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범스> 영화 포스터

▲ <구스범스> 영화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구스범스>는 롭 레터맨 감독과 배우 잭 블랙이 애니메이션 <샤크>와 조너선 스위프트의 원작 소설을 블록버스터로 옮긴 <걸리버 여행기>에 이어 세 번째로 손잡은 작품이다. <구스범스>의 출발점은 조금 특별하다. 작가 R. L. 스타인이 쓴, 국내에도 발간된 동명 소설 <구스범스> 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영화는 소설을 영화로 그대로 옮기는 전철을 답습하진 않았다. 원작 작가와 소설 속에 나오는 좀비, 늑대인간, 설인, 복화술 인형 등의 몬스터를 빌려다가 재창조를 과감하게 시도했다.

영화 <구스범스>는 영화 속 작가 R. L. 스타인(잭 블랙 분)이 쓴 책 속에 존재하던 몬스터들이 현실 세계로 나오면서 펼쳐지는 야단법석을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보여준다. <구스범스>는 '잭 블랙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내용인 셈이다.

'책' 또는 '이야기'를 실제로 보여주는 소재로 본다면 <구스범스>는 <잉크하트:어둠의 부활>과 <베드타임 스토리>와 맥을 같이 한다. 판타지 어드벤처 장르의 성격으로 보자면 <쥬만지>와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가족과 친구의 온기 사이로 흐르는 호러 영화의 장난스러움을 보노라면 아무래도 <그렘린>의 소동극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그렘린>, <나이트메어>, <1941> 등의 영화에 나오던 명장면을 적절하게 인용한 <구스범스>에서 가장 도드라진 오마주는 SF 장르의 걸작인 1958년 작품 <물방울>(영화에서 인물들이 나누는 대사에선 '더 블롭'이란 제목으로 등장한다). <구스범스>는 <더 블롭>에서 사랑에 빠진 청춘 남녀, 딸과의 교제를 완강히 반대하는 아버지, 교장이란 설정 등을 변형하여 사용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더 블롭>의 장면을 그대로 사용하는 형태로 존경을 바친다.

<구스범스> 영화의 한 장면

▲ <구스범스> 영화의 한 장면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물방울>이 전쟁의 그림자가 깊이 드리운 1950년대란 시대가 잉태했던 공포를 영화에서 상상력으로 건드렸다면, <구스범스>는 한 작가의 내면에 자리했던 두려움을 현실로 끄집어냈다. 시대가 흘러 놀랍도록 발전한 특수 효과는 이것을 실감 나게 구현하여 보는 이의 시각과 청각을 자극한다. "초자연적인 무언가가 현실 세계로 들어오는 순간에 집중했다"고 밟힌 롭 레터맨 감독은 영화에서 세트 촬영을 최대한 지양하고, 실제 공간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설인의 공격을 받는 아이스링크장, 늑대인간의 공격을 받는 식료품점, 좀비의 공격을 받는 공동묘지, 몬스터들이 총공격하는 고등학교 등으로 장소를 옮기며 영화는 스릴 넘치는 장면을 계속 선사한다. 몬스터들 역시 CG가 요구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만들 수 있는 영역은 의상, 특수 분장으로 구현하여 생생함을 더했다. <미션 임파서블>, <배트맨>, <가위손>으로 유명한 음악 감독 대니 앨프만의 손길에서 탄생한 음악도 영화의 정서를 한껏 고양한다.

<구스범스>에서 시대의 고민을 찾기 힘들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굳이 시대의 정서를 찾는다면 왜 몬스터가 나오는 책을 썼냐고 질책하는 이에게 작가는 그런 책은 지금 안 팔린다고 반문하는 대목에서 출판계의 현주소 정도가 감지되는 정도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인, 롭 레터맨 감독과 잭 블랙이 손잡았던 전작 <걸리버 여행기>보단 <구스범스>가 훨씬 재미있다는 점은 영화의 아쉬움을 덮어준다. 이 영화는 그것만으로도 티켓의 값을 톡톡히 하는 환상특급이다. 국내 개봉은 오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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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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