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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권위자 닥터 톤은 자신의 심리 실험을 위해 신문 광고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한다. 참가자에게는 엄청난 상금이 주어진다.

그리하여 모인 사람은 총 20명. 실험을 위해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모의 감옥 실험에 참가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들은 간수 8명, 죄수 12명으로 나뉘어 미리 준비된 모의 감옥에서 생활하게 된다. 죄수는 죄수 역할을 하면 되고, 간수는 죄수들의 질서를 바로잡는 간수 역할을 하면 된다.

죄수는 이름표 대신에 번호표를 달고, 간수는 한 번도 쥐어보지 못했던 곤봉을 차고 돌아다닌다. 그렇게 그들의 실험은 시작되었다.

닥터 톤은 모든 상황을 모니터로 지켜보고, 죄수와 간수는 정해진 기간 동안 알아서 감옥에서 생활한다. 외부의 영향은 전혀 없었다.

처음에는 모두들 신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죄수와 간수 역할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데다, 정해진 기간만 지나면 모두들 상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행복함도 잠시,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바뀌어 가는 것이 있었다.

바로 자기 자신. 간수는 간수답게, 죄수는 죄수답게 변해가기 시작한다. 재미있게 시작했던 장난들과 농담들도 이제는 죄수와 간수 사이에서는 금기시된다. 결국 모든 것은 살인으로 이어지고, 모의 감옥은 실제 감옥보다 더한 지옥으로 변해간다.

2002년에 충격적인 독일영화가 등장했다. 더한 충격은 영화 속 경악스러운 사건이 모두 실화라는 점이다. 바로 스탠포드 모의 감옥 실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엑스페리먼트>다.

인간은 본래 선한가, 악한가?

영화 <엑스페리먼트>는 기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 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본래의 악함을 감추기 위해 선함을 표현하는 것인가, 아니면 선함에서 일부 악함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엑스페리먼트> 속의 실험은 인간에게 자유 의지가 있는 것인지를 파헤치려고 한다. 실험의 목적은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이 과연 선한 자유 의지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실험에서 주어진 극한 상황은 감옥이라는 환경 뿐이다. 다른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피실험자들의 자유다. 자유롭지 못한 환경 자체만 만들어주고, 인간의 본성을 관찰하고자 한 것이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실험은 정해진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격해지는 폭력과 폭언 그리고 결국에는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무시무시한 결과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험은 인간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존재인지, 그 사실만 밝혀낸 것이다.

스탠포드 모의 감옥 실험을 바탕으로 한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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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스페리먼트> 속 실험은 어느 정도는 결과를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쉽게 믿지 못할, 인위적인 면이 많이 느껴진다. 아무런 자극도 없이 인간이 완전하게 변해버리는 모습이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엑스페리먼트>는 픽션이 아니다. 실제로 행해졌던 실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사실, 그것이 영화 속 충격적인 장면과 결말보다 더한 공포를 선사한다. 바로 스탠포드 모의 감옥 실험을 바탕으로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스탠포드 모의 감옥 실험은 1971년에 행해진 실험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필립 짐바르도 박사의 지휘 하에 진행된 심리 변화 실험이었다. 영화 속 실험과 다른 점이 있다면, 처음에 24명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짐바르도 박사는 24명의 죄수와 간수로 나눠 생활하게 하였다. 이들 24명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고, 심리적인 문제가 있지도 않았으며, 학력 또한 높은 사람들이었다. 즉,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박사는 인위적으로 죄수와 간수를 나누지 않았다. 즉, 더 악랄해 보이는 사람을 간수로 넣거나 약해보이는 사람을 죄수로 넣은 것이 아니다. 박사는 피실험자 24명을 아무런 조건 없이 무작위로 나눠 실험에 참가시켰다.

그렇다면 실제 스탠포드 모의 감옥 실험의 결과는 어떠했을까? 역시 실험 시작 5일 만에 실험은 강제 종료되었다. 영화와 같이 간수는 폭력과 폭언을 일삼게 되었으며, 죄수들은 자기 비하적인 심리적 충격을 받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스탠포드 모의 감옥 실험은 강제 종료되고,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정식 실험으로 채택되지도 못했다.

인간의 본성, 알 수 없는 그 본성의 문제

영화 <엑스페리먼트>와 실제 스탠포드에서 행해진 실험. 그 결과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은 본래 악한 존재라는 사실일까, 아니면 인간은 환경적인 요인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일까?

