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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의 작품들은 백야의 나라 노르웨이를 무대로 한다. 요 네스뵈는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로 유명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인 독립작품들도 있다.

그는 1975년을 배경으로 한 작품 <블러드 온 스노우>에서 독특한 살인청부업자를 한 명 만들어낸다. '먹고 살아야 하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살인청부업자가 되었다는 그는 타깃이 된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조금 어설픈 킬러다.

해리 홀레가 진지한 형사였다면 <블러드 온 스노우>의 주인공은 다소 가볍고 우스꽝스러운 스타일이다. 살인청부업자로 살긴 하지만, 자신의 삶과 과거에 대해 고민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백야의 땅 노르웨이의 범죄자

겉표지
▲ <미드나잇 선> 겉표지
ⓒ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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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년 뒤인 1977년, 노르웨이에는 역시 좀 어설픈 청부업자가 한 명 더 등장한다. <미드나잇 선>의 주인공인 '울프'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노르웨이에서 마약을 취급하며 돈을 벌다가 조직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다.

노르웨이에서 마약의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는 꽤 많은 돈을 챙겨서 노르웨이의 깊숙한 곳으로 도피한다. 그러나 조직은 배신자를 어떻게든 찾아내기 마련이다.

울프도 그래서 두려움에 떤다. 조직원들이 자신을 찾아내면 죽일 것이고, 그것도 곱게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울프도 자신의 삶을 후회한다. 노르웨이의 청소부들을 보면서 '왜 나는 진작 청소부가 되지 못했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도 삶은 이어지는 법. 울프는 도피처에서도 사람을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문제는 그녀가 유부녀라는 점. 이제 울프에게는 두 가지 과제가 주어진다. 조직의 추적을 피해서 살아남아야 하고 자신의 사랑도 지켜야 한다. 두 가지 모두 쉽지 않은 일이다.

작품에서 묘사하는 노르웨이의 풍경

범죄소설 주인공은 대부분, 형사든 범죄자든 나름대로 진지한 측면이 많다. 때로는 우울하기도 하다. 반면 요 네스뵈가 <블러드 온 스노우> <미드나잇 선>에서 창조한 두 범죄자는 상당히 가벼운 편이다. 농담도 잘 하고 쉽게 사랑에 빠진다.

작품에서는 노르웨이의 풍광도 함께 묘사하고 있다. 울프가 머무는 곳은 노르웨이 북부의 '핀마르크'라는 지역이다. 남북으로 길쭉한 노르웨이의 영토에서 최북단인 곳이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세상의 끝이라고도 할 만한 곳이다.

한밤중에도 하늘에 태양이 떠있고 태양 뒤로는 바다가, 그 바다 뒤에는 북극이 있다. 조직의 추적을 피해다니는 도망자가 숨기에는 적절한 듯하다. 절경을 가진 곳이지만 울프는 이곳을 '사람이 살기 힘든 황량한 화성같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가 대구를 잡아오고 맛있게 구워 먹는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사실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노르웨이에 가게 된다면 핀마르크 지역을 방문해보고 싶다. 진짜 그곳이 황량한 곳인지, 범죄자가 숨어들기에 얼마나 적당한 곳인지 확인해 보면 좋겠다. 그리고 여기에서 잡히는 대구의 맛이 어떤지도 보고 싶다. 와인 한 잔을 곁들일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덧붙이는 글 | <미드나잇 선> 요 네스뵈 지음 / 노진선 옮김. 비채 펴냄.



미드나잇 선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비채(2016)


태그:#미드나잇 선, #요 네스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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