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 영화 포스터

▲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 영화 포스터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2010년 2월에 개봉한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은 제법 흥미로운 구석이 많았던 애니메이션이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고 느낀 괴짜 과학자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물을 음식으로 바꾸는 '슈퍼음식복제기'를 발명한다는 이야기가 신선했던 것은 아니다. 눈길을 끈 것은 음식으로 구현한 재난과 그것을 보여준 3D였다.

이름도 어려운 슈퍼음식복제기 '플린트드스음퐈'가 하늘에서 쏟아낸 햄버거, 피자, 아이스크림 등의 갖가지 음식은 어린 시절 보았던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을 재현하듯 화면을 가득 채우며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다.

기계가 고장 나면서 시작된 거대한 핫도그와 스파게티 토네이도 등이 마을을 공격하는 장면은 지구를 초토화했던 <2012>의 여진이 남아있던 관객들에게 '음식' 재난이라는 다른 형태의 스펙터클을 제공했다. <아바타>의 광풍을 목격한 제작자들이 너도나도 3D 열풍에 무임승차했던 것과 달리, 하늘에서 떨어지는 음식은 입체로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 영화 스틸

▲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 영화 스틸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는 1편에서 파괴된 줄 알았던 물로 거대한 음식을 만들던 플린트드스음퐈가 계속 살아있는 푸드몬스터를 만들고 있다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푸드몬스터의 아이디어는 이미 1편에서 거대한 젤리곰이나, 마치 에이리언을 흉내 내는 느낌이었던 걸어 다니는 치킨에서 예고된 바 있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는 글로벌 기업인 '라이브사'의 운영자인 천재 과학자 체스터 V(윌 포트 목소리)가 플린트(빌 헤이더 목소리)에게 푸드몬스터를 만들어내는 플린트드스음퐈를 수리하라는 요청을 받고 샘 스파스(안나 패리스 목소리), 얼<테리 크루즈 목소리) 등의 1편에 등장했던 친구들과 다시금 자신들이 살던 '꿀꺽퐁당섬'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모험담이다. 말하자면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 '후에' 쯤 되는 이야기다.

꿀꺽퐁당섬에 도착한 플린트 일행이 만나는 것은 야생대파사우르스, 수박코끼리, 바나나타조, 감자하마 등의 살아있는 음식들이 형성한 거대한 생태계다. 플린트 일행이 섬의 모습에 감탄하는 장면은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 무리를 처음 접하고 놀라던 알란 그랜트(샘 닐 분) 박사 일행을 떠올리게 한다.

<쥬라기 공원>의 오마주는 꽤 노골적이다. 바나나 타조의 등장 장면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쥬라기 공원>에서 티렉스가 사람들을 공격했다면,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는 프렌치프라이 다리가 달린 거대한 햄버거미가 치즈거미줄을 쏘며 플린트 일행을 궁지로 몬다. 물론 당황하면 딸기잼을 싸는 '베리' 처럼 플린트 일행을 돕는 도우미도 등장한다. 새로운 음식 생명체들로 뒤섞인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는 <쥬라기 공원>과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를 적절히 참고하면서 관객을 음식 거주 구역으로 안내한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이 이솝우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경고한 지나친 탐욕이 부른 재앙을 교훈으로 삼았다면,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는 악덕 기업주가 품은 욕심을 비판한다. 플린트드스음퐈로 자신의 기업이 생산하는 에너지바를 무한정으로 만들려던 체스터 V와 달리, 섬에서 공존하는 다양한 음식들의 현실을 알게 된 플린트는 이들은 연구의 대상이지, 파괴의 대상이 아니라 생각을 고쳐먹는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는 인간 중심의 개발 만능주의를 비판하며, 자연은 파괴의 대상이 아니라 목소리를 높이는 환경 애니메이션이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 영화 스틸

▲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 영화 스틸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토이 스토리>의 '픽사'와 <슈렉>의 '드림웍스"가 양분했던 CG 애니메이션 시장에 최근  <아이스 에이지>를 앞세운 '20세기 폭스'와 <슈퍼배드>를 내놓은 '유니버셜'은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이들에 비해 <부그와 엘리엇> <서핑업> <몬스터 호텔> 등을 내놓은 '소니픽쳐스'는 쏠쏠한 흥행을 거두긴 했지만, 동일한 주인공이나 소재를 갖고 여러 편으로 제작되는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를 내놓진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에는 프랜차이즈를 향한 소니의 야심이 슬쩍 엿보인다.

아쉽게도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로 본다면 소니의 프랜차이즈 계획은 힘들어 보인다. 1편과 비교한다면 몇 가지 볼거리 외에 다른 재미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야기는 밋밋해졌고, 전개는 산만하기 짝이 없다. 또한,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 <슈퍼 배드>의 미니언, <아이스 에이지>의 다람쥐 같은 강력한 캐릭터가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에는 없다. 귀여운 딸기 '베리'가 이것을 담당하기엔 매력 지수가 달리는 모습이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는 이야기의 힘으로 본다면 3편이 힘겨워 보인다. 그러나 북미에서 적당한 성적을 거두었으니 3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다음번 이야기엔 <킹콩>처럼 도시를 공격하는 거대한 음식 생명체를 보여 줄지도 모르는 법. 하늘에서 한 번 더 음식이 내릴지 기대해보자.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빌 헤이더 안나 패리스 닐 패트릭 해리스 제임스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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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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