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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미쓰GO> 시사회에서 사영철 역의 배우 이문식이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이문식 ⓒ 이정민


영화 <황산벌>에서 신라군을 상대로 걸쭉한 욕드립을 뽑아낸 백제군 병사를 기억하는가. <SNL 코리아>에서 2일 방영분의 호스트로 출연한 이문식이다. 이날 방영된 욕쟁이 할머니 코너는 이문식의 영화 속 욕 애드립을 살려 표현한 코너라 평가할 수 있다. 신동엽이 분한 기존의 욕쟁이 할머니와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이문식이 분한 욕쟁이는 가게를 찾아온 손님에게 '욕' 맛을 제공했다. 이번에는 그 반대로 손님을 쫓아내는 난감한 상황을 연출했다.

<SNL 코리아>의 톡 쏘는 맛은 의외로 뮤직비디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박재범-김슬기의 조합인 '남자니까'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히트한 화제작이었다. 이번에는 호스트 이문식에게 주연 맡지 말라고 김슬기가 자우림의 콘셉트로 패러디하며 디스한다.

이문식은 호스트의 특성을 살리는 코너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아픈 곳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배우라면 누구든지 단역이나 조연이 아닌 주연을 꿈꾼다. 그런데 이문식과 주연은 아직은 상극의 관계에 놓여있는 게 사실이다. 영화 <공필두>는 이문식이 첫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막을 내린 영화다. <플라이대디> 역시 개봉 당시 이준기를 캐스팅한 영화로 화제를 모았지만 흥행과는 거리가 있는 영화였다.

김슬기는 이문식 앞에서 주연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노래한다. 그가 주연을 맡으면 <공필두>건 <플라이대디>건 망하니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뮤직비디오 코너가 호스트를 살리는 게 아니라 망한 영화 출연작을 거론하며 도리어 호스트를 죽이는 디스를 노래로 표현하고 있었다.

사실 <SNL 코리아>의 셀프 디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시즌에서는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성형 사실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들의 외모가 성형발임을 당당하게 고백하는 성형송을 부르지 않았던가. 브아걸의 성형송처럼 이번에는 호스트가 언급하고 싶어하지 않을 법한 망한 영화를 퍼레이드로 나열하며 제발 주연 맡지 말라는 이문식을 향한 디스를 자우림 패러디로 노래하고 있었다.

뮤직비디오로 이문식의 망한 작품을 희화한다는 건 이문식의 영화 작품 선정 안목에 의구심을 품는 디스가 아니다. 도리어 이문식은 <황산벌>처럼 조연작에서 없어서는 안 될, 아니 주연보다 빛나는 명품 조연 연기를 펼친다는 점을 김슬기의 디스를 통해 희화하고 있었다. 차기작을 통해 이문식의 명품 조연 연기가 어떻게 진화할지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디스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면 <SNL 코리아>가 강용석을 출연시켰다는 점을 빼놓으면 안 된다. 이전 장진을 통해 강용석을 디스했던 <SNL 코리아>가 이번에는 장진이 진행하던 진행자 자리에 강용석을 앉히고 진행한다. 이전에 디스했던 강용석을 다시금 불러들여 그를 진행자의 자리에 앉힌다는 건 <SNL 코리아>의 디스가 디스의 차원에서 멈추지 않고 디스의 대상이 된 인물과 화해한다는 걸 의미함과 동시에 <SNL 코리아>안에서 디스의 대상자를 향한 풍자가 재생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SNL 코리아>에서 튀는 부분은 또 있었다. 정치 풍자의 톡 쏘는 맛이 지난주에 비해 향신료를 풍부하게 가미했다. 청와대에서 하산한 MB는 은퇴 자산이 넉넉하지 못해 리어카를 몰며 폐지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은퇴 후 노년 자산 설계라는 풍자 광고를 통해 청와대의 주인 자리를 내어준 MB를 희화한다는 건 공중파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SNL 코리아>만의 용기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의 핵도발을 요즘 사회 문제인 층간 소음에 유비시킨 '글로벌 텔레토비' 역시 눈에 띄는 정치 풍자가 아닐 수 없다. 안영미가 경호 실전 응용법을 선보이면서 박재범을 향한 사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체위 코미디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보이스 코리아>를 희화한 코너 '보이스 피싱 코리아'는 보이스 피싱이라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기 수법을 풍자함에 있어 웃음과 동시에 쓴웃음이 교차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보이스 피싱 코리아'는 자칫 잘못하면 보이스 피싱으로 고통을 겪는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프로그램으로 보일 수도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연변 말투를 쓰는 오디션 응시생의 사례 역시 자칫 잘못하면 연변 말씨를 사용하는 조선족이 본의 아니게 비하될 수도 있었다.

SNL 코리아 이문식 강용석 보이스 코리아 안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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