스탠포드 모의 감옥 실험과 비슷한 목적과 조건으로 행해진 실험이 영국에서 실시된 바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는 스탠포드 실험 때와 같이, 어떠한 극적인 결과가 등장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의 영향을 받는 것일까? 스탠포드 실험은 무엇 때문에 죄수와 간수 사이의 심리적 차이가 벌어졌으며, 경악스러운 결과가 등장하게 된 것일까? 아직도 이 실험은 많은 윤리적인 문제와 더불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루시퍼 이펙트', 짐바르도 박사가 밝히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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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스페리먼트>와 더불어 스탠포드 모의 감옥 실험이 화제가 된 것은 최근 '루시퍼 이펙트'라는 책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화제가 된 이유는 단 하나. 그 충격적인 실험을 실시했던 짐바르도 박사가 밝히는 진실이 담긴 책이었기 때문이다.

짐바르도 박사는 '루시퍼 이펙트'를 통하여 스탠포드 모의 감옥 실험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영화 <엑스페리먼트>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윤리적인 문제로 많은 지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설명도 없었던 그가 밝히는 진실이다.

그는 실험이 행해지고 35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 스탠포드 실험에 대한 진실을 '루시퍼 이펙트'를 통해 밝히며, 그와 더불어 2004년에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포로 수용소에서 발생한 포로 학대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책에 의하면, 그가 실험을 중지시킬 수 있었던 것은 개인 의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실험에 흥미를 보인 박사와 친분이 있던 연구진들이 실험을 본 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해, 그제야 실험을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실험을 접한 다른 연구진들이 경악스럽게 느낀 실험 현장을 보고, 짐바르도 박사는 왜 실험을 중지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는 실험을 관찰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죄수 역할의 피실험자들에게 묘한 감정을 느꼈다고 전한다.

즉, 죄수 역할의 피실험자들이 실제 죄수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간수가 죄수들을 학대하는 것을 보고 그들이 학대할 만한 존재로 느껴졌고, 그들이 죄수 역할에 너무 알맞은 사람들로만 구성된 것이 아닌지 자기 자신의 결정에 대해서도 의심했었다는 사실이다.

엄밀히 다시 말하면, 스탠포드 실험에 참가한 피실험자는 24명이 아닌 셈이다. 실험을 바라보고 방관했던 짐바르도 박사. 그도 피실험자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결과물인 셈이다.

<엑스페리먼트>, 그 충격적인 독일영화

영화 <엑스페리먼트>는 실제 사건보다 더 충격적인 요소들을 많이 넣은 팩션으로 만들어졌으나, 스탠포드 모의 감옥 실험의 문제점을 충분히 지적하며 그 속에서 묘한 영화적 재미를 완성해 내었다.

실제 공포영화보다 더한 공포를 선사하는 스릴러였던 셈이다. 국내에서 개봉 당시에는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으나, 독일영화라는 점 때문에 그러했을 것으로 본다. 실제 공포영화나 스릴러 영화의 마니아들은 익히 알고 있는 작품이 <엑스페리먼트>다.

스탠포드 모의 감옥 실험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심리학 연구에서 이 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접해봤던 사람 혹은 '루시퍼 이펙트'를 읽어봤던 사람 모두 <엑스페리먼트>는 필수로 봐야할 최고의 스릴러가 될 것이다. 물론 어느 정보도 접해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도 영화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갈 것이다.

<롤라 런>을 통해 이미 얼굴을 알린 바 있는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는 반가운 얼굴이다. 그는 영화 <엑스페리먼트>를 통해 <롤라 런>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를 전체적으로 주도해 나가면서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는 역할을 제대로 보여준다.

영화 <엑스페리먼트>는 지금까지 소개한 '독일영화 다이어리' 영화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만큼 어느 할리우드 영화 못지 않은 제대로 된 스릴을 선보인다고 하겠으며, 친숙한 분위기로 영화를 이끄는 힘이 있다.

영화는 2001년 독일영화상에서 최고의 영화로 꼽힌 바 있으며, 제28회 시애틀국제영화제에서는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제25회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서는 올리버 히르비겔 감독이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다. <엑스페리먼트>의 올리버 히르비겔 감독은 '독일영화 다이어리'에서도 다룬 바 있는 <몰락 : 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을 연출했었다.

덧붙이는 글 '독일영화 다이어리' 연재 기사는 <엑스페리먼트>를 끝으로 마칩니다. 지금까지 '독일영화 다이어리'를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며, 이번 연재 기사로 독일영화에 대한 많은 관심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엑스페리먼트 루시퍼 이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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