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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다. 노동은 시간당 5580원의 가치로 계산되고, 언제 해고 당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알바노동자. 저축? 꿈 깨시라. 알바로는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살아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데도 생활비는 간당간당하다. 맘 편히, 또 몸 편히 공부에 집중할 수도 없는데 생활비마저 스트레스가 됐다.

꾸역꾸역 대학교 6학기를 다닌 나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생활비를 마련하고 다시 학기 등록을 하거나, 아니면 대출로 빚을 지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결국 지난 학기를 마지막으로 휴학했다. 휴학계를 내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찾는 것이었다.

채용 공고를 보고 몇 번의 지원 끝에, 집 근처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빵집 매장에서 지난 8월 말부터 일하기로 했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근무였다. 매일같이 오전 6시에 일어나서 7시 반이 되기 전까지 가게에 도착했다.

내가 맡은 업무는 주방에서 빵을 만드는 일이었다. 가게에 도착해서 유니폼을 갈아입고, 앞치마를 메고, 장갑을 끼고 주방으로 들어선다. 고로케와 도넛을 튀기고, 또띠아를 만들고, 각종 빵에 토핑을 얹으면 스무 가지의 빵이 내 손에서 만들어졌다. 거기에 더해서 생크림을 올리고, 빵 속을 넣고, 장식하면 총 30가지 정도의 직접 만든 빵이 매장에 진열됐다.

그렇게 일을 한 지 두 달 정도 지났을까. 10월 말쯤 평소에 얼굴도 잘 볼 수 없던 사장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가현아. 이번에 빵이 잘 안 팔려서 알바 자리를 빼기로 했어. 이번 주까지만 나오렴."

이번엔 이런 이유로 잘리는구나. 덤덤했다. 갑자기 잘리는 게 처음은 아니었다. 알바노동자에게 해고는 일상이다.

알바에서 잘린 그 날도 나는 새벽에 일어났다. 평소처럼 빵을 만들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다섯 시간 가량을 한숨도 쉬지 못하고, 한 번도 앉지 못하고 일했다. 그리고 퇴근길에 갑작스럽게 전화 한 통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당장 다음날이 막막해졌다.

알바노동자도 추가수당 받아야 합니다

당시 평일 내내 일하고도 고작 55만 원을 받았던 이유는 오직 5580원어치 시급만 임금으로 계산해서 받았기 때문이었다. 주휴수당·연차유급휴가·연장수당·휴업수당 등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 이에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한 단체인 알바노조와 체불임금에 관해 상담했다.

내가 체불당한 임금은 모두 합쳐서 약 35만 원 정도였다. 주휴수당 약 25만1100원, 연차유급휴가 5만5800원, 연장수당 약 1만3950원, 휴업수당 약 3만3천 원 등 받지 못한 금액을 합한 결과, 35만4051원이었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유급으로 휴식할 권리를 주는 제도다. 혹은 하루 치 평균 임금, 일주일간 일하기로 한 총 시간을 5일로 나누고 시급을 곱한 금액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연차유급휴가와 연장수당, 휴업수당은 5인 이상 사업장인 경우에만 지급된다. 당시 내가 근무했던 매장도 5인 이상 사업장이었다. 연차유급휴가는 1년 이상 일을 한 경우 15일 이상이 부여되지만, 1년 미만이어도 1달을 '만근'하면 하루의 유급휴가가 부여된다.

지난해 9월에는 연장수당에 관한 법이 바뀌었다. 근무가 일 8시간 미만, 주 40시간 미만이더라도 일하기로 약속한 시간 이외에 업무를 하게 되면 시급의 50%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당시 내가 근무할 때는 빵이 많이 판매되서 추가 생산해야 할 경우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 늦게 퇴근했는데, 추가 근무로 시급의 1.5배를 받아야 하는 셈이었다.

또,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일을 못한 경우 시급의 70%를 휴업수당으로 줘야 한다. 최근 맥도날드에서 문제가 제기됐던 '꺾기 관행'(손님이 적다는 것을 이유로 늦게 출근 시키거나 일찍 퇴근 시키는 것)이 그 예다. 생산해야 할 빵의 물량이 적어 일찍 퇴근할 때도 있었던 나도 시급의 70%를 더 받아야 했다.

