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대장에서 폴립이 여러 개 발견되었어요."

입원실에 온 소화기내과 의사가 얼마 전에 받았던 대장내시경(수면내시경)의 결과에 대해서 이렇게 알려주고 있다. 이건 또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몸이 좋아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난데 없이 대장에서 폴립(Polyp)? 그러면 암이라는 얘기인가?

의사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이 폴립들을 떼어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무리하게 떼어내려 하다가는 출혈로 인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단다. 그래서 잠시 두고 보기로, 그렇게 얘기는 일단 마무리 되었다.

의사가 가고 난 후에, 나는 침대에 앉아서 하얀 벽을 바라보고 있다. 대장에 생긴 폴립이라. 안 그래도 지금 가지고 있는 문제만으로 충분히 골치가 아픈데, 이제 대장까지 속을 썩이다니. 엎친 데 덮친 격이고, 설상가상이다. 정말 가지가지 한다.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되어 버렸을까.

나는 스마트폰으로 '대장 폴립'을 검색해 보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어보는 이 네 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5분 후에 다시 침대에 앉아서 하얀 벽을 바라보고 있다. 차라리 검색을 안 해보는 게 더 좋았을 텐데. 아는 게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는 것을. 그렇더라도 좋은 쪽으로 생각해보자. '무지'가 인간에게 도움이 된 적은 없으니.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폴립

 짜고 맵게 먹지말자
 짜고 맵게 먹지말자
ⓒ 김준희

관련사진보기


'대장 폴립(용종)'이란 것은, 장의 점막이 자라 혹이 되서 장의 안쪽으로 튀어나온 상태를 말한다. 여러 가지 형태의 폴립으로 세분화할 수도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누게 된다.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폴립과 그렇지 않은 폴립. 이런 폴립이 대장에 생기더라도 많은 경우에 자각증상이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변비, 설사, 복통이 발생하는 정도다.

근데 살다보면 누구나 한두 번씩은 설사나 복통 등으로 하루 이틀 힘든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그러니 이런 증상이 생긴다고 해서 대장 폴립의 발생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밀검사를 받아보기 전에는 알기 힘들다는 이야기. 나의 경우는 대장내시경을 통해서 비교적 일찍 알게 된 셈이니 병원에 입원하기를 잘했다고 해야할까. 병을 키워서 좋을 건 하나도 없으니 나름대로 불행 중 다행인 셈이라고,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고 대처해 보자.

이런 증상이 생기는 이유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동물성 지방의 과다한 섭취 또는 섬유질과 칼슘의 부족, 운동부족, 음주와 흡연 등이 원인이란다. 예방을 하기 위해서는 이와 반대의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가지면 된다.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고, 고기를 줄이고 술과 담배를 끊어야 하는 것이다.

식사 때도 맵고 짠 음식은 경계의 대상이다. 의사 말에 의하면 매운 음식보다 짠 음식을 조심해야 한단다. 이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렁탕이나 곰탕집에 가면 소금과 후추가루를 팍팍 쳐서 간을 맞추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술안주가 맵고 짜게 나오는 편이지 않나. 김치찌개 또는 간장에 찍어먹는 파전 역시 마찬가지고.

우선적으로 필요한 식이요법

술안주는 둘째 치고, 우리나라 음식이 대부분 맵거나 짠 편이다. 떡볶이와 라면은 말할 것도 없고, 김치와 깍두기도 맵고 짠 반찬에 속하니 조심해야 한다. 좋아하는 짜장면과 짬뽕도 멀리해야 한다. 김치볶음밥이나 비빔밥은 괜찮으려나. 생선회와 초밥은? 이렇게 따지다 보니까 먹을 게 없다고 느껴진다.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거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가 될지는 몰랐다. 그리고 여기서도 음주문제가 나오고 있다. 결국 다시 술의 문제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제 드디어 술을 끊어야 할 때가 된 것 이다. 아니면 이이제이((以夷制夷), 오랑캐로 오랑캐를 다스린다고 했으니 나는 이주제주(以酒制酒), 술로 술을 한 번 다스려 볼까. 그러고 보니 술은 맵거나 짠 음식에 해당되지 않는데.

나는 폴대를 끌고 입원실을 나왔다. 침대에 앉아서 면벽수련(面壁修練) 하듯이 고민하면서 벽만 보고 있기도 힘든 노릇이다. 건물 밖으로 나갈 수는 없으니, 천천히 1층 편의점에 가서 시원한 음료라도 구입해보자. 가급적이면 대장에 좋은 과일이나 채소를 재료로 사용한 음료도 좀 찾아보고.

왠지 입원생활이 마무리되면 내 식습관이나 생활습관도 많이 바뀌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물론 좋은 쪽으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더이상의 육체적 고통과 불편함을 호소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배낭여행과 장르소설을 좋아합니다. 저서로 <오래된 길, 우즈베키스탄을 걷다>, <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 <실크로드의 땅, 중앙아시아의 평원에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