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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그들을 위한 부동산 정보는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건설사에도 언론사에도 '돈 안 되는 손님'이기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가 서울에 사는 1·2인 가구를 위한 전·월세 정보를 준비했습니다. 여러분이 사는 지역의 유용한 정보도 댓글로 알려주세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실전 셋방 찾기를 응원합니다. [편집자말]
[특별취재팀]
취재: 김동환·고동완·김재환·박다영·송지희·양원모·이유진·정민경
개발: 황장연 최용민 디자인: 봉주영 신수빈

[바로가기] ☞ 내게 맞는 동네는? '실전 셋방 찾기' 지도검색

"동네가 전체적으로 낡은 것 같아 조금 걱정하긴 했는데 역세권에 이 정도 가격의 집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한국항공대 최상훈(24, 가명)씨는 지난해 군복무를 마치고 올해부터 학교로 돌아가는 따끈따끈한 '복학생'이다. 복학을 준비하며 그에게 가장 부담스러웠던 것은 바로 집이었다. 이전에 이용하던 학교 기숙사에는 들어가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자취를 하게 된 최씨는 군 생활 종료를 앞두고 휴가를 나올 때마다 서울 지역의 원룸을 둘러봤다. 그러나 맞춤한 곳을 찾기는 어려웠다. 싼 집은 학교와 거리가 너무 멀고, 학교와 가까운 집은 비싸거나 지나치게 허름했다.

몇 주 더 고민한 끝에 최씨는 전혀 연고가 없던 은평구에 집을 구하기로 결심했다. 최씨는 "동네 전체가 낡은 것 같아 조금 걱정됐지만 역세권에 이 정도 가격의 집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말부터 불광역과 2분 거리인 대조동의 한 신축 투룸에서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월세로는 50만 원을 낸다. 관리비는 5만 원이다. 

불광·연신내역 주변 신축원룸 많아 젊은 층 인기

서울 서북쪽에 위치한 은평구는 예전부터 '오래된 동네'라는 이미지가 강한 지역이었다. 서울시의 2010년 '건축연도별 주택현황' 자료를 보면 은평구는 영등포구, 용산구 등에 이어 건축된 지 30년 이상 된 노후건물이 서울시에서 다섯 번째로(7386호) 많다. 노년층 거주 비율도 높은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은평구 전체 인구수 대비 고령(65세 이상)자 비율은 13.41%로 서울시에서 서대문구, 종로구, 중구 등에 이어 6번째다.

연신내역 사거리 앞
 연신내역 사거리 앞
ⓒ 양원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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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과 연신내는 은평구에서도 비교적 오래된 주거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도시형 생활주택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이곳은 변화를 맞고 있다. 지하철 3호선과 6호선이 교차하는 등 최씨와 같은 젊은 주민들이 이용하기에 가격대비 입지 조건이 좋기 때문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이란 지난 2009년부터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1, 2인 가구를 위한 주거 전용면적 85㎡ 이하(25평)의 소형 주택을 말한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흔히 말하는 '신축 원룸'이다. 현재 은평구는 서울에서 도시형 생활주택이 두 번째로 많은 곳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9년부터 5년간 은평구에 설립 허가를 받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총 448개(6609세대). 그중 320개(4771세대)가 사용승인을 거쳐 실제로 지어졌다.

불광역 인근 대조동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다는 박수길(66, 남)씨는 "이 지역이 예전에는 다 낡은 주택이었는데 3년 전부터 헐리더니 원룸형 주택이 대거 들어섰다"라고 말했다. 그는 역 인근의 (몇층짜리) 오피스텔을 가리키면서 "저 건물도 원래 단독주택이었는데 도시형 생활주택 허가가 떨어지며 원룸형 고층 건물로 다시 지은 것"이라고 말했다.

불광역 인근의 원룸형 주택. 지하철 300~400m 반경으로 이런 원룸 오피스텔이 40개 가까이 있었다
 불광역 인근의 원룸형 주택. 지하철 300~400m 반경으로 이런 원룸 오피스텔이 40개 가까이 있었다
ⓒ 양원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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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불광역에 신축 건물을 기준으로 얼마나 많은 원룸형 주택이 있는지 직접 세어봤다. 약 40개의 원룸형 주택이 역 300~400m 이내에 위치해 있었다. 10층 이상의 고층 주택도 15개가 넘었다.

