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케이블채널 VH1의 프로그램 <데이팅 네이키드>의 한 장면.

미국 케이블채널 VH1의 프로그램 <데이팅 네이키드>의 한 장면. ⓒ VH1


만에 하나, SBS <짝>의 출연자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화면에 나왔다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프로그램 폐지는 물론이고, 당장 방송국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격렬한 반대 운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개방적인 문화로 나아간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유교 문화권에 포함된지라, 성 상품화 혹은 관음증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한데 <짝> 알몸 버전이 실제로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미국 케이블채널 VH1은 <데이팅 네이키드>라는 프로그램을 7월 17일 첫 선을 보였다. 제목 그대로 알몸인 상태에서 짝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방영 하루 전인 16일에는 뉴욕에서 속옷만 입은 남녀가 데이트를 하는 콘셉트의 홍보로 길거리를 지나는 행인의 이목을 집중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남녀가 입고 있던 옷을 속옷까지 남김없이 벗고 자연의 상태에서 상대방을 알아가는 콘셉트로 구성되었다. <짝>처럼 이성을 번갈아 만나며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는다. 출연자는 이성 앞이라 해도 자신의 중요한 부위를 가리지 않는다. 속옷마저 이성 앞에서 벗는데, 에로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아무리 성에 개방적인 미국이라 해도 <데이팅 네이키드>는 남녀 출연자의 알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신체의 주요 부위는 뿌옇게 '블러' 처리를 해서 나름대로 여과를 하고 있다. 포옹이 일상적이라고는 하지만 상대가 알몸이라 어깨와 팔만 닿는 수준의 가벼운 접촉을 한다. 상대방이 오해할까봐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고 코끼리나 원숭이를 연상한다고 하니 출연자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출연자가 알몸으로 등장한 프로그램은 <데이팅 네이키드>가 처음은 아니다. 디스커버리는 야생에서 적응하는 생존 프로그램 <네이키드 앤드 어프레이드>에서, TLC는 부동산을 매매하는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의 알몸을 드러낸 바 있다. '알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하고, 이를 시청률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송국의 전략이다.

하지만 자극적인 소재는 일시적으로 시청률을 견인할 수는 있어도 더욱 강한 자극을 찾게 만든다.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셨다가 갈증에 더욱 목이 마르는 '바닷물의 함정'처럼, 알몸을 콘셉트로 하는 방송이 앞으로 우후죽순으로 나온다면 일시적으로는 화제가 될지언정, 더욱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야 하는 악순환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출연자의 알몸까지 방송에 적극 활용하는 시청률 지상주의는 한국만의 과제가 아닌 듯하다.

데이팅 네이키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