체불임금 달라 하니 "당당하면 전화해라"

 두 달 동안 총 35만 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알바노동자 한 명이 사장에게 대항하기엔 쉽지 않다. 결국 택한 길은 노동청 진정이었다.
 두 달 동안 총 35만 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알바노동자 한 명이 사장에게 대항하기엔 쉽지 않다. 결국 택한 길은 노동청 진정이었다.
ⓒ 이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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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불된 임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해당 매장 사장에게 이야기했다. "난 이해가 안 간다. 내가 지급해야 하는 건 주휴수당밖에 없는데"라고 답했다. 나머지 수당은 안 주겠다는 이야기였다. '정당하게 받아야 하는 수당'이라고 재차 말하자 사장은 "매장에 10시 반까지 나오라", "네가 당당하면 전화해라"라는 말도 덧붙였다.

사장은 왜 '지급할 것은 주휴수당뿐'이라고 얘기했을까. 그제야 당시 매장에 자문노무사가 찾아왔던 일이 기억났다. 노무사는 사장에게 이것저것 묻고 답했다. 그리고 당시 내 근로계약서가 바뀌었던 것도 떠올랐다. 실제로는 주 5일 근무였는데, 새 근로계약서는 주 3일로 허위 작성했다. 작성된 근무시간도 주 25시간에서 주 14시간50분으로 줄었다. 물론 문서 상으로만 말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는 꼼수였던 것 같다. 15시간 이상을 일하면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니, 근로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이다. 주휴수당을 줘야 하는 걸 알면서도 안 줬다니. 내가 주휴수당 달라는 얘기를 안 했더라면, 출퇴근 기록표 사진을 찍어두지 않았더라면, 영영 내 돈을 받지 못했겠지.

결국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 주휴수당·연차유급수당·휴업수당·연장수당을 모두 청구했다. 고용노동부 민원마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후 노동청 삼자대면에 출석하고, 체불임금을 계산한 파일을 근로감독관에게 보여줬다. 근로감독관은 내 말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출석 다음 날, 은행 앱 알림이 떴다.

"354,051원 입금했습니다."

드디어 받았다. 해고 이후 다음달인 11월 중순, 마침내 체불임금이 계좌로 입금된 것이다.

그래, 당당한 나는 송곳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3년, 주요 프랜차이즈 브랜드 11곳 총 946개 점포에 대해 근로감독을 한 결과 배스킨라빈스(92.6%), 던킨도너츠(91.3%), 파리바게뜨(87.9%)로 노동법 위반율 평균이 90%에 달했다. 이에 알바노조는 2013년 11월 13일에 SPC와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3년, 주요 프랜차이즈 브랜드 11곳 총 946개 점포에 대해 근로감독을 한 결과 배스킨라빈스(92.6%), 던킨도너츠(91.3%), 파리바게뜨(87.9%)로 노동법 위반율 평균이 90%에 달했다. 이에 알바노조는 2013년 11월 13일에 SPC와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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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90%였다. 지난 2013년 고용노동부에서 조사한 해당 프랜차이즈 계열사의 노동법 위반율 평균 수치는 9%도 아닌 90%에 가까웠다. 이 정도면 노동법을 준수하는 매장을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는 수준이다.

과연 지금은 달라졌을까. 최근 상담을 받으면서 '알바 상담소' 인터넷 카페를 둘러봤다. 'OOOOO 알바'를 검색했더니 "주 7일, 하루 6시간에서 많게는 14시간~15시간도 일하는데 추가 수당을 하나도 못 받았다", "사장이 근로계약서를 주지 않는다", "주휴수당을 안 준다"는 글이 보였다. 최근까지 이런 글이 인터넷에 보이는 걸 보면, 2년 동안 해당 본사는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에도 각 매장에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모양이다.

나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도 엄연히 대한민국의 노동자니까 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싸움을 다룬 드라마 <송곳>에서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다음 한 발이 절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제 스스로도 자신을 어쩌지 못해서 껍데기 밖으로 기어이 한 걸음 내딛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어쩌면 <송곳>의 이 대사는, 부당한 처우가 만연한 알바가 명심해야 할 말이 아닐까. 체불임금을 어렵사리 받으면서 생각했다. '그래, 당당한 나도 '송곳'이다'라고.

○ 편집ㅣ김준수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2015 오마이뉴스 청춘! 기자상' 응모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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