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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3600m 고원에 위치한 우유니 소금사막

간밤에 이곳은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추위를 자랑했다. 게다가 한 방에 여덟 명이 함께 자는 단체 숙소의 침대에는, 보온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얇은 모포 두 장만 있어 추위를 더했다. 아침 식사로 빵과 함께 나온 따뜻한 코카차(Mate de Coca, 코카잎을 우려먹는 차로 고산병에 특효가 있다)로 몸을 녹인 일행은 아침 9시경, 다시 지프에 몸을 실었다.

산후안(San juan) 마을을 출발한 지프는 어제 소금 평원과는 환경이 정반대인 자갈밭 사막을 가로질러 달려나간다. 길은 정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비포장 도로. 차가 지나간 타이어 자국만 남아 있지, 도로라고 보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길은 굉장히 험하다. 차가 위아래로 심하게 흔들려 천정에 머리를 부딪치기 일쑤인데다, 길가엔 큰 돌들이 도처에 널려 있어 이곳에서 운전을 하는 것은 위험천만 그 자체다.

우유니 소금사막에 대하여

소금 사막은 우유니 시 아래에서부터 약 12,000㎢에 이르는 면적에 자리한다. 이는 남한의 1/9 크기로 서울 면적의 약 20배, 경기도 전체의 크기와 맞먹는다.

이 소금사막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공업용으로 적당하다고 하며, 가공시 식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소금사막이 시작되는 근처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소규모로 소금을 채취하는데 조합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기계를 이용한 대규모 채취는 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채취된 소금은 볼리비아 전역으로 팔려나간다고 한다.

사막을 뒤덮은 소금판은 평균 두께가 60㎝이며, 가장 깊은 곳은 그 깊이가 무려 120㎝에 달한다. 이렇게 이곳에는 아무리 퍼내도 바닥이 드러나지 않을 만큼의 엄청난 양의 소금이 매장되어 있다. / 배한수
이렇게 어려운 도로 사정 속에 한참을 달려나가니, 이번엔 듬성듬성 말라붙은 풀들만이 보이는 모래사막이 펼쳐진다. 우유니는 전체가 사막지대이지만 남부쪽으로 내려가면서 소금사막, 자갈밭 사막, 모래사막 등 다양한 종류의 사막이 순서대로 펼쳐진다. 모래 평원이 끝없이 펼쳐진 이곳을 바라보고 있자니 황량함 그 자체가 느껴진다.

이렇게 사막을 가로질러 가다보니, 저멀리 폐허처럼 서 있는 건물 같은 것이 보인다. 이곳은 치구아나(Chiguana)에 주둔하고 있는 볼리비아의 군기지 검문소가 있는 곳. 평소에는 이곳에서 내려 짐검사와 여권검사를 받는다고 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오늘 막사 안에는 아무도 없다.

이렇게 간신히 모양만 유지하고 있는 막사에서 볼리비아 군인들은 매일같이 일을 한다고 한다. 군기지 옆에는 외롭게 일하는 이들에게 가끔 위안이 되줄 기차가 지나다니는, 우유니에서 칠레 깔라마(Calama)를 연결하는 단선 철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검문소를 통과한 차는 사막의 경사면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더니, 이윽고 정상 부근에 차를 세운다. 이곳에 내려 정면을 바라보니 해발 5865m의 활화산 오야구에(Ollague)가 눈앞에 펼쳐진다.

