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롤라 런> 포스터

영화 <롤라 런> 포스터 ⓒ X-Filme Creative Pool

우리는 하루에 수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별다른 일이 없었다고 해도,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밥 한 끼를 먹어도 무엇을 먹을 것인지 고민하고 선택한다.

 

때로 안 좋은 일이 생겼다면, '차라리 그 곳을 가지 않았더라면' 혹은 '그것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이라며 과거를 후회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나는 다른 일을 겪게 되었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어떠한 상황에서 다시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그러한 기회를 세 번이나 잡은 한 여자의 이야기가 있다.

 

<인터내셔널>,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톰 튀크베어 감독, 프란카 포텐테 주연의 영화 <롤라 런>이다.

 

남자친구를 구하기 위한 3번의 기회

 

조직 내에서 돈 심부름을 하던 마니는 실수로 지하철에 돈가방을 두고 내리게 된다. 20분 내에 조직의 보스와의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으면 그에게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니는 여자친구인 롤라(프란카 포텐테)에게 전화로 사정을 말한다.

 

남자친구의 위험한 상황을 알게 된 롤라는 바로 뛰기 시작한다.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은행의 간부인 아버지에게 돈을 빌리는 것. 롤라는 은행까지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하고, 그 길에 롤라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롤라가 어떤 방법으로 돈을 구해올 것인지 답답했던 마니는 결국에 슈퍼마켓을 털기로 결심하고, 총을 들고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간다. 반면, 롤라는 아버지를 찾아가지만 아버지는 매몰차게 롤라의 부탁을 거절한다.

 

순식간에 경찰에게 포위된 마니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남자친구에게 달려간 롤라. 결국 두 사람은 함께 도망가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경찰은 총을 쏘고 롤라는 쓰러진다. 그녀는 죽음 앞에서 또 한 번의 기회를 잡고자 한다.

 

성공한 실험 영화,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영화

 

영화 <롤라 런>은 독일에서 흥행한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유명한 독일영화다. 제목 그대로 롤라가 시종일관 영화 내내 뛰는 것으로 채워진 영화가 바로 <롤라 런>이다.

 

<롤라 런>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보다도 '아이디어'다. 다소 실험적인 요소들이 많은데, 어느 것 하나 너무 튀는 것이 없이 독특함을 지닌다. 그리고 그 독특함에 관객들은 쉽게 매료된다.

 

아이디어가 적당한 독특함을 영화에 부여하게 되었고, 그것이 관객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간 것이다. <롤라 런>이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된 것은 강렬한 테크노 음악으로 무장한 게임 영화라는 데에 있다.

 

게임 영화, 다시 시작하시겠습니까?

 

영화 <롤라 런>은 게임형 영화다. 마치 게임의 일부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어렸을 적에 자주 했던 게임들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가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 목표가 뚜렷한 주인공이 있고, 그는 목표를 달성하게 위해 끊임없이 달리는 것이다.

 

우선 롤라에게는 마니를 살려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 그것은 돈을 구해서 그에게 달려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게임이 그러하듯이,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시간 제한이 있다. 영화에서 제시하는 제한 시간은 오직 20분이다.

 

그러나 모든 게임에서 그러하듯이, 주인공이 늘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행착오가 있고, 그 상황에서 주인공은 실패를 경험한다. 시간 제한에 걸리거나 실수로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게임에서 그러할 때에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주인공에게는 기본적으로 3번 이상의 목숨이 주어지는 것이다. 영화 <롤라 런>도 마찬가지다. 게임형 영화로써, 롤라는 실패를 경험하지만 좌절하지는 않는다. 총 3번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똑같은 목표, 똑같은 루트 그리고 다른 선택  

 

 영화 <롤라 런>의 한 장면

영화 <롤라 런>의 한 장면 ⓒ X-Filme Creative Pool

 

롤라는 3번의 기회를 부여받고, 각기 다른 선택을 통해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 게임과 같이 롤라는 기회가 다시 주어져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그녀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동일한 루트로 달린다.

 

당연히 기회가 다시 주어진 만큼, 롤라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영화는 시작했던 부분에서 다시 재시작하고, 롤라가 어떠한 다른 선택을 하는지를 따라간다. 그리고 최종 목표에 도달하는지 따라가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이 상황에서 게임을 하는 듯한 착각을 갖게 된다. 주인공인 롤라가 부디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마음 속으로 바라게 되고, 결국 목표에 도달하면 관객들은 게임처럼 묘한 승리감을 맛보게 된다.

 

다양한 놀이 요소가 포함된 다이내믹한 <롤라 런>

 

영화가 게임형 영화라는 사실은 영화 곳곳에 다양한 요소들로 담겨있다. 가령, 첫 장면에서 롤러코스터가 경사를 올라가는 듯한 오프닝은 테마파크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연이어 나오는 축구 장면은 영화가 게임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영화가 또하나 특별한 요소를 갖는 것은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는 중간에 애니메이션까지 섞어 완성되었다. 마치 <킬빌>에서 애니메이션이 쓰인 것과 비슷하다. 중간에 롤라가 뛰는 장면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실제로 뛰는 것보다 더 스펙타클하고 다이내믹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강렬한 테크노 음악이다. 영화는 줄곧 굵직한 비트의 테크노 음악으로 무장되어 있다. 롤라가 뛰는 장면들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 테크노 비트는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다.

 

다시 봐도 강렬한 인상을 선사하는 롤라

 

영화는 다시 봐도 강렬함을 선사한다. 언제나 봐도 독특함과 신선함을 유지되기 때문이며, 강렬한 테크노 비트도 변함이 없다. 롤라가 목표 달성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기에 다른 이야기를 스스로 상상해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도 영화에서 강렬함을 선사하는 것은 롤라를 연기한 프란카 포텐테이다. 영화 내내 빨간 머리로 나오는 그녀는 <본 아이덴티티>에서는 맷 데이먼의 상대역으로 나와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영화 뒷이야기를 살펴보면 그녀는 <롤라 런>을 위해 머리를 몇 개월동안 감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만에 일어나는 사건이니 만큼, 영화의 설정을 위해 머리를 감지 않았던 것. 머리를 감으면 염색한 것이 조금씩 옅어질 수 있기에 그녀가 내린 결정이자, 열정이었다.

 

<엑스페리먼트>, <루나 파파> 등에서 강한 인상을 선보인 바 있는 마니 역의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도 놓치지 말야할 배우다. 영화는 시애틀 국제 영화제와 선댄스 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다.

2009.09.05 14:21 ⓒ 2009 OhmyNews
롤라 런 독일영화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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