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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해서 초등학생 채모군의 개인정보 유출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왼쪽)과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이 2013년 12월 17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 조이제 서초구 국장 영장실질심사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해서 초등학생 채모군의 개인정보 유출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왼쪽)과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이 2013년 12월 17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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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개입설'을 낳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채아무개군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법정에 선 국정원 직원은 부인했지만 17일 1심 재판부의 결론은 '전혀 무관하지 않다'였다.

이날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조이제(54) 전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과 서초구 담당 송아무개(42) 국정원 정보관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해 그 내용을 빼돌린 혐의를 유죄로 판단, 두 사람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송 정보관에겐 2년의 집행유예기간을 뒀고 조 전 국장은 곧바로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또 다른 피고인 조오영(55)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는 의심 가는 대목은 있지만 검찰의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당초 10시 30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재판부는 8분이나 늦게 법정에 들어섰다. 심규홍 부장판사는 "자료를 마지막까지 검토하다 보니 원래 예정된 시간보다 한 10분 지체됐다"며 양해를 부탁했다. 재판부는 우선 공소사실 가운데 ▲ 조이제 전 국장이 송 정보관의 부탁을 받고 2013년 6월 11일 오후 2시 46분 5초, 구청 담당자에게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조회를 요청했고 ▲ 그날 2시 48분 48초에 송 정보관에게 전달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법원도 의심한 '채동욱 뒷조사'의 동기

눈길 가는 대목은 송 정보관의 '범행동기'였다. 심 부장판사는 그가 국정원 소속이며 조이제 전 국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측근이었던 점에 주목했다. 조 전 국장은 원 전 원장과 함께 국정원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이 사건 당시 피고인 송아무개는 채군이 채동욱 전 총장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 또 피고인 조이제는 원세훈 전 원장과 상당히 막역한 관계로 보이는데, 당시 원 전 원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고 조이제도 2013년 5월 31일경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과 국정원의 갈등이 고조에 달했고, 송아무개가 국정원 직원이었던 조이제와 평소 안면 있던 점을 비춰 볼 때 그가 서초구청 지원관으로서 조이제를 통해서 가족관계등록부 조회를 자연스럽게 부탁할 수 있던 걸로 보인다."

재판부는 송아무개 정보관이 서울교육청 강남지원청 등을 거쳐 채군의 학교 생활기록부 관련 정보를 제공받은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그가 혐의를 부인했고, 유영환 전 강남지원청장이 '송 정보관 부탁으로 채군의 재학 여부, 아버지 이름 등을 확인해줬다'고 한 진술을 번복하긴 했지만 당시 주고받은 문자나 진술 내용 등을 살펴볼 때 혐의가 충분히 입증됐다는 얘기였다. 특히 '공직자 신원조사는 국정원 직무범위'란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변호인은 이 일이 국정원의 직무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는데, 현행 법률은 국정원의 직무를 구체적으로 한정하고 또 국내정보 관련 활동은 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등으로 한정했다. 문헌을 보더라도 공직자의 비위사실 적발을 위한 것은 해당하지 않는다. 또 변호인은 보안업무규정 등을 근거로 국정원이 공무원직 내정자의 신원조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임용된 자를 내정자라 할 수 없고, 음해성 정보의 진원 파악을 위한 정보수집활동은 신원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업무상 정당행위란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재판부는 다만 2013년 6월 11일 조이제 전 국장이 조오영 전 행정관에게도 채군 가족관계등록부 조회결과를 건넸다는 부분은 두 사람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문자메시지 등을 주고받은 내역이 있고, 조 전 행정관이 검찰 조사 때 혐의를 인정한 대목도 있지만 믿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심 부장판사는 "피고인 조오영의 부탁을 받았다는 조이제의 일관된 진술은 다른 증거와 모순이며 진술 경위가 부자연스러워 믿기 어렵다"며 "피고인 송아무개가 자신에게 부탁한 사실을 숨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오영 전 행정관이 조이제 전 국장과 별다른 친분이 없던 점을 봐도, 그가 조 전 국장에게 채군 가족관계등록부 조회를 부탁했다는 주장은 부자연스럽다고 했다. 재판부는 "(혐의를 인정한) 조오영의 검찰 진술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뤄졌는지 의심이고, 그것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더 무거운 처벌받은 조이제, 끝까지 항변

'혼외 아들 의혹'으로 취임 이후 6개월 만에 검찰 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채동욱 검찰총장이 2013년 9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검찰 직원들로부터 환송을 받으며 청사를 나서고 있다.
▲ 퇴임하는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 아들 의혹'으로 취임 이후 6개월 만에 검찰 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채동욱 검찰총장이 2013년 9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검찰 직원들로부터 환송을 받으며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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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량을 정하기 전, 심 부장판사는 "고민스러운 부분이 양형"이라고 입을 뗐다. 그는 송 정보관의 경우 ▲ 국정원 직원임에도 불법을 저지른 일을 반성하지 않고 ▲ 국정원 댓글 사건 영향으로 이 사건을 국민들이 많이 주목했고, 결국 채 전 총장이 사임하는 과정에서 음모론이 제기되는 등 국론을 분열시킨 사정 ▲ 채군의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언론에 유출돼 그와 어머니가 정신적 피해를 입은 점 ▲ 재발방지 등을 고려할 때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이제 전 국장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나 종합해 볼 때 책임이 더 무거운 쪽은 조이제 전 국장이라고 했다. 심 부장판사는 송 정보관은 국정원에 근무하며 국가에 봉사했고, 신분상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던 점 등을 감안해 징역 8개월의 형을 2년간 집행유예했다. 조이제 전 국장도 20여 년간 공무원생활을 했고 이 사건으로 별다른 이익을 얻지 않았지만 개인정보업무 담당이었던 점 등을 볼 때 집행유예하기엔 사안이 중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채군 어머니 임씨가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부분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판결 선고를 마친 재판부는 끝으로 조이제 전 국장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저는 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이 말을 마친 뒤 조 전 국장은 법정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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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채동욱,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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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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