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붉은 빛깔의 호수가 있는 라구나 꼴로라다(Laguna Colorada)에서 맞은 우유니 이틀째 밤. 기자는 밤새 외국인 일행과 함께 이틀간의 여행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다. 1주일간의 짧은 휴가기간동안 오직 우유니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는 두 명의 뉴질랜드의 간호사 친구들. 그들의 이곳에 오기까지의 사연을 듣고 있자니, 이곳이 세계인들에게 얼마나 경이로운 곳으로 알려져 있는지 새삼 실감이 간다.

셋째날 새벽 다섯시,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시간에 일행은 부랴부랴 짐을 챙겨 지프에 올랐다. 사방이 사막인 이곳에서 해뜨기 전 몰아치는 바람의 위력은, 마치 시베리아 벌판을 연상시킬 정도로 매섭다. 이렇게 차를 타고 추위와의 사투끝에 도착한 곳은 간헐천이 있는 솔 데 마냐나(Sol de Man~ana).

간헐천이 있는 곳의 입구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지상으로 30m가량의 가스를 뿜어내고 있는 분출구. 이곳에서는 땅속으로부터 솟아난 유황가스가 엄청난 소리를 내며 수직으로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 솔 데 마냐나(Sol de Man~ana) 입구에 위치한 엄청난 크기의 가스 분출구
ⓒ 이은정
차에서 내려 가스 분출구 앞으로 다가가니, 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소리와 진한 유황냄새로 정신이 묘연해 진다. 해발 4870m에 위치한 이 가스 분출구에서는, 무려 지하 130m의 깊이에서부터 비롯되는 거대한 유황가스 줄기가 솟구친다고 한다. 주변이 화산지대인 것을 증명이나 하듯, 가스가 솟구치는 분출구 주위에서는 후끈함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진짜 볼거리는 따로 있었다. 가스분출구가 있는 입구에서 왼편 먼쪽을 바라보자, 마치 대형 산불이 난것 마냥 거대한 연기가 뭉게뭉게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 간헐천에서 피어오르는 거대한 연기로 장관을 연출해 내고 있는 솔 데 마냐나
ⓒ 이은정
방금의 가스 분출구와 마찬가지로 해발 4850m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는 이곳은,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간헐천이 넓은 영역에 걸쳐 형성되어 있는 곳. 간헐천은 지하 깊은 곳에서 상승한 고온의 지하수나 수증기가 얕은 곳의 지하수가 혼합되면서 생기는 것이라는데, 동틀무렵 이곳은 간헐천에서 솓구치는 연기로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 장관을 가까이서 보기위해 일행은 지프를 타고 근처로 이동했다. 차에서 내려 가까이로 다가가니, 솟구치는 연기에 앞이 가려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데다 발을 디딜때마다 땅은 여기저기가 쑥쑥 꺼진다.

▲ 불규칙한 지형에 여기저기서 진흙이 끓어오르는 간헐천 지대의 모습
ⓒ 이은정
이렇게 울퉁불퉁 불규칙적인 모양을 하고 있는 일대에서는, 여기저기서 이렇게 걸쭉한 진흙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자욱한 연기와 부글부글 거품을 일으키며 솟구치는 진흙. 바로 앞으로 다가가 이 신비로운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진흙속에 빠져 온몸이 녹아버릴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 부글부글 거품을 내며 솟구치는 진흙
ⓒ 이은정
이렇게 진흙탕 물이 솟아오르는 간헐천은 동이 터오는 새벽시간에만 그 진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고, 해가 완전히 뜬 오전 8시 경 이후에는 활동이 완전히 중지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하루종일 지하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 게 아니고, 일정 주기에 따라 뜨거운 물이 솟구치면서 얕은 지대의 진흙과 섞여 이런 장관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곳의 이름이 솔 데 마냐나(Sol de man~ana, 아침의 태양) 인것도 이곳 간헐천의 특성에서 비롯되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지만 정말로 신비로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는데도, 이른 새벽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살을 파고드는 추위에 쉽사리 차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차창 밖으로 용암이 분출하는 듯한 이 신비로운 광경을 지켜볼 뿐이다.