불광역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있다는 원룸에 찾아갔다. 6평(전용면적 19.83m²)짜리 공간에 수납장, 싱크대, 에어컨, 냉장고 등이 효율적으로 배치돼 있어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신축 건물이라 그런지 도배나 화장실 상태도 깔끔했다. 방 중심까지 볕이 들어오도록 설계된 대형 벽걸이TV 크기의 큰 창문 때문에 집안 분위기도 밝은 편이었다.

불광동 ㄱ 공인중개사 유아무개 대표(60, 남)는 "원룸 5평이면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이 기본"이라면서 "신축 원룸이 많아 물량은 늘 보장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ㄴ 공인중개사의 김미숙 대표(49, 여)도 "인근 신축 원룸은 대부분이 40만 원에서 거래 된다"라고 설명했다.

은평구 최대 유흥가인 '로데오 거리'와 인접해 있는 연신내역 부근의 월세 가격도 불광역 주변과 큰 차이가 없었다. 신축 원룸 기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40만~50만 원 사이. 비슷한 크기의 전세 매물은 5000만 원짜리부터 9000만 원까지 다양했지만 최근에는 저금리 여파로 매물을 찾기 어렵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불광천 라인' 응암·증산역 주변, 대학생들에게 인기 높아

불광천 자전거 도로
 불광천 자전거 도로
ⓒ 양원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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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과 종로, 강남까지 이어지는 지하철 3호선의 도심 접근성 덕분에 불광·연신내역 부근이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면 지하철 6호선과 인접해 있는 응암동은 대학생 1인 가구가 많이 찾는 동네다. 명지대, 연세대, 홍익대, 서강대 등 이곳과 거리가 가깝거나 6호선으로 등교가 쉬운 학교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명지대 학생 김아무개(25, 남)씨는 "학교 인근의 자취방은 값은 싸도 허름한 데기 많아 여기로(응암역 인근 원룸) 들어왔다"며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면 대학교에 도착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실제로 응암역 정거장에서 지선버스 7017번을 타고 명지대까지 가봤다. 약 22분 정도가 소요됐다. 이번엔 연세대에 가서 응암역까지 오는 시간을 재봤다. 간선버스 601번을 이용하니 35분 정도가 걸렸다. 버스 환승을 이용하면 연세대 인근에 위치한 이화여대, 서강대 등과 40분 안에 통학이 가능했다.

인근의 한 대학에 재학중인 정민주(23, 여)씨는 응암역 5분 거리의 한 15평 투룸에 친구와 함께 3개월째 살고 있다. 정씨는 응암동을 '사람 살기 좋은 동네'라고 표현했다. 인근에 재래시장과 대형마트가 함께 있고 지선 버스가 많아 교통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그는 "응암역 인근은 집값이 아주 싸진 않지만 비슷한 조건의 다른 곳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정씨가 친구와 함께 부담하는 월세는 50만 원이다.

응암 1동에 사는 직장인 김아무개(33)씨는 "발품을 많이 팔면 '노다지'급 싼 집도 구할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응암동"이라고 귀띔했다. 응암역과 3호선 녹번역 사이에 있는 응암동에는 최근에 지어진 도시형 생활주택 말고도 지은지 20~30년 된 오래된 주택들이 많은데 이런 집들은 주변 시세에 비해 상당히 낮은 값에 입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응암동뿐 아니라 지하철과 약간 거리가 있는 은평구 지역에 이런 집들이 많다"면서 "내가 사는 집도 15년 된 10평 크기의 2층 원룸인데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25만 원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갖춘 '불광천'도 이곳 주민들이 꼽는 장점 중 하나다. 불광천은 응암역 바로 옆을 지나는 길이 9.21km의 소하천으로 응암역에서 시작해 새절, 증산역을 거쳐 홍제천을 따라 한강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자전거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한국항공대 학생인 송진우(23, 남)씨 역시 이곳에 집을 마련한 후 6개월째 자전거 통학을 하고 있다. 그는 "나말고도 지인 중 학교에 여기(응암동)서 자전거로 통학하는 사람이 3명 넘게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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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 국민대 '평야' 고려대... 집값은 천지차이
집은 낡아도... 서울 역세권 이만한 데 없어요
여대생들이 좋아하는 이 동네... 전직 대통령 덕분?
서울에서 집다운 집을 찾는다면... 그것도 반전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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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실전 셋방찾기, #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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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대학생입니다. 미생입니다. 완생은 바라지도 않고, 중생이나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 21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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