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L코리아 >에 출연한 배우 오만석

< SNL코리아 >에 출연한 배우 오만석 ⓒ CJ E&M


tvN <SNL 코리아>가 이번 시즌에서 게스트를 활용하는 공식은 매번 다르다. 다만 게스트의 색깔을 극대화하는 것은 지난 시즌보다 강화되었다. 최여진을 섹시 코드로 활용하는 것은 이전 시즌의 게스트 활용법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이영자와 최민수, 이문식의 출연분은 게스트의 특성을 최대한 끌어올린 사례이다.

오만석 편도 마찬가지다. 오만석은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배우다. 방송과 영화에도 얼굴을 내밀지만 그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무대다. <SNL 코리아>는 그가 출연한 뮤지컬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뮤지컬 배우라는 그의 정체성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오만석이 뮤지컬 <그리스>의 넘버 한 소절을 부르는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SNL 중소기업 유망 상품 특별전>에서 오만석은 배레나룻을 감추지 못해 고민한다. 평소의 뮤지컬 무대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만 오만석이 서야 하는 무대는 바로 <헤드윅>. 격렬한 록 사운드에 몸을 맡겨야 하는 뮤지컬이자 배레나룻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의상을 입어야 하는 뮤지컬이다. 

 < SNL코리아 >에 출연한 배우 오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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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차해 보이고, 여성 관객의 혐오감을 자극할 수도 있는 오만석의 배레나룻에 반전이 일어나는 것은 배레나룻 전용 마스카라 덕분이다. 다만 그에게 '오드윅'이라는 별명을 안겨준 <헤드윅>에 있었기에 이 마스카라마저도 사랑스러울 수 있었다. 

<닥터 지킬 클리닉>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잘 아는 시청자라면 반가워할 콩트였다. <지킬 앤 하이드>는 자신의 정체성이 지킬인지 하이드인지를 고민하는 지킬 박사의 애환을 절절한 넘버로 표현한 뮤지컬이다. <SNL 코리아>는 이중적인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오만석의 애환을 '사랑'으로 풀어간다. 뮤지컬에서 지킬이 발명하는 약은 인격을 분리하는 약이다. <닥터 지킬 클리닉>은 이를 상대를 사랑하게 하는 묘약으로 치환한다.

"내레 그런 것까지 해야 하나?" "자꾸 깔짝대면 불바다를 구경시켜 주겠다"고 협박하는 김정은은 오만석이 발명한 사랑의 묘약을 들이키고 나서 순한 양이 된다. 그런데 김정은이 사랑에 빠지는 상대는 정성호가 분한 박근혜다. 남북 관계가 악화 일로에 치달은 요즘, 박근혜와 사랑에 빠지는 김정은을 내세운다는 것은 침체기에 접어든 <SNL 코리아>의 정치 풍자를 뮤지컬의 문법으로 풀어가는 센스다.

또 하나. <그 겨울, 바람이 분다>도 <지킬 앤 하이드>에 녹아든다. 오만석의 사랑의 묘약을 마시는 두 번째 대상은 크루 김슬기가 연기하는 송애교다. 김슬기는 사랑의 묘약을 마신 후 "박사님이 아니면 싫어요"라며 오만석을 향한 일편단심을 내비친다. 송애교가 물려받은 유산은 자그마치 200억이다. 여기서부터 <지킬 앤 하이드>의 감칠맛이 살아난다. 오만석은 사랑과 돈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의 고뇌는 코미디로 승화된다.  

 < SNL코리아 >에 출연한 배우 오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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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팬텀 오브 오만석>은 이목구비가 뚜렷한 오만석의 닮은꼴 유명인을 되돌아보게 했다. "<26년>의 결말 묻지 마, 진구의 본명은 나도 궁금해"라며 진구를 등장시키지 않나, "신화 에릭은 조금 인정한다"면서 에릭과 강두, 틴틴파이브 김경식과 후세인, 간디, 펠레, 오바마까지 불러온다.

<SNL 코리아>는 뮤지컬에도 관심을 두고 있었다. <SNL 코리아>의 오만석 활용법은 그의 뮤지컬 출연작을 곱씹어보게 하는 자리이자, 기존 뮤지컬 팬은 물론 뮤지컬에 문외한인 시청자도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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