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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우리지역이…"

한 20대 에이즈(AIDSㆍ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자 J씨의 무분별한 성접촉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충북 제천시민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다. 외지로부터 안부를 묻는 인사를 받을 때 이 사안이 첫 번째 화두가 됐을 정도로 지역의 핫이슈가 되었다.

J씨는 2003년 훈련소에서 에이즈판정을 받고 귀가조치 됐다. 그 후 택시기사로 일하며 최근까지 주로 야간과 새벽에 술취한 여성들을 상대로 성접촉을 가져왔다. 여성들 중에는 가정주부, 노래방도우미, 유흥업소종사자 등이 포함돼 있어 더욱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제천의 관련업계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우선 택시업계와 노래방, 유흥주점 등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1ㆍ2차 음주 후 택시 등을 통해 귀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임을 볼 때 유흥업소를 찾는 손님들이 발길이 급감했고 이로 인해 택시업계까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A씨(47ㆍ제천시 청전동)는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부끄럽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묵묵히 일하는 기사들과 지역경기에 큰 피해가 돌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제천의 이미지 실추. 꾸준하게 추진되어 온 'WHO건강도시' '한방건강도시' '청정도시' '조류독감도 비켜간 청정지역'의 수식어들이 한 순간에 큰 손상을 입게 되었다.

제천시는 '2010년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를 준비하며 지난해 9월 30일 세계보건기구(WHO)건강도시연맹가입을 승인받았다. 충북 도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 시민들 모두 크게 기뻐했던 것이 불과 몇 달 전이다.

더욱 문제가 심각한 것은 막연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감염자가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과 성접촉을 가졌기 때문에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 당국이 "감염자와 성접촉을 갖는다 해도 에이즈감염확률은 0.1%~0.4%정도로 낮다"라며 생활수칙 등을 발표하고 나섰지만 좀처럼 시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한 실정이다.

13일 질병관리본부는 J씨와 관련  "2003년 8월 19일 HIV 양성 확진을 받아 관할 보건소에 등록 관리되어 왔으며, 특히 HIV RNA정량검사 결과(2004년~2008년 12월) 에이즈 바이러스 미검출 수준으로 타인에게 전파행위 시에도 감염력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이 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13일 이후 제천시 보건소에는 16일까지 90여명이 넘는 검사자들이 몰려 시민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현재까지 추가 감염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행법 어디까지...사회적 시스템 절실

현행법상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직업제한이나 성행위 통제는 불가능한 실정으로 다만,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18조에 의거 유흥업소 등 정기검진대상업소만 취업이 제한되어 있고 동법 제19조(전파매개행위금지)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은 감염인를 격리하진 못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위험성이 높아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경우에는 강제로 치료받게 할 수 있으며 이를 거부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14조(치료권고)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감염인 중 타인에게 감염시킬 우려가 있는 자 등 다음 각 호로 정하는 감염인에 대하여 제13조에 따른 전문진료기관 또는 제16조에 따른 요양시설에서 치료 또는 요양을 받도록 권고할 수 있다.

1. 검진결과 감염인으로 판명된 자로서 검진을 받아야 할 업소에 종사하거나 종사할 가능성이 높은 감염인
2. 주의능력과 주위환경 등으로 보아 타인에게 감염시킬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감염인
3. 생계유지능력이 없고, 타인에 의하여 부양 또는 보호를 받고 있지 아니한 감염인

제15조 (치료 및 보호조치 등) ①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4조의 치료권고에 응하지 아니하는 감염인 중 감염인의 주의능력과 주위환경 등으로 보아 타인에게 감염시킬 우려가 높은 자로 인정된 때에는 치료 및 보호조치를 강제할 수 있다.

에이즈 감염자는 타인에게 또 다른 타인에게 전파매개하기 전까지는 범죄자가 아니라 한 피해자이다. 하지만 그들이 범죄자로 전락하도록 방치되어 왔다는 것이 이번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8년 말 현재 우리나라 에이즈 누적 감염인원은 6120명(사망 1084명)이며 충북도내에는 109명이 보건기관에 등록돼 관리를 받고 있다.

방치가 아니라 사회적공감대 속에서 성실한 치료를 받아 재활의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제2ㆍ3의 피해자가 양산되는 것을 막는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 J씨 관련 주요 경과 -
2002.     J씨, 채팅으로 만난 30대 후반의 남성과 성접촉 후 에이즈 감염 추정

2003. 6. 군훈련소 입대 후 에이즈감염자로 확인 귀가 조치, 택시영업 종사

2003. 8. 19. HIV양성확진, 관할 보건소에 등록.관리

2008. 7.      제천시보건소, 30여차례 전화상담 후 J씨와 연락 두절

2009. 3. 12. J씨를 절도혐의로 구속 뒤 에이즈감염사실 확인

2009. 3. 15. 제천경찰, J씨 상대여성 3명의 신원 확인(동영상 속의 유흥업소 여종업원 C씨(39) 등 2명, 가정주부 D씨(29)에 대한 검진의뢰)

2009. 3. 16. 정우택 충북지사, 확대간부회의서 도차원의 에이즈관련법 개정 주문

2009. 3. 16. 제천경찰서, 수사종결 사건 검찰로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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