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에타>(Pieta 김기덕 감독)의 무대로 등장하는 청계천은 잔인한 세상이다. 이곳은 21세기인데도 온갖 기계와 금속들이 정글을 대신해 원시림을 구성하고 있다. 청계천을 움직이는 매개체는 돈이다. 그 돈을 얻고자 다양한 초식 동물들이 하루종일 막노동으로 혹사 당한 것도 모자라 불경기에 빌린 고리사채를 감당못해 자살을 선택한다.

주인공 이강도(이정진)는 금속으로 먹고사는 청계천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는 고리대금업청부업자. 백악기로 치면 티라노 사우르스, 대다수 노동자들은 초식 동물과 다름없다. 이강도는 돈을 빌려주는 대신 생명보험에 가입시키고 이를 갚지 못하면 채무자 신체를 훼손하는 잔인한 방법을 통해 돈을 받아낸다.

한편 영화 속 이강도는 주식이 육식이다. 이런 메타포로 그는 공포와 잔인함을 표출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짐승으로 묘사된다.

 영화 피에타에서 자신을 고리대금청부업자 이강도의 생모라고 주장하는 조민수의 애절한 눈물과 절규하는 연기는 압권이다.

영화 피에타에서 자신을 고리대금청부업자 이강도의 생모라고 주장하는 조민수의 애절한 눈물과 절규하는 연기는 압권이다. ⓒ 김기덕 필름


그러던 어느날 40대 중반의 여성(조민수)이 천애고아인 이강도의 이름을 부르며 찾아온다. "너를 버려 미안하다"며 자신이 생모라고 주장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도 모자라 그의 집을 청소하고 심지어 아침식사까지 마련한다. 

단 한번도 엄마의 존재를 몰랐던 이강도. 그는 생모라고 말하는 여성을 결사적으로 거부한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마치 영화 레옹(1994)에서 경찰과 범죄자 밖에 안 보이는 뉴욕시의 악명높은 살인청부업자 레옹(장르노)을 찾아온 어린 마틸다(나탈리 포트만)가 연상된다.

영화를 감상하면서 중반부까지 김기덕 감독 특유의 잔인한 이야기 전개에 뛰쳐나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양극화로 치닫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매개로 한 약자와 강자를 우화적으로 표현했다고는 하나, 장면 하나 하나가 너무도 잔혹했다.

그럼에도 영화 후반부로 들어가면서 고리사채 청부업자 강도는 생모를 통해 원시림의 살육자에서 인간 이강도로 변해간다.

 영화 중반을 넘어가면서 주인공 이강도는 변해간다. 이전까지 돈만 받아내면 된다는 그는 느닷없이 생모로 등장한 조민수가 해주는 아침밥을 먹으며 한 인간으로 살고자 노력한다.

영화 중반을 넘어가면서 주인공 이강도는 변해간다. 이전까지 돈만 받아내면 된다는 그는 느닷없이 생모로 등장한 조민수가 해주는 아침밥을 먹으며 한 인간으로 살고자 노력한다. ⓒ 김기덕 필름


한편 피에타라는 영화는 기존 작품에서 드러난 김기덕 감독의 투박한 영화전개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세련된 장면전환과 스토리를 통해 극적인 장면들이 연출되는 등 이전보다 대중적인 모습으로 다가섰다. 특히 이강도 역을 맡은 이정진의 냉혈한 모습과 눈물과 슬픔이 가득한 생모 조민수의 연기는 압권이다.

이 영화는 8일 새벽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제51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100년 사상 첫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김기덕 감독이 지난 2004년 영화 '빈집'으로 젊은비평가상을 수상한 이래 8년만에 이뤄낸 쾌거다.

성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피에타(Pieta)는 용서와 자비를 뜻한다. 하지만 이를 주제로 제작된 영화 피에타는 살인자를 향한 위로와 자비는 있어도 용서는 없었다.

주기도문에서 "우리가 우리를 용서하듯이 그들을 용서하소서"라는 말이 실천으로 옮기기가 얼마나 어려운 시대인지 절감할 수 밖에 없다. 경기불황과 아동성폭행, 그리고 엽기적인 살인행각이 우리를 분노하고 절망케 만든 작금의 시대라서 그런가?

피에타 김기덕 황금사자상 베니스영화제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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