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폴> 영화 포스터

▲ <데드폴> 영화 포스터 ⓒ 유니코리아문예투자, SBS콘텐츠허브


카지노를 털고 도망 중이던 애디슨(에릭 바나)과 라이자(올리비아 와일드) 남매는 우연한 사고로 뒤따르던 경찰까지 죽이게 된다.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헤어지는 두 사람. 라이자는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전직 복서 제이(찰리 헌냄)를 만나게 되고 둘은 점차 사랑으로 발전한다.

한편, 애디슨은 동생을 찾으러 가는 도중에 계속해서 범죄를 저지르고, 여자 보안관 한나(케이트 마라)가 그의 흔적을 뒤쫓는다. 라이자의 뒤를 쫓아 제이의 고향 집에 도착한 애디슨은 제이의 부모님을 볼모로 위험한 인질극을 시작한다. 여기에 라이자와 제이 그리고 애디슨을 추적하던 한나까지 모이면서 이들 모두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독일 영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슈테판 루조비츠키 감독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2010년 남아공 월드컵까지 우리나라는 월드컵 본선에 7회 연속으로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7번의 월드컵을 지켜보면서 화려한 브라질의 축구만큼이나 독일 축구의 탄탄함에 매료되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분단, 베를린 장벽 붕괴 등으로 현대 세계사에서 중요한 맥락에 있었던 독일은 축구에서도 존재감이 컸다.

비단 축구만이 아니라 세계 영화사에서도 독일의 기운은 강했다. 1920년대에 로베르트 비네, F. W. 무르나우, 프리츠 랑 등이 '표현주의 영화'로 독일 영화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다면, 1960년~1970년대엔 빔 벤더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베르너 헤르조크 등으로 대표되는 '뉴저먼시네마'가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했다.

오늘날의 독일 영화로 눈길을 돌리면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의 도리스 도리, <굿바이 레닌>의 볼프강 벡커, <포 미니츠>의 크리스 크라우스 등이 국내 극장가에 소개된 바 있는 현재진행형의 독일 감독들이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활동했던 슈테판 루조비츠키 감독 역시도 지금의 독일 영화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살아있는 사람을 납치하여 해부 대상으로 삼는 <아나토미>, 나치의 비밀 암호기를 훔치러 간 여장남자 특공대의 소동극 <신이 버린 특공대>, 천재적인 위조지폐범이 나치의 대규모 위폐 생산 작전에 가담하게 되는 <카운터 페이퍼> 등 그가 감독했던 영화들은 모두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데드폴> 영화 스틸

▲ <데드폴> 영화 스틸 ⓒ 유니코리아문예투자, SBS콘텐츠허브


귀향과 화해에 대한 이야기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진 그의 신작 <데드폴>은 독일에서 만들었던 영화들과 다르다. 이전의 영화들은 코미디, 공포, 드라마 등으로 장르는 다를지언정 내용에선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나치를 다루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대적 배경이 현대인 <아나토미>마저도 '안티히포크라테스'란 세력이 과거부터 이어졌다고 설정하면서 나치를 연결하고, 그들에게서 나치의 광기가 느껴지게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데드폴>은 이것들과 완전히 거리를 두었다.

"집은 어떤 모습일까?"란 질문으로 시작하는 <데드폴>은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귀향'의 영화다. 고향은 장소적인 의미일 수도 있고, 잃어버린 가족이라는 정서적인 의미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돌아가야만 하는 '집'이기에 필연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있다. 도망자 애디슨은 학대받는 동생 라이자를 위해 아버지를 죽였던 과거가 있다. 전직 복서 제이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질렀다. 한나는 자신이 보안관이 된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버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에겐 아버지와의 관계가 소원하다는 유사점이 존재한다.

인질극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들은 다시금 아버지란 존재와 대면한다. 그 과정에서 목숨을 걸고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그들은 이해하게 된다. 종국엔 집으로 돌아온 자식과 부모는 화해하고 새롭게 가족은 형성된다. 모든 것이 복원되었기에 자연스레 방해요소였던 인질극은 끝이 난다.

이렇듯 인질극이 벌어지면서 가족을 새롭게 조명하는 방식은 탈옥수와 가족 간에 벌어지는 인질극을 다루었던 윌리엄 와일러의 <필사의 도망자>와 이것을 리메이크한 마이클 치미노의 <광란의 시간>을 떠올리는 구석이 많다. 이들 영화에서도 가족의 회복은 아버지를 통해 이루어졌다. <데드폴>, <필사의 도망자>, <광란의 시간> 모두 인질극의 상황을 빌려 가족의 회복을 시도한다.

<데드폴> 영화 스틸

▲ <데드폴> 영화 스틸 ⓒ 유니코리아문예투자, SBS콘텐츠허브


안타깝게도 불시착한 슈테판 루조비츠키

헐리우드에 편입되었던 유럽권의 감독들과 중국권의 감독들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안착한 경우보단 불시착이 더 잦았다. 근래에 독일에서 헐리우드로 진출한 사례에서 성공적인 예를 찾는다면 <사선에서>, <에어 포스 원>의 볼프강 페터젠이 떠오른다. 반면에 <타인의 삶>으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받고 헐리우드에 진출했던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는 <투어리스트>라는 기대 이하의 작품을 남겼다.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과 마찬가지로 <카운터 페이퍼>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받고 헐리우드에 간 슈테판 루조비츠키는 실패의 전철까지 뒤따르고 있다. <데드폴>은 에릭 바나, 씨씨 스페이식 같은 근사한 배우들과 헐리우드의 시스템을 업고 만들어졌지만, 설원이란 배경은 잘 살리지 못한 채로 몇몇 액션 장면에서나 소비되며, 인물의 행동은 개연성이 부족하다. 독일에서 만든 전작들에 비해 완성도가 심하게 밋밋하다.

헐리우드라는 거대한 꿈의 공장은 엄청난 볼거리를 만들 기회의 장소이면서, 동시에 모든 개성이 사라질 수 있는 소멸의 공간이다. 아쉽게도 슈테판 루조비츠키는 후자에 속했다. 한국 영화 르네상스가 낳은 두 명의 총아 김지운 감독과 박찬욱 감독. 그들이 헐리우드에 진출해서 만든 <라스트 스탠드>와 <스토커>는 헐리우드를 극복하면서 자신의 인장을 살려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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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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