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머스트 고> 자신의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세간살이와 함께 집에서 쫓겨난 닉

▲ <에브리씽 머스트 고> 자신의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세간살이와 함께 집에서 쫓겨난 닉 ⓒ 키노아이


고사성어 가운데에는 '전호후랑'이라는 표현이 있다. 지금 앞문에는 으르렁거리는 호랑이가 있다. 앞문을 막지 않으면 나는 문 밖에 있는 호랑이의 한 끼 식사로 전락하고 만다. 그래서 호랑이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기를 쓰고 앞문을 막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막아놓지 않은 뒷문으로 이리가 들이닥친다. 앞문에는 호랑이가, 뒷문에는 이리가 골고루 속을 썩인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에브리씽 머스트 고>의 닉(윌 페럴)은 흡사 전호후랑처럼 '전천후 재앙' 때문에 난도질당하는 주인공이다. 16년 동안 다니던 직장에서는 해고 통보를 당하고, 아내에게는 집 밖으로 '퇴출' 당한다. 닉이 갖고 있던 물건은 모조리 집 밖으로 내몰리고, 아내가 임의로 자물쇠를 바꿔버리는 바람에 집에는 한 발자국도 들어가지 못한다. 십대 건달은 닉에게 시비를 걸고, 좀도둑은 낙의 물건에 손을 대기까지 한다. 4만 달러 이상이 예치되어 있는 닉의 계좌는 동결당하고 만다.

하루아침에 집 앞마당으로 쫓겨난 닉이 살아남으려면 자신이 그간 갖고 있던 온갖 세간을 팔아야 한다. 돈이 있어야만 먹을 음식도 주문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닉은 그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온갖 세간을 팔기 위해 정리하는 가운데서 일종의 깨달음을 얻는다.

물건을 갖는다는 건 '소유'를 의미한다. 하나 대개는, 내가 어떤 물건의 주인이 된다는 것에 만족하지 물건을 통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받지는 못한다. 아무리 유명한 야구선수의 사인볼을 가지고 있어도, 그 물건이 닉 자신의 삶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야구선수의 사인볼은 고가로 거래될 수 있는 '미래의 어음'이 될 따름이지 내 생의 의미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닉이 팔 물건과 팔지 않을 물건을 추스르는 '소유의 관점'으로부터, 자신이 가진 것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에게는 파는 '내려놓음의 관점'으로 바뀔 수 있었다는 건 그간의 '소유의 관점'이 내 삶의 의미 부여와는 아무 관련이 없었음을 깨달음으로부터 비롯한다.

<에브리씽 머스트 고>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세간살이들을 하나씩 팔기 시작하는 닉

▲ <에브리씽 머스트 고>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세간살이들을 하나씩 팔기 시작하는 닉 ⓒ 키노아이


'소유의 관점'에서 '내려놓음의 관점'으로 닉의 관점이 바뀔 때 그의 삶에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간 잊고 살았던 가치에 대한 새로움을 깨닫는 건 그 첫 번째 혜택이다. 고교 동창과 20년 만에 해후하거나 그간에는 무심했던 동네 흑인 청소년과 우정을 맺는 등의 인간적인 교류는 그간 닉이 잊고만 살았던 '관계 중심'의 가치관으로 접근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하나는 '내려놓음'으로 말미암아 다른 무언가를 '새로운 어떤 것'으로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는 점이다. 예전 같으면 죽어도 팔지 않았을 LP나 의자, 사인볼 등을 아낌없이 내어놓을 때 닉에게는 변화가 일어난다. 닉에게 일어난 변화는, 그간의 닉으로 대변되던 물건을 내려놓는 시점으로부터 촉발한다.

만일 닉이 자신의 물건을 내려놓지 않았다면 닉의 빈 공간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는 새로운 가능성을 차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나 닉은 자신의 것을 버림으로 새로움을 향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가능성에 기꺼이 자신을 내어맡긴다. <에브리씽 머스트 고>는 어떤 것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가를 반추하게 만드는가를 생각하게 만듦과 동시에, '소유의 관점'이 '내려놓음의 관점'으로 전환할 때 어떤 가능성이 열릴 수 있는가를 잔잔한 영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영화다.

에브리씽 머스트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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