▲ 해발 5.865m의 활화산 오야구에(Ollague)의 모습 (왼쪽 경사면에 가스가 분출되고 있다)
ⓒ 이은정
현재도 활동중인 활화산이라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 산 한쪽 경사면에서 커다란 증기를 내뿜고 있는 오야구에. 풀 한 포기 나 있지 않은 이 화산에서 현재 유황을 채취한다고 하며 해발 5000m 부근에는 유황호수가 있다고 한다. 난생 처음 활화산 앞에 서보니 바로 지금 뜨거운 용암이 흘러내릴 듯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오야구에 화산을 지나 한참을 더 달려나가니, 드디어 푸른색을 띤 호수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 거대한 소금띠를 형성하고 있는 라구나 까나빠(Laguna Canapa) 호수의 모습
ⓒ 이은정
이 호수의 이름은 라구나 까나빠(Laguna Canapa).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 아래 위치한 이 호수는 진한 소금물이 담겨 있음을 증명이나 하듯 호수 둘레로 거대한 소금띠를 형성하고 있었다. 게다가 호수의 일부는 적갈색 산의 색깔이 투영되어, 호수의 모습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호숫가 근처로 나가보니 바닥은 온통 흙과 소금이 엉겨붙어 있다. 이곳에서는 분홍 빛의 플라밍고(Flamingo)가 무리지어 산다고 하는데, 어딜갔는지 그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고 이름을 모르는 여러 종류의 새들만이 호숫가를 정신 없이 날아다닌다. 운전사에게 "어디에서 플라밍고를 볼 수 있느냐"고 물으니, "점심 먹고 가게 될 다른 호수에 수없이 많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닭고기 튀김에 채를 썬오이와 감자로 점심을 해결한 일행은, 다시 차에 올라타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다. 그런데 차를 타고 가길 얼마 지나지 않아 운전사가 무엇을 주시하더니 차를 멈춘다. 어리둥절해진 일행이 영문을 묻자, 운전사는 황량한 벌판 한쪽을 가리키며 "저쪽에 야생 여우들이 있다"고 말했다. 차에서 내린 운전사가 점심에 먹고 남은 닭 뼈다귀들을 바닥에 던져놓고 다시 차 안으로 들어오자, 여우들은 이내 차 근처로 어슬렁 어슬렁 다가오기 시작했다.

▲ 경계를 살피며 음식쪽으로 다가오는 야생 여우들
ⓒ 이은정
암컷과 수컷으로 보이는 여우 한 쌍.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차 근처로 다가온 여우들은 음식을 보고서도 한참을 경계하더니, 이내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그리 크지 않은 체구에 커다란 꼬리를 가진 여우들. 일행은 신기한 마음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에 정신이 없다.

▲ 커다란 꼬리를 가진 여우의 모습
ⓒ 이은정
먹이조차 존재하지 않을 법한 이 사막 한가운데에서 외로이 살고 있는 여우들.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여우는 모든 뼈다귀를 한꺼번에 입에 물고 재빨리 먼 곳으로 사라졌다.

다시 차가 출발하길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절경 속 한 호수에 플라밍고 무리들이 노닐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호수 안에는 수많은 분홍 빛 플라밍고들이 물 속에 발을 담그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라구나 에디온다(Laguna Hedionda) 호수의 절경과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플라밍고들
ⓒ 이은정
갈색 산들이 호수 바로 뒤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이곳은 라구나 에디온다(Laguna Hedionda) 호수. 이곳에서는 대략 플라밍고 200마리 정도가 무리지어 서식하고 있었는데, 이 호수의 소금기 있는 얕은 물과 진흙이 있는 환경은 그들이 생활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한다.

▲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플라밍고
ⓒ 이은정

플라밍고는?

플라밍고(Flamingo)는 조류 황새과에 속하는 동물로 남아메리카 안데스 고지 호수에서 무리를 지어 서식한다.

키는 약 1m 가량이며 몸무게는 2~3㎏정도 나간다. 목과 다리가 매우 길고 가늘며, 깃털은 흰색에서부터 진한 분홍색까지 변화가 있다. 분홍 빛 깃털의 색은 먹이로 부터 유래한다고 하는데, 태초에 하얀색을 가진 털은 새우 등을 섭취하면서 "카로티노이드"계 색소를 가지게 되어 털의 색이 점차 붉은색으로 변해간다.

민물이나 소금기 있는 물에 상관없이 살 수 있으며, 개구리, 조개, 새우, 조류 등을 먹으며 살아간다. 부리 가장자리에는 가는 빗살 모양의 여과장치가 있는데, 1초에 두세번 물을 빨아 들인 뒤, 먹이만 섭취를 하고 나머지는 뱉어낸다. / 배한수
사람의 기척에 민감하다는 플라밍고. 조심스레 다가가 가까이서 바라보니, 가느다란 다리에 긴 목, 게다가 예쁜 분홍 빛을 띠는 털까지 어느 하나 안 예쁜 곳이 없다. 삼삼오오 무리지어 열심히 물 속으로 부리질을 해대고 있는 플라밍고. 이렇게 그들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플라밍고의 자태에 빠져 있기도 잠시, 지프는 서둘러 다시 일행을 싣고 다음 행선지를 향해 달려나간다. 차창 밖으로 몇 개의 호수들이 그림처럼 우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각기 다른 색의 호수들. 같은 소금물이 담겨 있는 호수가 이렇게 각기 다른 색을 띠는 것이 참 신기하다.

