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 Anka Film

홀아비로 살아온 한 남자가 있다. 성인이 된 아들을 둔 그지만,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매춘부인 한 여성을 집으로 데리고 온다.

매춘부로 하루하루 겨우 살아가는 그 여자는 딸 몰래 독일 땅에서 몸을 팔고 있다. 딸의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여자의 딸은 어머니를 찾고 싶어한다. 터키에서 정치 운동을 벌이는 왕성한 활동의 그녀는 독일 땅을 밟아 어머니를 찾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딸은 어머니를 찾던 도중에 독일의 한 여자를 알게 된다. 같은 여자지만 묘한 매력에 이끌린 그녀는 동성애적 사랑을 시작한다.

터키와 독일 사이에서 이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서로 인연을 맺으며 스쳐지나간다. 그러나 이들의 인연에는 만남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홀아비인 아버지, 그의 아들, 매춘부로 일하는 여자, 그녀의 딸, 어머니를 찾으려는 딸, 그 딸과 동성애를 하는 또다른 여대생 그리고 그 여대생을 걱정하는 어머니까지. 이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까지 모든 인연이 중첩되며 영화는 진행된다.

바로 <미치고 싶을 때>의 감독 파티 아킨이 내놓은 잔잔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여운이 남는 영화, 2007년작 <천국의 가장자리>다.

하나로 맞춰지는 퍼즐같은 매력적인 스토리

영화 <천국의 가장자리>는 총 3부로 이뤄져있다. '예터의 죽음', '로테의 죽음' 그리고 '다른 한 편의 이야기'까지 구성되어 있는 영화는 초반에는 자칫 별개의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등장인물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보다 보면 이 3개의 이야기가 각개의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임을 눈치챌 수 있다. 영화는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가 모이는 데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느끼도록 유도한다.

영화는 기존의 <러브 액츄얼리>나 최근작 <해운대>에서와 같이 많은 등장인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관계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이다. 찾는 사람이 바로 앞에 있는 상황에서도 알아보지 못해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그 기이한 인연에 묘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영화는 독일과 터키라는 두 국가의 갈등을 기본 배경으로 삼고 있다. 독일에 사는 터키계 사람들과 터키에 사는 독일인들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그들의 애환과 고민을 담고 있는 것이다.

즉, <천국의 가장자리>는 우연과 운명으로 연결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의 퍼즐을 맞추듯이 전개되는 형식에 터키와 독일, 두 나라의 묘한 갈등을 그려내고 있는 영화다.

잔잔함 속의 충격 요법과 자극적 소재까지 다양한 매력

영화 <천국의 가장자리>가 또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점은 바로 잔잔함 속의 충격적인 요소들의 배치다. 줄거리상 언뜻 보면 무척이나 잔잔할 것 같은 분위기지만, 영화는 실제로 잔잔함 속의 충격을 선사한다.

우선은 죽음이다. 영화는 수많은 인물들의 인연을 다루고 있지만, 그 속에는 몇몇의 죽음까지 다뤄지고 있다. 문제는 영화가 죽음에 대한 어떠한 분위기 조성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영화는 삶에서 죽음이라는 것은 예고된 것이 아닌,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온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했던 것처럼 영화 속에서도 죽음은 갑작스럽게 느껴지도록 그려진다. 즉, 보는 이들에게 어떠한 예고도 없이 등장 인물의 죽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주요 인물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이 죽음들로 인해 이야기의 흐름이 우려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영화는 죽음 뒤에는 다른 만남이 있음을 보여준다. 죽음 뒤에 숨겨진 다른 인물들의 관계가 기막힌 인연으로 비치는 것이다.

 영화 <천국의 가장자리>의 한 장면

영화 <천국의 가장자리>의 한 장면 ⓒ Anka Film


그 다음으로 충격적인 요소는 동성애라는 소재의 사용이다. 이미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는 많지만 <천국의 가장자리>는 좀 더 특별하다. 이 역시도 동성애라는 사실을 전혀 언급해주지 않다가 갑작스레 동성애 코드를 내놓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천국의 가장자리>에서 나오는 터키인과 독일인 여자의 동성애는 그들 뿐만 아니라, 이를 뛰어넘어 국가 간의 화해와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어 특별하다.

충격과 안타까움 그리고 묘한 여운

영화 <천국의 가장자리>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은 전체적으로 바라봤을 때, 우리의 인생이다. 영화를 보면 우리의 삶 자체를 느낄 수 있다. 국가 간의 갈등을 통해 우리와 중첩되는 바는 없지만 인간 관계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나 공감이 될 만한 부분이 많다.

인연을 맺는 데에는 우연이라는 요소도 존재하지만, 그 어떠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관계를 맺기도 하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관개를 맺기도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인해 관계를 맺기도 하고, 그 어느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는 할 수 없는 부모와 자식 간에도 관계는 맺어진다.

영화는 죽음과 섹스 그리고 동성애 등을 통해 충격을 선사하다가 인물들이 그저 스쳐가는 상황 속에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모든 것이 정리가 되지 않은 듯한 상태에서의 결말로 묘한 여운을 이끌어낸다.

결말이 어딘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지지만 그것이 아쉽지는 않다. 오히려 거기서 끝을 맺는 것이 모두를 위해 더 행복하지 않을까에 대한 안도감이 드는 것이다. 이는 영화 내내 연달아 계속된 안타까움에서 생긴 것이다.

눈여겨 볼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의 한나 쉬굴라

<천국의 가장자리>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은 한나 쉬굴라를 염두에 두고 보는 것이다. '독일영화 다이어리'에서도 언급한 영화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에서 '마리아 브라운'으로 열연했던 한나 쉬굴라가 바로 <천국의 가장자리>에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동성애를 하는 여대생, 그녀를 걱정하는 어머니 역할로 등장하는 것이 한나 쉬굴라(위 사진 왼쪽)다.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에서 젊은 여성으로 나왔던 그녀가 2007년작 <천국의 가장자리>에서는 나이 든 어머니 역할로 나와 강한 모성애를 보여준다.

영화 <천국의 가장자리>는 제43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에서 여우 조연상을, 제20회 유럽영화상에서는 각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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