이렇게 이 일대는 땅속으로부터 끓어오르는 간헐천과, 군데군데서 엄청난 소리를 내며 솟구치는 유황가스로 이른 새벽 진풍경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 간헐천 한쪽 귀퉁에에서 솟아오르고 있는 유황 가스 분출구
ⓒ 이은정
간헐천에서 한시간여를 보낸 일행은 이내 차에 올라타 아침 햇살을 맞으며 사막을 달려나간다. 서서히 동이 트면서 밝아오는 사막의 풍경, 그 아름다움과 함께 얼어붙은 몸도 서서히 녹아가기 시작한다.

차를 타고 한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노천온천이 있는 떼르마스 데 찰비리(Termas de Chalviri). 이 지역도 방금전의 간헐천과 마찬가지로 지열로 인한 지하수가 솟아나 온천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돌을 예쁘게 끼워 맞춰 만들어놓은 작은 온천장으로 가보니, 앞서 도착한 다른 외국 친구들이 옷을 벗어던지고 온천욕이 한창이다. 기껏해야 물이 무릎까지 밖에 안올 것 같은 얕고 아담한 온천장이었지만, 물에 손을 넣어보니 금방 땅에서 솟아난 온천수는 얼어붙은 손을 금세 녹일 정도로 뜨겁다. 이곳의 온천수는 류머티즘과 관절염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온천수로 몸을 녹인 일행은 간단한 아침식사 후, 마지막 행선지인 라구나 베르데(Laguna Verde)로 향했다. 이제 우유니에서의 마지막 일정. 열악한 환경속에 달려온 3일동안의 모험도 서서히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30분 뒤, 드디어 지프는 해발 5960m에 달하는 사화산 리깐까부르(Licancabur) 앞에 당도했다. 분화구가 있는 꼭대기에 직경 400m의 호수가 만들어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정호수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이 곳은, 거대하게 펼쳐진 화산을 배경으로 연두빛의 아름다운 호수가 시원히 펼쳐져 있었다.

▲ 리깐까부르 화산을 뒤로 아름다운 연두빛 호수가 펼쳐지는 라구나 베르데
ⓒ 이은정
호수를 두른 하얀 소금띠와 물결이 아침햇살에 반짝거리며 빛나는 라구나 베르데. 이제껏 보아온 그 어느 호수 보다도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이곳에서 3일간의 일정을 함께 일행은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눈다.

함께 탑승했던 외국 친구들은 지프를 타고 다시 온길을 거슬러 꼬박 하루를 달려 우유니로 돌아가고, 기자는 이 길로 바로 국경을 넘어 칠레(Chile)로 향하기 때문이다. 잠시동안의 만남이었지만 그새 정이 든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칠레 국경으로 향하는 길. 이제 이 비경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국경에서 출국심사를 받고 칠레 영역에 들어서자, 언제 험한 길을 달려왔냐는 듯 매끄러운 포장도로가 길게 펼쳐진다. 바로 국경을 넘어선 곳부터 시원스레 펼쳐지는 포장도로는 칠레와 볼리비아의 경제수준 차를 여실히 증명했다. 하지만 매끄러운 포장 도로를 달리며 점점 멀어져가는 사막을 바라보니, 지난 3일간 아름답고 웅장한 대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 우유니의 모습이 필름처럼 눈앞에 지나간다.

이렇게 대자연의 신비와 그 속에 살아숨쉬는 갖가지 진기들이 숨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우유니다.

▲ 솔 데 마냐나에서 피어오르는 거대한 연기의 모습
ⓒ 이은정

덧붙이는 글 | 본 기사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이은정 기자(ppojak)에게 있습니다. 

우유니 여행기는 총 3부로 연재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중남미 동호회 "아미고스(http://www.amigos.co.kr)에 칼럼으로도 게재됩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