑을 떠는데 공격의 빌미는 이스라엘이 먼저 제공한 것이다."

- 5차 중동 전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나는 5차 중동 전쟁까지는 가지 않을 거로 본다. 1948년부터 1973년까지 중동서 4번의 전쟁이 있었는데, 그때는 이란이 끼지 않은 전쟁이었다. 이란은 최고의 산유국인데 만일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출 루트에서 매우 중요한 장소인) 호르무즈 해협이 하루라도 막힌다면 전 세계에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한국 경제만이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마비된다(하루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량은 1500만 배럴로 그중 100만 배럴 이상이 이란에서 온다). 유가 가격은 상상하기 어렵다."

- 구체적으로 얼마나 오를까.

"기름값은 그 가격을 추산할 수 없다. 2011년 리비아 폭격 당시 한국이 리비아에서 석유를 한 방울도 수입하지 않음에도 휘발유값이 1리터에 2000원을 넘어선 적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다면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 전쟁이 나서는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외교부, 이스라엘의 이란 공관 공격에 목소리 내야"

- 이란 보복 공습의 여파가 미국에도 영향을 줄까. 오는 11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금껏 이스라엘 위주의 정책을 폈다. 미국의 중동 정책에 비판적인 국민들이 바이든을 부르는 이름이 '제노사이드 조(Genocide Joe·집단학살 조)'다. 그 말을 트럼프 미 공화당 후보가 쓰기 시작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던 이들 중에서도 바이든이 혼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심판 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된다고 해도 나을 건 없으나, 바이든이 '경합주(Swing state)'에서 질 수도 있다.

미국의 중동 정책 실패에 관해 인상적이었던 이야기가 '이스라엘이 뭘 해도 비난받지 않는 것이 지금의 중동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말이었다. 현 정세에 대한 가장 제대로 된 말이라 본다."

- 한국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 외교부는 이란의 외교 공관 공격에 대해선 발표를 안 한 대신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굉장히 비판했더라(14일 외교부는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강력히 규탄하는 입장을 냈다). 아무리 한국이 이스라엘과 친하더라도 가자지구 폭격에 대해 목소리를 낸 이상 외교 공관 공격에 대해서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미국에 안보를 기댄 우리 정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누구 편을 들라는 게 아니라 국제법 위반이니 규범에 맞게만 이야기하면 된다. 우리도 남북이 갈라진 상태니 언제든지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지 않나."

-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 

"내가 무슬림이 아니라는 걸 밝혀달라. 나 천주교 신자고 천주교 신자로 죽을 거라고."
 
이란이 지난 14일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한 후 예루살렘 상공에 물체가 보이는 모습.
 이란이 지난 14일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한 후 예루살렘 상공에 물체가 보이는 모습.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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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란, #이스라엘, #중동전쟁, #박현도교수, #미국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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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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