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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에게 12월은 연말연시 음주 강행군이 기다리고 있는 한 달입니다. 그러나 올 연말에는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 여파에 주류 소비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대한주류공업협회의 조사 결과 올해 1~9월 사이 소주 소비량은 전년 대비 5.1%, 맥주 5.3%, 위스키 4.4%씩 증가했고, 경기 불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9월 한 달간 소주는 전년 대비 같은 시기 7.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24시간 편의점들에서도 비슷했습니다. 대다수의 편의점들에서 소주와 맥주의 판매가 전체 편의점 매출의 1~2위를 다투고 있다고 발표하는 등 주류 소비는 불황이 올수록 늘어난다는 속설을 그대로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12월의 음주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사고 없이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술, 어느 정도까지 괜찮나?

 

아무리 술을 잘 마시는 주당이라 할지라도 술이 무한대로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만약 술이 무한대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이유는 아마도 술이 흡수되지 않고 바로 대장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알코올은 섭취되면 식도나 위에서 곧바로 흡수되기 시작합니다.

 

우리 몸에 흡수된 물질이 제일 처음 도달하는 곳은 간인데, 이곳에서 2가지 경로로 대사가 이뤄집니다. 대부분의 알코올은 간에 있는 알코올 분해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뀌고 이후 아세트알데히드는 여러 단계를 거쳐 물과 탄산가스로 변합니다. 그러나 약 10%의 알코올은 다른 방법으로 대사가 이뤄집니다.

 

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나머지 10%의 알코올은 간의 소포체의 산화과정(MEOS)으로 대사되는데 이 MEOS는 약물의 대사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복용하는 많은 약들이 대부분 간에서 대사되므로 12월에 잘 걸리는 감기 등으로 인해 약물을 복용중인 사람들은 가급적 술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상인의 간이 24시간 동안 분해할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은 160g인데 이 양은 보통 소주 3병, 맥주 16병 정도가 됩니다. 그러므로 이론적으로 간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알코올을 160g 이상 섭취하지 않아야 합니다.

 

김병호 경희의료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알코올성 지방간은 하루 평균 소주 반 병 이상을 일주일 동안 지속할 경우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비록 이로 인한 지방간은 그 증세가 미미할 수 있지만, 지방간이 심해지면 합병증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매일 강행군을 해야 하는 술자리에서는 1주일에 최소한 2~3일은 간이 회복될 수 있도록 휴식 기간을 두어야 합니다.

 

 

술자리에서 피를 토한다면?

 

연말연시 술자리가 늘면서 소화기 내과에서 특징적인 환자들이 생깁니다. '말로리-웨이즈 증후군(Mallory-Weiss Syndrome)'으로 불리는 이 질환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애주가들은 그 이름도 알고 있을 정도로 흔히 일어나는 질환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연말연시 술자리를 자주 하는 일반인들도 피를 토하는 증상에 깜짝 놀라 응급실에 자주 방문하기도 하는 등 우리나라에서는 12월에 자주 볼 수 있는 특징적 질환입니다.

 

식도와 위의 연결 부위는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점차 좁아져서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작용을 하는데, 고농도 알코올을 마시면 알코올의 직접적인 손상보다는 구토 때문에 식도의 압력이 갑자기 올라가고 식도와 위가 만나는 부위의 점막이 상처를 입게 됩니다. 비록 점막의 상처로 인해 구토 때 피가 보이지만, 이때 치료를 받는다면 후유증 없이 퇴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된 과음으로 구토가 심해지면 점막 아래 근육층과 동맥이 파열(Boerhaave`s Syndrome)돼 과다한 출혈과 함께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것은 알코올 도수 20%가 넘는 소주, 위스키 등을 가급적 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음주 전 반드시 식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공복에 도수가 높은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한 번에 모두 마시는 것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술 마시고 더우시다고요?

 

연말연시 술자리에서 보면 술을 마시면 덥다고 옷을 벗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술자리에서는 괜찮지만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저녁 때 덥다고 옷을 걸치지 않고 밖으로 나갔을 때 자칫하면 동사 위험까지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한겨울의 과음은 체온저하의 주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원흠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음주 후 표피 혈관의 확장으로 인해 체열 소실이 많아지므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보통 얼굴이 붉어지고 화끈거리는 증상을 열 발생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실제로 음주는 열을 발생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열을 방출하는 효과가 큽니다.

 

일반적으로 추우면 말초혈관이 좁아지고 몸의 중심부에서 혈액의 양이 올라가 몸을 유지하게 되는데, 알코올이 체내로 들어가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액이 피부로 몰리면서 피부를 통해 많은 열이 빠져나갑니다. 동시에 혈액 중 수분도 함께 빠져나가게 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체온이 떨어지게 됩니다.

 

한편 알코올은 체온을 담당하는 중추신경계도 마비시켜 추위를 잘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추운 겨울날 만취한 사람이 찬 곳에서 잠이 든 경우 마비증세가 생기기도 하고 심하면 동사하기도 하므로 연말연시의 술자리에서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법화경>에는 "한 잔은 사람이 술을 마시고, 두 잔은 술이 술을 마시고, 세 잔은 술이 사람을 마신다"는 말이 있습니다. 올해에는 술이 사람을 마시는 상황까지는 가지 말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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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음주, #소주 , #맥주, #폭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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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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