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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와 참고서를 찾기 어려운 줄 아는 어머님들은 끝내 교과서를 찾을 수 없으면 교과서 뒤에 적힌 `출판사 주소'를 보고 거기로 찾아가서 산답니다. 교보문고에서도 권수를 두 권으로 제한해서 많이 살 수도 없고, 잘못 사도 바꿔주지 않습니다. 그나마 사람들이 많이 알고 널리 알려진 청계천에 가서라도 살 수 있으면 좋지만, 청계천은 학기 첫머리마다 책이 없어서 못 파는 처지니 `사람들은 사야 하고 물건은 없기에 한 권에 2400원 하는' 교과서를 `5000원' 불러도 어쩔 수 없이 사야 하는 형편입니다.

사실 이렇게 교보 같은 곳을 찾아다니고 청계천을 찾아다니시는 분들이 사는 동네를 잘 살피면 어지간해서는 지역 헌책방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있는 줄을 모르기에 먼 데까지 발품 들이고 시간 들였다가 바가지도 쓰고 덤터기도 쓰지요.

<대양서점>을 찾아온 어떤 분은 자신이 어렵게 찾고 찾다 못 찾은 초등학생 교과서를 이곳에서 500원만 받고 파니까 `왜 이렇게 싸냐'는 푸념아닌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답니다. 헌책방에선 싸게 들어왔으니 그대로 싸게 판다는 마음으로 판 셈이지만, 교과서 하나 사기가 쉽지 않은 형편에서는 이런 고마움이 이런 말로 나오지요.

하지만 "나라에서 거저로 찍어서 나눠주는 교과서를 왜 돈을 받고 파냐"고 따지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라에서 거저로 찍어서 나눠 준-사실 거저가 아니죠. 우리에게 난 세금으로 찍었으니까요- 교과서를 왜 잃어버리고 이걸 사러 다닐까요?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다 걷는다고도 하고, 학교를 옮기는 아이들은 출판사가 달라 교과서를 새로 갖춰야 하는데 새책방에서는 학기 첫머리가 아니면 팔지 않으니 이런 교과서도 거둬들여서 모아두는 헌책방을 찾아가게 마련입니다. 물론 헌책방은, 학년을 뗀 아이들에게 책을 받아서 책방에 갖춥니다.

오호선과 육호선이 지나가는 청구역 언저리에 있는 <헌책백화점>은 참고서를 만권쯤 갖고 있답니다. 당신은 당신 자식들도 다 가르쳤고 헌책방은 사람들이 한 권 살 돈으로 책을 두 권, 세 권 사 볼 수 있도록 하는 즐거움도 있고, 당신 스스로도 여러 가지 책을 보고 공부할 수 있어서 좋기에 한답니다. 그래서 겉이 조금 낡고 먼저 본 사람이 줄도 긋기도 했겠지만, 이런 참고서를 조금 헐한 값으로 사서 새책값에서 빠지는 값으로 다른 좋은 책들을 더 사 볼 수 있으면 좋지 않겠냐고도 이야기합니다.

교과서와 참고서는 새 것으로도 얼마든지 사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찍으면 오래 써야 대여섯 해 쓰는 교과서와 참고서입니다. 새 마음으로 공부하겠노라 하는 이는 새 책을 사서 보면 될 테죠. 그러나 책값 짐스러움이 만만치 않고, 굳이 새 것을 쓸 까닭이 있겠냐고, 자원을 재활용할 수도 있고, 먼저 공부한 이 손때를 더듬어가며 자신도 `먼저 공부한 사람'처럼 부지런히 공부하겠노라 다짐하면서 헌 책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교과서와 참고서를 살 만한 지역 헌책방을 여러 군데 적어 보면,