요리사 아저씨는 사람들이 궁금할 것을 예측했는지, "호수 색깔은 광물이 다량 함유된 물 속에 사는 플랑크톤 때문이다"하고 설명해 주신다. 물 속의 플랑크톤은 햇빛의 강도에 따라, 이렇게 파란색, 연두색, 적색 등의 다양한 색으로 호수를 변화시킨다고. 대자연의 신비가 참 경이로울 뿐이다.

이렇게 주변 경치 감상에 지칠 때쯤, 지프는 돌과 흙과 갈색의 산만이 존재하는 실로리(Silori) 사막에 접어들었다. 이곳은 풀 한 포기조차 보기 힘들 정도로 황량한 사막 그 자체다. 이렇게 넓은 벌판을 달려나가길 얼마쯤 됐을까, 지프는 붉은색의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이 있는 곳에 정지했다.

▲ 기묘하게 생긴 갈색의 바위가 있는 지대
ⓒ 이은정
차가 정지한 곳에서 차창 밖으로 눈을 돌리니 귀여운 토끼 십여 마리가 바위 위에서 노닐고 있는 것이 보였다.

▲ 던져준 과일 껍데기를 열심히 먹고 있는 비스까챠(Viscacha)
ⓒ 이은정
이것은 토끼가 아닌 비스까챠(Viscacha)라는 동물. 겉모습은 토끼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생겼지만, 비스까챠는 긴 꼬리를 가졌다는 데에 그 특징이 있다. 차에서 내린 요리사 아저씨가 과일 껍데기를 던져주니, 바위 위에 있던 십여마리의 비스까챠가 깡총깡총 아래로 뛰어 내려오더니 이내 과일 껍질을 갖고 서로 싸우기 시작한다. 서로 먹겠다고 싸우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던지, 외국 친구 중 한 명은 직접 과일 껍질을 가지고 가서 비스까챠 앞에 놓아주기까지 한다.

이렇게 비스까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일행은 다시 차에 올라 30분여를 더 달려 기묘한 바위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황토색 사막 한복판에 정말 알 수 없는 형체를 하고 있는 바위들. 이 바위들을 자세히 보기 위해 문을 여니, 세찬 바람에 모래까지 날려 눈을 뜰 수가 없다.

이 곳 바위들은 오랜 세월 세찬 바람이 동반하는 모래들이 바위를 깎아내 이렇게 기묘한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으뜸이 있다. 볼리비아 선전물에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할 만큼 유명하다는 돌의 나무(Arbol de piedrra).

▲ 황량한 모래사막 위에 서있는 돌의 나무(Arbol de piedrra)
ⓒ 이은정
꼭 버섯 모양으로 생긴 이 바위는 돌의 세찬 바람으로 인해 아랫부분이 심하게 깎여나가 이렇게 신기한 모양을 띠게 됐다고 한다. 커다란 윗부분에 비해 금방 부러져 버릴 것 같은 가는 아랫 부분. 조각가나 만들어 낼 수 있을 법한 멋진 바위를 보고 있자니, 대자연의 신비로움과 장구한 세월이 느껴진다.

이렇게 하루 동안 정신없는 일정을 보낸 일행은 해가 떨어질 즈음, 숙소가 있는 라구나 꼴로라다(Laguna Colorada)에 도착했다.

붉은색 호수 빛으로 유명한 이곳이지만, 너무 늦게 도착한 탓에 아쉽게도 그 광경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하루 동안 신비로운 광경을 많이 본 탓에, 호수의 아름다운 빛깔을 못 본 것에 대한 아쉬움쯤은 금방 날려보낼 수 있었다.

대자연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갖가지 산물들과 모래 바람이 가득한 사막의 열악한 환경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살아가는 동물들. 이렇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갖가지 진귀한 환경들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이 바로 우유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이은정 기자(ppojak)에게 있습니다. 
-우유니 여행기는 총 3부로 연재됩니다. 
-본 기사는 중남미 동호회 "아미고스(http://www.amigos.co.kr)에 칼럼으로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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