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축구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용어 중 하나는 단연 '탈 압박'이다. 몇몇의 특정 선수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탈 압박이 나올 정도니 그 관심의 정도는 충분히 유추 할 만하다. 피치 곳곳에서 압박이 횡횡한 현대축구에서 한명의 선수가 즉흥적인 개인기를 이용해 두세 명의 선수가 둘러싼 압박을 빠져 나오는 장면은 단연 보는 이들에게 감탄사와 쾌감을 준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이 '탈 압박'이 공격전개의 중심이 되고 압박의 집중 타깃이 되는 중앙미드필더들의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으로까지 작용을 하고 있다.

'탈 압박'이 최근에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앞서 말한바와 같이 압박의 중요성이 강화되면서 이다. 한 팀이 상대의 압박에 의해 공격 전개가 차단될 경우 그 팀은 수비라인이 무너진 상태에서 상대의 공격을 수비하게 된다. 또 상대팀의 경우는 효과적인 단거리 역습 찬스를 만들 수 있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경기를 컨트롤해가며 경기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반대로 이 팀이 상대팀의 압박을 유기적으로 탈 압박하는데 성공할 경우 상황은 급격하게 역전된다. 지속적으로 두세 차례 상대의 압박을 뿌리치고 나온 다음 상대의 빈 공간을 빠르게 공략한다면 상대팀의 수비라인은 뒷걸음질 치며 주도적으로 자리를 잡는데 실패한 채 단순히 위기상황을 모면하는 수동적인 수비를 하게 될 것이다.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이 거의 매 경기마다 65%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압박과 탈 압박이 가장 교과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최전방 공격진인 만주키치-로벤-리베리부터 풍부한 활동량과 잘 짜여진 전술을 바탕으로 시도하는 전방 압박이 성공하면 상대팀은 어김없이 단거리 역습을 허용하거나 경기에 주도권을 완전히 나준 상황에서 수동적인 경기운영을 일관하게 된다.

또 최후방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의 유기적인 패싱게임이 가능한 바이에른은 역으로 상대의 전방 압박을 탈 압박 하는데서도 '대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삼각형을 연속적으로 만들어가며 상대팀의 압박을 유린한 뒤 어김없이 상대 측면 뒷 공간을 공략하는 시도가 두세 차례 연속된다면 그 후 어떠한 팀도 바이에른을 상대로 압박을 시도 하지 못한다.

이제 많은 감독들은 압박 전술 못지 않게 상대의 압박에 대응해 효과적으로 탈 압박을 하기위한 전술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수비형 미드필더의 후방 플레이메이커 활용이다. 지단과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경우 항상 수비력이 뛰어난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집중견제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치적으로 상대선수들 빽빽하게 둘러 싼 틈바구니에 자리하고 있다.

반면 과르디올라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의 경우 상대적으로 압박에 덜 노출 될 뿐만 아니라 압박을 시도하는 선수들 역시 수비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공격수나 공격형 미드필더들이다. 이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들에게는 단순히 수비력 뿐 만 아니라 넓은 시야와 패싱력 등 플레이메이커로써 필요한 능력까지도 요구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에게도 많은 활동량과 수비력이 강조되고 압박전술의 발달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들에 대한 압박 역시도 매우 강력하다. 박지성이 PSV와 맨유에서 활약하던 시절 밀란과의 경기에서 후방 플레이메이커 피를로를 집중 마크하던 장면을 생각해보자.

단순하게 중앙에 있는 미드필더 한두 명에 의해 탈 압박을 시도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만약 한두 명의 개인전술에 의해 탈 압박을 시도하는 팀이라면 그 선수들의 컨디션에 팀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난다. 그래서 최근에는 공격 전개의 중심축이 되는 중앙미드필더들을 필두로 10명의 필드플레이어 전원이 다양하고 유기적인 전술적 움직임을 가져가 줘야만 효과적인 탈 압박을 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중앙 미드필더들은 공격전개의 중심축으로써 압박의 집중 표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들이 미드필더로써 가장 우선 시 해야 할 역할은 개인기를 통한 탈 압박이 아니라 공수의 밸런스를 유지와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볼 배급이다. 그리고 팀 전체가 중앙 미드필더가 효과적으로 볼 배급을 하기위한 전술적 움직임을 가져가 줘야 한다.

안첼로티 감독의 밀란은 이러한 전술적 움직임을 매우 효과적으로 가져가는데 성공한 팀이었다. 특히 밀란의 후방 플레이메이커 였던 피를로의 경우 빼어난 패싱력과 기술적, 전술적 완성도를 고루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박지성에게 집중견제를 당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집중견제를 통한 압박에 심심찮게 약점을 노출한 선수였다. 때문에 안첼로티 감독은 피를로를 최대한 압박에 노출시키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 시도르프, 가투소 등 동료 미드필더들 과의 유기적인 포지션 체인징을 시도하였다.

반면, 지난시즌 유벤투스의 경우는 피를로를 지원하기 위한 선수구성 및 전술적 움직임이 부족한 팀이었다. 이는 자국리그인 세리아 A에서보다는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 바이에른과의 경기에서 크게 작용을 하였다. 바이에른의 완성도 높은 전방 압박에 그대로 노출된 피를로는 경기내내 큰 영햑력을 발휘하지 못하였고 유벤투스는 바이에른에게 끌려다니며 2-0패배를 맛봐야 했다. 결국 유벤투스는 올 시즌 프랑스의 젊은 미드필더 폴 포그바의 활용,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테베스를 영입을 통해 피를로의 볼배급을 원할히 하기 위한 전술 및 선수구성을 확보하였다. 

상대의 압박을 즐기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챠비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전성기 시절 챠비는 지금보다 더욱 상대의 압박에 능숙하게 대처를 하곤 했지만 동시에 바르셀로나의 선수들 역시 챠비가 효과적으로 볼 배급을 할 수 있도록 약속된 전술적 움직임을 잘 가져가 주었다. 최근에 챠비가 자신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빈도가 줄어든 이유는 챠비 자신의 컨디션 역시 과거보다 나쁘지만 동시에 바르셀로나의 선수들 역시 약속된 전술적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가져가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축구에서 탈 압박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나 한 팀이 유기적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탈 압박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요소는 공격전개 상황에서 가담하는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불 컨트롤 능력이지 공격전개의 중심축인 중앙 미드필더의 상대압박을 뿌리칠 수 있는 개인기가 아니다. 탈 압박은 한팀의 전술적 완성이지 한 개인의 기술적 완성으로 정의 될 수 없다. 탈 압박이 미드필더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보다는 팀의 전술적 완성도에 대한 평가 기준이 될 때 축구팬들이 탈 압박의 묘미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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