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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코에서 푸노(Puno)까지 3일에 걸쳐 진행된 지난 여정을 무사히 마무리한 일행은, 푸노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시 쿠스코(Cuzco)로 향했다.

온길을 거슬러 되돌아 가는 길, 지난 3일간 들렀던 곳들이 창밖으로 하나씩 스쳐 지나간다. 이렇게 다섯시간여를 달렸을까, 지난 기사에 소개된 "꾸이(Cuy)"의 마을 띠뽄(Tipon)에 도착했다.

아침 일찍 출발한 일행이 띠뽄에 다다른 시각은 정오경. 아침도 변변히 챙겨먹지 못해 허기진 친구들이 이곳에서 밥을 먹고 가잔다.

"또 꾸이를 먹으려고 그래?"

그런데 친구들은 이번엔 "치차론 데 찬초(Chicharron de chancho)"를 먹어보자고 한다. 띠뽄에서는 꾸이만 파는 줄 알았는데,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니 꾸이만 파는 지역을 지나 쿠스코쪽으로 조금 더 가면 치차론 데 찬초만 파는 레스토랑가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음식을 한 지역에서 너도나도 같이 팔면 장사가 안 될 법 한데도, 이 동네 사람들은 참 독특한 판매문화를 가진 듯. 여하튼 기자도 배가 고프던 차라 친구들이 소개하는 한 가게로 향했다.

▲ 넓은 마당 뒤로 보이는 치차론 데 찬초 가게의 전경
ⓒ 배한수

가게 앞의 넓은 마당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입구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튀김. 넙죽하게 생긴 것이 꼭 밀가루나 옥수수가루 반죽을 튀겨놓은 것 같아 하나 꺼내어 먹어보니, 그 맛이 굉장히 느끼하다.

▲ 유리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또끄또(Tocto)의 모습
ⓒ 배한수

이상한 생각에 친구에게 이것의 정체에 대해 물어보니, 이것은 또끄또(Tocto)라는 말린 돼지 껍데기 튀김이란다. 돼지 껍데기도 먹냐고 물으니, "또끄또는 굉장히 대중적인 음식이고, 보통 식사 전에 음식을 기다리면서 많이 먹는다"고 한다.

손에 쥔 또끄또를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부엌. 이 가게는 사람들이 음식을 조리하는 것을 볼 수 있도록, 모든 통로의 중앙에 이렇게 부엌을 설치했다고 한다.

반갑게 우리를 맞는 아주머니는 땀을 뻘뻘 흘리며 센 불 앞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무슨 요리를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바로 치차론데 찬초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 일행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주인 아주머니
ⓒ 배한수

치차론 데 찬초는 쉽게 말해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튀김 요리이다. 이것은 손질한 돼지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먼저 뜨거운 물에 한번 삶아낸 뒤, 다시 뜨거운 기름에 튀겨내 만든다.

양해를 구하고 부엌에 들어가 보니 삶아놓은 돼지고기가 큰 솥으로 하나 가득이다. 이렇게 많은 돼지고기가 전부 점심 손님용으로 준비한 것이란다. 친구들 말을 빌리자면 이 집이 근방 가게 중에서도 제일 크고 인기가 좋은 집이란다.

▲ 큰 솥에 한가득 담긴 삶은 돼지고기
ⓒ 배한수

여하튼 배고픈 일행은 치차론 데 찬초 세 접시를 주문하고, 음식이 조리되는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음식의 모든 조리는 그리 크지 않은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가스불을 사용하지 않고 장작을 태운 불을 이용해 조리를 한다는 것이다.

▲ 장작불을 이용해 조리를 하는 주방의 모습
ⓒ 배한수

궁금한 마음에 장작을 이용해 조리를 하는 이유가 있냐고 물었더니, "가스값도 비싼데 뭐하러 비싼 돈 주고 가스로 불을 때냐"고 호탕하게 말씀하시는 아주머니. 다른 손님에게 갈 접시를 완성한 아주머니는, 이내 삶은 돼지고기 몇 덩어리를 다시 끓는 기름에 집어넣었다.