- 서울 -

<가람서점 / 수유리, 4호선 02) 902-9391>
<강북종합서점 / 외국어대, 1호선 02) 957-9614>
<고구마 / 신금호역, 5호선 02) 2232-0406>
<골목책방 / 독립문역, 3호선 02) 313-5066>
<대양서점 / 홍제동, 3호선 02) 394-4853>
<문우당 / 명지대, 02) 372-9145>
<문화당서점 / 연신내, 3호선 02) 384-3038>
<문화당서점 / 정릉, 02) 917-6874>
<문화당서점 / 장승백이, 02) 823-5204>
<문화책방 / 애오개(아현동) 2호선 02) 392-4641>
<뿌리서점 / 용산 1,4호선 02) 797-4459>
<새한서점 / 고려대, 1,6호선 02) 929-0648>
<수현헌책방 / 목동역, 5호선 02) 2607-5223>
<신고서점 / 외국어대, 1호선 02) 960-6423>
<영지서점 / 태평백화점(사당역) 4호선 02) 595-1471>
<온고당 / 홍익대, 2호선 02) 335-4414>
<작은우리 / 불광동, 02) 383-6263>
<진호서점 / 노량진역, 1호선 02) 815-9363>
<책벌레 / 암사동, 8호선 02) 428-6781>
<책이랑 / 신천역, 2호선 02) 420-9171>
<책의향기 / 미아세거리, 4호선 02) 919-3583>
<책창고 / 학여울역, 3호선 02) 557-1616>
<헌책백화점 / 청구역, 5,6호선 02) 2252-3554>
<황룡서점 / 대청공원, 02) 2226-9414>
<흙서점 / 낙성대역 2호선 02) 884-8454>

- 인천 -

[창영동 헌책방거리]
<아벨서점> 032)766-9523 <창영서점> 032)773-4715
<삼성서점> 032)762-1424 <한미서점> 032)773-8448

- 경기 -

<집현전 / 일산, 원당역 3호선, 031) 968-4945>
<한빛서점 / 성남, 경원대역, 031) 758-9484>

- 대전 -

<중도서점> 042) 253-4232 <신도서적> 042) 252-6527
<청양서점> 042) 252-7156 <박문서점> 042) 257-3922

- 청주 -

<태왕서점> 043) 252-7615 <대성서점> 043) 223-0636

- 천안 -

<뿌리서점> 041) 563-9129

- 진주 -

<진주여고 앞> 055) 743-0344 <고속터미널 옆> 055) 759-1237
<육거리 들목> 055) 753-1376 <문화서점> 055) 753-1773

- 전주 -

<책천지> 063) 287-7453

- 대구 -

<만인서림> 053) 764-7817

제가 알고 있는 지역 헌책방은 이렇습니다. 몇 군데는 전화번호를 미처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광주, 대구, 부산쪽은 가 보지도 못했기에 전화번호도 제대로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청주와 진주와 전주쪽 헌책방은 다녀오신 분들에게 연락처를 얻었습니다. 천안은 <뿌리서점>이 자리한 곳 길 건너서 버스터미널쪽으로 50미터 즈음 걸어가면 `중고서적'이란 간판을 건 퍽 큰 헌책방이 또 한 군데 있습니다.

지역 헌책방은 지역에서 책을 거두거나 받아서 꾸리기도 하지만 많은 곳은 서울로 올라와서 책을 가져가는 형편입니다. 우리나라 책 문화는 아직 보잘 것 없지만 그나마 서울이란 큰 도시에 얽매여서 이끌리고 있기에 지역 헌책방도 지역마다 다 다른 빛깔로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형편이죠. 인천은 서울 버금 가는 지역 헌책방거리가 있긴 하지만 인천이란 지역 안에서 나오는 책이 수월치 않아서 인천 지역 사람들이 볼 만한 책을 가지러 서울로 와서 대는 형편이니까요.

이런 곳들을 하나하나 알아두고 전화를 걸어서 문을 열었는지, 그리고 찾아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은지 물어 보시고 부모님이 아이들 교과서와 참고서를 사러 가기보다 아이와 함께 가거나, 아이가 `자기가 볼 책은 자기가 고르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책 한 권을 잃어버렸거나 학교를 옮기거나, 자기 나름대로 먼저 공부한 사람 책을 값싸게 사서 다른 책도 더 사 보려는 생각이 있는 마음을 가지는 일도 좋지요.

