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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알바하는 20대를 보는 관점은 보통 두 가지다. 무시하거나, 무시당한다는 이유로 불쌍하게 생각하거나. 어차피 잠깐 하다 마는 것이니 그 정도 대우도 괜찮다거나, 아니면 불쌍한 알바들이 이토록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는 식.

그동안, 그 누구도 아르바이트 노동 그 자체에 주목하지 않았다. 어떤 영화가 천만 관객을 넘었고, 어떤 프랜차이즈 매장의 수가 몇천 개에 달하고, 편의점이 몇십 미터 단위로 줄어 있다는 보도 뒤에는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있었다. 만약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없었다면, 그 모든 게 가능하기나 했을까.

<일하는 청춘, 꿈꾸는 노동>이라는 연재를 통해 우리는, 아르바이트 노동과 그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보다 더 깊이 다뤄보고자 한다. 그들을 무시하거나, 불쌍히 여기지 않으면서. 또 자극을 위한 소재로 삼지 않으면서. - 기자 말

오늘도다. 여전히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뉴스에서는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외출을 자제하라고 한다. 건물 내에 있을 땐 문을 닫아야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 연일 계속되는 언론과 정부의 주의하란 경고를 무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새벽 2시. 미세먼지 속에서 일하고 있는 알바노동자를 만났다. 이제 막 알바가 끝난 박태윤(가명·22세)씨의 지쳐 보이는 표정에 붙잡고 인터뷰하기 미안했다.

미세먼지 속에서 일하는 맥도날드 알바노동자 박태윤(22)씨.
 미세먼지 속에서 일하는 맥도날드 알바노동자 박태윤(22)씨.
ⓒ 이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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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하는 알바가 첫 알바인가?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단기알바를 했다. 호텔 서빙, 행사, 서류 정리 등의 알바를 했다. 장기로 일하는 건 맥도날드가 처음이다. 생활비를 고정적으로 벌기 위해서 휴학하고 맥도날드 알바를 시작했다. 지금 벌써 집세가 120만 원(한 달 30만 원) 밀려 있다."

- 맥도날드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가?
"우리 매장은 'DT'점이다. Drive Through(드라이브스루·승차구매)의 줄임말인데, 차를 탄 상태에서 주문하고, 차를 탄 상태에서 받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나는 주로 차를 타고 오는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음식을 챙겨드리는 일을 한다. 보통 일주일에 4~5일, 하루 7~8시간 정도씩 일한다."

- 맥도날드에서 알바에게 45초 내에 햄버거를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DT 주문을 받는 경우에도 시간제한이 있나?
"90초 안에 손님에게 햄버거가 나가야 한다. 차량이 도착하는 즉시 '안녕하세요?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고객에게 인사하는 것까지 10초 안에 끝내야 한다. 그 후 주문받는 시간이 20~25초, 계산하는 데에 10~15초, 주문한 음식을 챙기는 것에 12~16초, 음식을 드리는 것에 10~15초가 소요된다. 90초 목표를 달성했는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압박감을 느낀다."

미세먼지 때문에 기침 나와도, 병원은 무슨...

DT(Drive Through·승차구매) 매장에서 고객이 맥도날드 전 한국 대표이사였던 조엘린저씨로부터 제품을 수령하고 있다. DT점은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타고 온 손님을 대상으로 차에 탄 상태에서 주문을 하고 제품을 수령할 수 있게끔 하고있다.
▲ DT점 DT(Drive Through·승차구매) 매장에서 고객이 맥도날드 전 한국 대표이사였던 조엘린저씨로부터 제품을 수령하고 있다. DT점은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타고 온 손님을 대상으로 차에 탄 상태에서 주문을 하고 제품을 수령할 수 있게끔 하고있다.
ⓒ 맥도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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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휴. 바쁘고 힘들겠다. 요새는 미세먼지가 정말 심하던데, 차를 탄 손님을 상대하는 업무면 창문을 열고 일하지 않나?
"아, 죽겠다. 최근 미세먼지가 정말 심했던 날에 하필이면 이벤트를 했다. 특정 지도 어플을 켜고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방문하면 빅맥 세트를 주는 이벤트였다. 매장별로 세트 200개를 선착순으로 무료 증정하니 손님이 평소보다 많이 오더라. 결국, 7시간 동안 쉬지 않고 주문 받았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 일하면서 미세먼지가 느껴질 정도였나?
"동료들이랑 '오늘 공기가 너무 안 좋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가끔은 동료들끼리 일 끝나고 '미세먼지는 기름으로 정화해야 한다'고 고기 먹으러 가기도 하고. 일단 목이 칼칼하고, 눈도 뻐근하더라. 일 끝나고 집 가서도 계속 가래도 끓고 목이 아팠다. 매연도 심하다. 차가 연속으로 오는데, 지나가면서 매연을 뿜는다. 그걸 알바는 계속 들이마시고 있다."

- 주문하면서 담배 피우는 손님도 있다고 들었다.
"담배 피우는 손님들 엄청 많다. 주문하면서 나한테 담배 연기를 '후' 뱉는 사람들도 있다."

