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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장관이 로스쿨 총 입학 정원을 정할 때 협의대상 기관 중 한 곳인 한국법학교수회와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 그리고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국민연대가 9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올바른 로스쿨법 제정을 위한 인권·시민·노동·법학계 비상대책위원회', 약칭 로스쿨법 제정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동안 로스쿨 도입 법안이 성안되기 전까지 법대 교수들을 비롯해 각계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사법개혁이나 로스쿨과 연결시켜 이런저런 타이틀을 내걸고 단체를 만들어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로스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단체가 구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범 이유는 단순 명쾌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로스쿨 법안은 무늬만 로스쿨로 법조기득권만을 위한 개악인 만큼 법안의 원안 통과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로스쿨 비상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인사들도 모두 하나 같이 로스쿨 법안의 원안통과 저지를 빼놓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 결연한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또 기자가 법안 통과 저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이냐고 묻자, 심지어 한 인사는 "다가올 지방자치선거에서 패할 것"이라고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했으나, 이어 "로스쿨 법안의 심각성을 국민들에게 알려 선거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해 비장한 각오도 느낄 수 있었다.

로스쿨 비상대책위원회는 왜 대안제시 안 했나?

기자회견이 진행되면서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로스쿨 법안의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로스쿨 비상대책위가 '로스쿨 법안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입장문이나 그 어디에도 '개악 법안'에 관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어떤 단체든지 무슨 사안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 표명을 할 때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안을 제시해 왔던 통상적인 틀을 깨는 것이어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거기에는 숨은 뜻이 있었다. 로스쿨 비상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김민배 인하대 법대학장이 그 궁금증을 풀어줬다.

▲ 김민배 공동집행위원장
ⓒ 신종철
기자가 김민배 집행위원장을 따로 만나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말하자, 그는 "지난 6일 제주도에서 3개 단체가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을 때 대안 제시에 관한 논의를 했다"며 "그러나 그동안 여러 루트를 통해 대안을 제시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 생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물론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김 집행위원장은 이어 "로스쿨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법조인 양산을 통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라며 "그런데 현재 법학계와 법조계가 밥그릇 싸움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고, (대안은) 대학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빼는 것이 좋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교수들은 기본적으로 현재 로스쿨 법안의 큰 틀 자체가 문제가 있는 만큼 로스쿨 각 조항에 대한 문제점을 일일이 지적하는 각론에 대한 논의는 의미가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김 집행위원장은 또 "그동안 정부는 법학계나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적이나 제시된 대안을 한 자도 쳐다보지 않았다"고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법안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한 번 보고 그 후에 수정하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정부를 겨냥했다.

또한 기자가 "법안 통과 저지의 의미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냐"고 묻자, 김 집행위원장은 "로스쿨 도입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 "법조기득권만을 위한 현재의 로스쿨 법안에 반대한다는 것"이라고 말해 수정하면 반대하지 않을 뜻임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현재 법안은 입학정원을 제한하고, 고비용의 로스쿨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만이 법조인이 될 것이 뻔해 계급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김 집행위원장은 "정부는 로스쿨을 2008년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교육제도는 바꾸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한 번 삐끗하면 와장창 무너지기 때문에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충고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특히 "현재의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어느 대학이 로스쿨이 되더라도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로스쿨 도입을 적극 주장하고 또한 국회에 계류 중인 로스쿨 법안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던 참여연대가 이번 로스쿨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서 빠진 것과 관련, 김 집행위원장은 "사법감시센터의 한상희 소장(건국대 법대교수)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참여연대 내부의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아직 결정이 안 돼 참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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