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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의 원작 작가 박흥용

▲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의 원작 작가 박흥용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흥용 작가는 이현세나 허영만 작가처럼 대중에게 많이 열리진 만화가는 아니지만 대중이 모르는 사이에 유명해진 만화가다. 황정민과 차승원의 주연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통해 대중이 모르는 사이에 그의 원작이 알려진 셈. 그는 대중이 선호하는 만화 세계를 구축한 작가는 아니다. 작가주의 만화 세계를 통해 만화가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만족하는 만화를 그려온 작가이지만, 그럼에도 그의 진심이 대중에게 통할 수 있었기에 오늘날 만화계의 중견 작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대표 작가전 <박흥용 만화: 펜 아래 운율, 길 위의 서사> 전시를 통해 대중과 만나는 박흥용이 이야기하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하지 않은가.

- 이번에 대표 작가전 <박흥용 만화: 펜 아래 운율, 길 위의 서사> 전시가 열린다.
"인쇄물로 접하던 만화를 원고로 직접 보면 작가가 실수해서 수정액으로 고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작가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면서 말이다."

- '박흥용' 하면 '작가주의 만화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돈을 많이 벌어서 풍요로움을 누리고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완성도 높은 작업을 하면서 기쁨을 만끽하는 사람도 있다. 저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만족하는 작업에만 매달리는 저에 대해 '작가주의'라는 호칭이 붙기 시작했다."

- 대중이 바라는 만화적인 취향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가 만족하는 만화 작업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만화가가 아마추어 시절을 성실하게 보내면 좋은 그림을 볼 줄 아는 눈을 뜬다. 한데 좋은 그림을 볼 줄 아는 눈이 생기면 작가는 많이 괴로워진다. 왜냐하면 눈은 완성도 높은 그림을 볼 줄 아는데 만화가의 손은 그 수준에 맞는 그림을 그리지 못해서 스스로를 괴롭히게 된다. 완성도 높은 그림을 볼 줄 아는 눈을 만족시키는 그림이 나올 때 만화가의 기쁨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저 스스로가 만족하는 그림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다. 좋은 그림을 볼 줄 아는데 다른 작가의 손에 만족할 만한 그림이 나올 때 '저 그림은 얼마든지 그릴 수 있어' 하고 스스로를 속이면 자신이 만족할 만한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그림 세계에 만족하는 그림만 그리다 보면 배고프기 쉽다. 만화가 자신을 만족하게 만드는 그림과 개중이 바라는 그림 가운데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상업주의 만화와 만화가의 내면을 만족하는 그림 사이에서 많이 갈등한 게 저의 만화다."

- 박흥용 작가의 작품 중에서는 영화로 만들어진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가장 많이 알려졌다.
"영화는 2010년에 만들었지만 만화는 그보다 15년 전인 1995년에 만든 작품이다. 자신을 완성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혁명이다. 자신을 혁명하느냐, 아니면 세상을 바꾸는 혁명을 비교한 작품이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다. 아까 언급한 것처럼 스스로의 작품 세계를 만족할 만한 작품과, 대중이 바라는 작품 사이의 갭을 충족할 작품이라고 판단하고 만든 작품이다.

이준익 감독이 만든 영화는 만화 원작과 포커스가 다르다. 원작 만화 속 이몽학과 황정학이라는 두 주인공이 제시한 삶의 길은 다음과 같다. 이몽학은 세상을 뒤엎고 혁명으로 주인의 자리에 앉고 싶어한 사나이다. 하지만 황정학은 그 반대다. 스스로를 혁명해서 얻을 수 있는 세상을 바랐다. 이몽학과 황정학을 비교한 게 영화와는 차이점이 난다.

견자의 원래 이름은 한견주다. 견주가 하도 행패를 부려 사람들이 '개자식'이라고 부르는 데에서 본명인 견주가 아닌 견자로 불리게 된다. 견자는  황정학을 만나면서 견자 자신이 눈 뜬 장님이라는 걸 깨닫는 인물이다. 견자에게 지팡이 역할을 해온 황정학이 세상을 뜬 다음에는 견자 스스로가 정신적인 지팡이를 찾아야 한다. 견자는 스승 황정학이 생전에 했던 이야기를 다시금 생각하며 내면세계를 찾아가면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비록 견자의 옆에는 황정학이 죽고 없지만 황정학의 역할을 하게 만든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의 한 장면

▲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의 한 장면 ⓒ 박흥용


- 영화는 이몽학과 황정학에 집중하고 이야기가 그려진다. 하지만 원작 만화는 두 인물 외의 다른 인물에게도 골고루 포커스를 맞춘다.
"메시지는 드라마를 끌어가는 엔진이다.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분담된 메시지를 끌어온다. A라는 캐릭터가 'a'라는 메시지를 끌어온다면 B라는 캐릭터는 'b'라는 메시지를 끌어오는 식으로 캐릭터마다 분담하는 메시지가 각각이다. 캐릭터가 많다고 장면에 매달리지는 않았다.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할 때 메시지가 그대로 전달되었는가가 중요하다. 많은 인물을 배치할 때 독자가 읽었으면 하는 메시지 전달에 무리가 없다면 그 어떤 장면을 보더라도 좋아하게끔 그렸다."

- 박흥용 작가의 작품 가운데에는 5.18 민주화운동을 테마로 그린 만화도 눈에 띈다.
"당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서 군부 정권 몰래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전시회를 많이 열었다. 만에 하나라도 군부의 눈에 이 전시회가 띄는 날에는 봉변을 당할 자리였다. 전시회에 소개된 자료를 보고 그리고 싶다는 동기를 받아서 그렸는데 다행히도 만화 잡지에 실린 만화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국내 매체는 언론 통제가 굉장히 심했다. 한데 군부 정권이 언론 통제를 소홀히 한 게 만화였다. 만화책은 간섭이 심했지만 만화 잡지는 간섭이 덜했다.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만든 만화는 만화 잡지에 소개된 만화였다."

- YS 정권 당시에는 만화 탄압이 있기도 했다.
"만화 탄압을 받은 작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스포츠 신문에 연재한 선배나 동료 만화가의 만화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고소를 당한 일이 있다. 고소를 시작으로 만화 탄압이 시작된 거다. 하지만 이는 이중 잣대의 소산이었다. 당시 일본 만화는 검열을 하지 않고 한국 만화만 칼질을 했다.

당시 문화관광부는 '일본 만화를 능가하는 힘 있는 만화를 만들자'는 구호를 내걸었는데 말이 안 되었다. 일본 만화의 선정적인 장면은 그대로 놓아두고 한국 만화는 검열 아래 손발을 묶어놓고는 일본 만화와 겨루게 만들었으니 이중 잣대가 아닐 수 없었다. 당시 탄압을 받은 선배 및 동료와 함께 잠시 만화 절필을 하기도 했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의 원작 작가 박흥용

▲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의 원작 작가 박흥용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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