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  배우 황정민과 김윤진이 영화<국제시장>에서 부부로 만난다.

▲ 영화 <국제시장> 배우 황정민과 김윤진이 영화<국제시장>에서 부부로 만난다. ⓒ CJ엔터테인먼트


추위로 인해 따뜻함이 가장 절실한 지금, 마음을 후끈하게 데워줄 한국영화가 개봉한다. 바로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이다. 윤제균 감독은 천만 관객을 동원한 <해운대> 이후 5년 만에 연출작으로 따뜻한 휴먼 드라마를 택했다. <국제시장>에서는 윤제균 감독과 연기파 배우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정진영, 장영남, 라미란, 김슬기가 함께한다. 이미 감독과 배우들만으로 기대치가 높은 이 영화, 어떤 영화이길래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을까.

<국제시장>은 제목 그대로 부산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한다. 그 곳에서 양품점 '꽃분이네'를 운영하는 까칠한 할아버지 덕수(황정민 분)의 일생에는 6.25 흥남 철수부터 휴전, 파독 탄광 광부, 월남전, 이산가족 상봉 등 한국 현대사의 큰 사건들이 담겨 있다.

흥남 철수 때 여동생 막순과 아버지(정진영 분)를 잃은 덕수는 남은 가족들과 부산에 도착해 고모(라미란 분)댁에서 살아간다. 어린 덕수에게 지워진 '가장'의 부담은 평생을 자기 자신이 아닌 가족의 부양을 위해 바치게 만든다.

청년 덕수는 남동생의 학자금을 위해 공부를 포기하고 파독광부가 되고 그 곳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긴다. 한국에 돌아와 간호원이었던 영자(김윤진 분)와 결혼한 덕수는 또다시 여동생 끝순(김슬기 분)의 결혼자금과 생활비를 위해 자신의 꿈을 접고 전쟁 중인 월남으로 간다. 그곳에서 덕수는 '내는 그래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시기 아니라 우리가 겪은기 참 다행이라' 는 편지를 보낸다. 그의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영자의 모습에서 관객은 함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덕수에게서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가 겪은 6.25 전쟁부터 파독 광부, 월남 파병, 이산가족 상봉 등의 굵직한 사건들이 126분의 영화 한편에 모두 담겨있다. 윤제균 감독은 과거와 현재가 전환되는 시퀀스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작품에 많은 사건을 압축하고 매듭지어 덕수의 일생에 잘 녹여냈다. 덕수 일생에 스친 사건들은 가슴 쓰린 기억들이다.

이 영화는 당시에 모두가 함께 겪었을 슬픈 기억들을 따뜻한 추억으로 조명하되 왜곡하지 않는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또한 중간 중간 그 당시에 실제로 라디오, TV방송들이나 정주영, 이만기, 남진 등의 당시 인물들의 모습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휴머니즘과 코미디의 하모니가 이루어져 감동역시 억지스럽지 않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일들을 담다보니 재미와 감동의 여운을 느끼기에는 여유롭지 못하고 금세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버리고 만다. 이러한 아쉬움은 있지만 웃음과 감동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고 출연배우들이 모두 호연을 펼쳤기에 영화가 지루하지는 않다. 또한 젊은 덕수와 달구(오달수 분)는 CG작업을 통해 배우 황정민과 오달수의 회춘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으며, 세월이 지나고 난 뒤에는 등장인물들이 자연스럽게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으로 나타나 과거를 회상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현대사를 다루다보니 영화에 정치적인 요소가 담겨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전혀 아니다. 윤제균 감독은 "1950년대를 시작으로 60, 70년대는 경제가 활발했던 시기였다. 그리고 80년대 초부터 2000년도 초까지가 민주화 시대였다"며 "어차피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에 5~70년대까지 메인으로 하는 이야기에서 정치적인 부분은 굳이 필요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 가장의 삶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달수의 이야기를 보면서 부모 세대는 자신들이 겪었던 '그때 그 시절' 이야기로 격한 공감을 느낄 것이며, 젊은 층들에게도 웃음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여전히 극장가는 <인터스텔라>,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헝거게임: 모킹제이> 등 외화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외국 SF와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파도 속에서 이제 한국형 휴먼 드라마가 끌릴 시기이다.

유난히 더 추운 올겨울, 관객들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 줄 <국제시장이> 오는 17일에 개봉한다. 우리시대 아버지의 아이콘 덕수가 다가오는 연말 남녀노소 불문하고 우리를 웃고 울릴 것이다. 2014년이 가기 전 <국제시장>이 외화 흥행 속에서 한국영화의 '따뜻한' 신호탄을 터뜨려주길 바란다.

국제시장 황정민 윤제균 김윤진 오달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