- 마스크는 주나? 마스크 달라고 얘기해 본 적은 있나?
"얘기 못한다. 밖에서 계속 배달하는 '라이더 알바'들도 다 자기가 마스크 사서 쓴다. 라이더들도 자기 돈으로 사는데, 과연 일반 알바들한테 줄까 싶기도 하고. 주변에 마스크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

- 마스크를 왜 안 주는 것 같나?
"일단 비용 문제도 있겠지만, 사람을 접대해야 하는 업무이니 그런 것 같다. 평소에도 일할 때도 외모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데, 마스크 쓰면서 주문받는 걸 허락할진 잘 모르겠다. 이야기 꺼내기가 무섭다."

- 폐가 걱정되겠다.
"언제는 집에 가서 하루 종일 기침한 적도 있다. 목에 흙이 쌓이는 느낌이다. 돈이 없어서 병원도 못 갔다. 지금 월세가 120만 원 밀렸는데 병원은 무슨. 그냥 온종일 기침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건가 싶긴 하다. 산재처리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진상 손님 앞에서도 웃어야 한다, 회사는 손님 편이니까

웃으며 병드는 감정노동자들
 웃으며 병드는 감정노동자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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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를 준다고 이야기했다.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표정이 안 좋다', '불친절하다'는 주로 얼굴에 관한 항의를 받아봤다. 고객이 컴플레인을 걸면 그 여파가 나에게 그대로 온다. 손님이 담배 연기를 내뿜어도, 컴플레인을 걸면 나는 매니저 앞에서 할 말이 없어진다.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되어 버린다."

- 매니저한테 많이 혼났나?
"정말 많이 혼났다. 입사하고 한 달 정도 지났을 때였나. 너무 피곤해서 무표정으로 주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근데 솔직히 하루에 정말 많은 손님을 대하는데, 어떻게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을 수가 있나. 손님이 나한테 기분 안 좋게 대하면 나도 저절로 기분이 나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매니저는 '미스터리 쇼퍼'라는 제도가 있다면서, 항상 웃어야 한다고 하면서 혼내더라. 알바가 명찰을 다는 이유는 손님이 컴플레인을 걸 때 누구인지 알게 하려고 다는 거라면서 그랬다. 그래서 명찰을 깜빡하고 안 달아도 혼낸다."

- '친절하게 웃어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 같다.
"화장하고 오라, 이런 건 다른 알바에 비해선 심한 편은 아닌데, 대신 '친절'을 심하게 강요한다. 항상 웃고 항상 친절하게 대하고. 친절도 체크도 한다. 업무 매뉴얼에도 '밝은 목소리를 사용한다. 신나고 친근해야 한다', '스마일, 친절한 목소리,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다'라고 적혀 있다.

하루는 중년 아저씨 손님이 왔었는데, 나한테 '너 표정이 그게 뭐냐'면서 혼내시더라. '회사가 잘 돼야 너도 잘 된다'라고 하셨다.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일해야 하는 건지. 그런데, 나는 살려면 일을 해야 한다. 그만두지 못하고 그냥 참으면서 일하는 게 너무 서러웠다. 생긴 건 어쩔 수 없는 건데, 외모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도 싫다."

- 그런 상황에서도 웃어야 하는 게 마음 아프다.
"'하하…, 네'라는 말 밖에 못한다. 속으론 울고 싶은데 겉으론 웃고 있다. 손님이 진상을 부려도 나는 알바니까 참아야 한다. 손님이 막말을 해도, 욕을 해도 회사는 손님 편이지 내 편이 아니니까."

"아마도 평생 알바 자리를 전전하지 않을까..."

- 알바를 언제까지 할 건가?
"지금 당장은 계속해야 할 것 같다. 아마 평생 알바 자리를 전전하지 않을까 싶다. 알바를 안 할 때는 토익 공부를 하고 있기는 한데…. 꿈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지금보다는 좀 더 낫게 살고 싶어서. 살려고."

- 알바비는 주로 어디에 쓰는지?
"일주일에 5~6일 일하는데도, 한 달에 70만 원 정도밖에 못 번다. 일단 방세가 30만 원이다. 전기요금, 공과금해서 5만 원. 핸드폰 요금 나가면. 실제로 제가 쓸 수 있는 건 한 25만 원 정도 밖에 없는 상태이다. 그걸로 식비하고."

- 알바 말고 하고 싶은 게 있나?
"애인이랑 연애 좀 하고 싶다! 알바 때문에 데이트할 시간이 없다. 지금 데이트를 한 달에 한 번 하고 있다. 애인이랑 맛있는 음식 좀 먹으러 가고 싶다. 햄버거 말고.

알바에 관해서는, 얼마 전에 동료가 손에 화상 입어서 파란색 밴드를 덕지덕지 붙이면서 이런 말을 하더라. '제가 왜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맥도날드에서 일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매니저는 '맥도날드에서 화상을 입는 건 훈장이지'라고 말했다. 그냥, 내 옆에 있는 동료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일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에게 알바는 어떤 의미인가?
"살려고 발버둥 치는 것? 살기 위해서는 어쨌거나 돈을 벌어야 하는데, 지금 내 상태는 정말 돈 없는 가난한 대학생 청년이니까,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알바 밖에 없다. 미래도 없고,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지금 상태에서는 맥도날드 알바를 쭉 할 것 같다. 이 세상에 편한 알바는 없다고 생각한다(단호). 다 똑같기 때문에 그나마 최저임금 주고 주휴수당 일자리면 다행이다."


태그:#알바노조, #패스트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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