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오욱환 변협 총무이사, 이기수 회장, 임시규 사법연수원 교수, 이상수 한남대 교수(좌측부터)
ⓒ 신종철
정부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법안이 법대교수들과 변호사단체는 물론 국회에서도 호되게 뭇매를 맞으며 '동네북' 신세로 전락한 가운데, 한국법학교수회(회장 이기수 고려대 교수)가 20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개최한 '로스쿨법안의 문제점과 올바른 법학교육의 방향' 세미나에서도 '무늬만 로스쿨, 사이비 개혁법안'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또한 이미 통과됐어야 할 로스쿨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는데다가 하위 관계법령 제정과 총입학정원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 당초 정부가 계획한 2008년 로스쿨 개교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는 등 로스쿨 도입이 사면초가에 휩싸였다.

"일단 도입해 사법개혁 물꼬 텄다는 선전하기 위한 작전인가"

주제발표자로 나선 정용상 부산외국외대 법대학장(한국법학교수회 부회장)은 먼저 "로스쿨은 법조인 양산을 전제로 하는데 현재 로스쿨 법안은 규제일변도의 법안"이라며 "입학정원과 설치대학을 제한은 법조인 증원을 봉쇄하려는 법조직역이기주의의 발로이며, 사법개혁과 전혀 무관한 오로지 법학교육의 법조예속과 법조기득권 유지를 위한 독소조항의 조합에 불과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법조귀족사회의 정문에 철옹성 같은 진입장벽을 쌓아 놓고 절대다수에게 원초적으로 법조진입이 불가능하도록 한 현 법안은 로스쿨의 본질과는 전혀 다르더라도 로스쿨이라는 문패는 사법개혁의 상징성이 있으니 '사이비 로스쿨'일지라도 일단 도입해 사법개혁의 물꼬를 텄다는 선전을 하기 위한 작전인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학장은 또 "엄격한 설치기준과 총압학정원의 통제를 통한 로스쿨 진입통제는 법조인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발상으로 실질적 허가주의"라며 "이런 통제는 궁극적으로 법률문화를 왜곡해 로스쿨이 관료법학 내지는 관료법조시스템에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현재의 법조인 배출 숫자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로스쿨을 도입하는 것은 결혼한 부부에게 불임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며 "사법시험도 진입장벽이 너무 높고, 끼리끼리의 법조귀족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입학정원을 제한해 로스쿨을 극히 제한적으로 설치하는 것은 법조 특권의식과 폐쇄적 법조귀족화를 더욱 부추겨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 학장은 "특히 교육주체도 아니고 로스쿨 도입 자체를 부정해 온 변협에 로스쿨의 설치운영은 물론 평가인증에 관한 실권까지 부여해 인가취소 등의 무서운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반개혁적 입법으로 법학교육의 법조예속을 정당화하는 악법"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그러면서 "진정한 로스쿨을 도입하려면 준칙주의에 의한 자유와 경쟁의 원리에 따라 적정기준을 갖추면 로스쿨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따라서 현재의 로스쿨 법안은 대폭 수정된 후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 학장은 현재 로스쿨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2008년 로스쿨 개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적 합의 없는 졸속입법으로 인한 후유증의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행정부차원의 하위입법 및 준칙 등 준비과정이나 유관위원회 구성 및 활동을 통한 로스쿨 선별 지정과 정원결정 등을 감안할 때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초 정부의 계획은 2005년 말까지 관련 법률을 제정해 2006년도 상반기에 설치인가 심사기준을 공고하고, 10월까지 인가대상 학교를 선정할 방침이었으나 법안에 대한 논란만 무성할 뿐 아직까지 국회에 표류중이다.

끝으로 정 학장은 사학법 처리의 예를 들며 "로스쿨은 파급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에 정치적 산물이어서도,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의한 다수결처리도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졸속입법에 의한 기형적 로스쿨 도입을 강행하기보다 백지상태에서 다시 법학교육과 법조인양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환기시켰다.

이관희 경찰대 교수는 "로스쿨 도입은 법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지도 못하면서 대학교육의 대혼란만을 초래하고, 급변하는 정보화시대에 부응하지 못해 우리의 국가 경쟁력을 크게 떨어트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로스쿨 법안 원안 통과는 반드시 저지해야"

토론자로 나선 이상수 한남대 교수(민주사법국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는 "정부의 로스쿨 법안은 법조특권의 재분배에 불과한 것이어서 법학내부의 경쟁구조를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를 배출할 수 없고, 법학의 엄청난 퇴락을 낳을 뿐"이라며"따라서 로스쿨 법안의 원안 통과는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로스쿨의 진정한 문제점은 고비용 교육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로스쿨에서 수익자 부담원칙을 고수할 경우 국민 대다수는 로스쿨에 진학하기 어려워 법학의 귀족화는 필연적이며, 졸업생은 돈벌이에 혈안이 될 것"이라며 "등록금의 절반을 국고지원금 등으로 충당하면 로스쿨 도입을 지지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이 교수는 "총입학정원과 개별 정원을 통제할 경우 로스쿨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000명 이상이 돼야 하며, 대학도 30개 안팎으로 분산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홍구 교육부 서기관(대학혁신추진단)은 "우리 로스쿨 제도를 설계하는 데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는 있으나, 일본의 로스쿨이 2004년 도입됐는데 벌써부터 실패라고 단정 짓고 로스쿨 도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꼬집었다.

김 서기관은 "아직까지 입학정원 규모 및 결정 방법, 법학교육위원회 구성, 로스쿨 평가 기구 등 해결되지 않은 쟁점이 있고, 로스쿨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국회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로스쿨은 법학교육의 정상화와 사법개혁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인 만큼 이번에 법제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변협 "정작 늘려야 할 것은 로스쿨 정원이 아니라 변호사 일자리"

반면 오욱한 대한변협 총무이사는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은 로스쿨 3년의 교육기간을 거치더라도 법조인으로서의 실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로스쿨을 전문적인 직업훈련기관으로 파악한다면 교육부장관의 관리감독은 형식에 그쳐야 하고, 실무분야는 대한변협의 관리감독권이 확실하게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입학정원과 관련, 오 이사는 "무조건 대량 증원해 고급 인력들을 이전투구케 함으로써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는 국가적으로 비효율적일 뿐"이라며 "현재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이 과잉공급 상태인 점 등에 비춰 1200명이 최대 허용 한도"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이어 "법대교수들은 시장원리에 의한 법조인의 진입과 퇴출이라는 무책임한 주장을 하고 있는데 전문직의 수급에 있어 '시장원리'는 '방캄와 같아 방치 상태에서 이뤄지는 법조인의 양산 사태는 법조의 몰락과 불신만을 조장할 뿐"이라며 "로스쿨 정원 규제는 인재의 적절한 배분이지, 변호사 시장에의 진입장벽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오 이사는 또 "자유로운 진입은 변호사 자격증까지 갖춘 실업자를 생산하게 돼 '고시낭인'이 아니라 '변호사 낭인'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로스쿨 도입은 변호사 대량 증원을 통해 변호사의 품위와 사회적 지위를 하락시키려고 하는 악의와 같아 현 시점에서 정작 늘려야 할 것은 로스쿨 정원이 아니라 변호사의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한국법학교수회 수석부회장인 석종현 단국대 교수가 주제발표 사회를 맡고, 회장인 이기수 고려대 교수가 토론회 사회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으며, 전국 법과대학 50여명의 교수들이 참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