▲ 뜨거운 기름에서 튀겨지고 있는 돼지고기
ⓒ 배한수

비교적 간단해 보이는 조리과정에 "이 요리는 다른 요리들에 비해서 쉽겠네요?"라고 물었더니, 아주머니는 대뜸 "이 요리가 쉬워보여도, 뜨거운 기름에서 빠른 시간 안에 겉과 속이 적절히 익도록 하기에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신다.

이렇게 3~4분여 튀겨진 고기는 바로 접시에 담긴다. 이렇게 접시에 담긴 고기는 튀긴 감자와 쵸클로(Choclo, 씨가 굵은 삶은 옥수수), 채를 썬 양파, 박하잎(hierba buena) 몇 조각을 곁들여 손님에게 배달된다.

▲ 장식까지 완성된 치차론 데 찬초 (접시에는 고기 외에 튀긴 감자, 삶은 옥수수, 채를 썬 양파, 박하잎이 곁들여진다)
ⓒ 배한수

겉보기에 우리나라 돼지고기 튀김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 음식. 과연 맛은 어떨까?

치차론 데 찬초는 일단 겉이 굉장히 짭짤하다. 그 이유는 보통 페루의 튀김류 요리는 튀김과 함께 옥수수나, 감자, 밥 등과 함께 곁들여 먹게 된다. 그런데 이 곁들여 먹는 것들에는 간이 전혀 돼있지 않고, 페루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반찬 문화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튀김요리에는 필요 이상의 간을 더하는 것이다. 그런데 짭짤한 겉을 한입 베어 물자 굉장히 부드럽고 담백한 속살이 나온다.

이렇게 부드러운 돼지고기 튀김요리는 감자 옥수수등과 곁들여 먹게 되는데, 이 때 생기는 느끼함을 더는 것이 바로 양파와 박하잎이다.

대부분의 페루요리는 이렇게 채를 썬 생양파가 곁들여져 나오는데, 양파는 음식의 느끼한 맛을 덜어주고 섬유질 섭취가 부족한 페루 사람들이 즐겨먹는 몇 안 되는 야채이기에 매우 중요하다. 또한 박하잎은 돼지고기 튀김을 먹을 때 다량 섭취되는 기름이 체내에 덜 흡수되도록 도와주고, 향긋한 향기까지 더해 음식의 맛을 더한다고 한다.

▲ 식사를 마다하고 치차론 데 찬초와 함께 포즈를 취해준 한 부부
ⓒ 배한수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은 이 가게를 비롯해 근처 가게에서 치차론 데 찬초로 즐거운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음식을 먹다가 기자를 보자마자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묻던 호탕한 아저씨는, "치차론 데 찬초는 페루사람들이 즐겨먹는 요리 중에서도 으뜸이다. 나는 자꾸 먹어도 이 요리가 질리지 않는다"며 음식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 만큼 치차론 데 찬초는 페루 사람들의 대중적 요리 중의 하나이다.

요리를 다 먹은 후에 음식값을 지불하니, 커다란 봉지에 또끄또를 한가득 담아주며 또 오라고 한 말씀 하시는 아주머니. 그 후한 인심 만큼에 비해 요리의 가격은 많이 비싸지 않기 때문에, 페루에 온다면 꼭 한번은 먹고 가라고 권하고 싶은 요리가 바로 이 '치차론 데 찬초'이다.

▲ 호탕하신 성격에 후한 인심까지 가지신 주인 아주머니
ⓒ 배한수

덧붙이는 글 | 쿠스코-푸노 여행기는 총 8부로 연재되었습니다. 

현재 페루에 체류 중입니다. 

본 기사는 중남미 동호회 "아미고스(http://www.amigos.co.kr)에 칼럼으로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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