헌책방이란 곳이 교과서와 참고서만 다루는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학교 교육 자체가 교과서와 참고서를 신주 단지 모시듯 봐야 하는 형편이기에 우리네 헌책방도 이런 현실을 담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실 탓이긴 하지만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자기가 공부 때문에 보아야 할 교과서와 참고서를 찾으러 헌책방을 찾아가면서 "헌책방에는 교과서와 참고서만 있는 것이 아니며 자신이 모르는 수많은 책이 가득함"을 몸으로 느끼고, 실제로 자기가 두 손으로 온갖 책을 만지고 보면서, 이런 책을 학생 신분으로서 싸게 사서 볼 수도 있음을 익히면서 책을 보는 눈도 기르고, 교과서와 참고서만을 보는 `기울어진 공부 버릇'도 조금씩 알차게 다져갈 수 있습니다.

제가 헌책방을 찾아가게 된 까닭도 시중에는 절판돼서 팔지 않는 독일어 참고서 하나를 꼭 찾아서 봐야 하기에 헌책방을 찾아갔다가 `교과서와 참고서가 아닌' 수많은 책이 있음을 보고서 `책 충격'을 받은 데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헌책방에 발길을 들이지 않아서 그렇지 때와 곳(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동서양 여러 세대에 걸친 수많은 책을 한 자리에서 만난다는 일은 사람을 아주 깊이 있게 잡아당기는 힘(매력)입니다.

교과서를 사면서 국어 시간에 배우는 작가 이름을 알아두어 그 사람이 쓴 자그마한 손바닥책(문고판) 하나를 사거나 오랜동안 읽히는 고전 작품들을 사 보는 일도 쏠쏠합니다. 부모님들이 아이와 함께 헌책방에 가거나 부모님만 가신다 할 때도, `교과서 한 권에 일반책 한 권' 하는 투로 책을 사들고 부모님 당신도 보고 아이도 보도록 하면 아이도 책버릇을 들일 수 있고, 자기 스스로 배워 깨우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헌책방에 가서 교과서나 참고서를 살 때 이것만은 알아둬야 합니다. 우리는 학년을 떼면 교과서나 참고서를 정리하면서 버립니다. 그런데 이렇게 버려지는 교과서와 참고서가 폐지가 되지 않도록 `누군가가 찾기 때문에' 돈을 주고 사서 헌책방이라는 곳에서 가게세를 다 내고 책에 낀 잡다한 부스러기를 빼고 먼지를 털어내면서 책꽂이에 잘 꽂아두거나 한 켠에 잘 쌓아두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요.

학교에서 교과서를 후배에게 잘 물려 주면 좋지만 이를 제대로 하는 학교도 드물고, 배우다 보면 잃어버리거나 도둑맞거나 비에 젖어 종이가 붙거나 해서 헌책방에 가야 할 일이 있습니다. 우리는 배우고 나면 까마득히 잊고 버리지만, 우리 뒷세대는 이걸로 다시 배우기에 그 소중함을 알고서 헌 책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헌책방은 교과서를 `새 책'보다 싸게 팔아서 한 권 값으로 여러 권 살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구석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팔기까지 어떠한 과정이 있었는가도 생각할 일이죠. 그리고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야 `헌책방 임자는 돈 주고 사서 품 들여서 닦고 정리해서 책꽂이에 꽂아둔 책'을 `나라에서 거저로 찍어서 준 건데 왜 돈을 받느냐'라 하거나 `헌 건데 500원 받는 것도 많이 받는 것 아니냐'는... 이기심을 저 멀리 내쫓을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교과서와 참고서 이야기와 문제는 헌책방에서 늘 부딪히고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쉽사리 꺼내기 힘들죠. 헌책방을 하시는 분들로서는 `교과서와 참고서'를 팔아서 얻는 살림돈이 일반책을 팔아서 얻는 살림돈보다 더 많은 현실을 씁쓰레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우리 책 문화를 더욱 거칠게 만들고, 이런 거칠고 풀 한 포기 잘 못 자라는 땅 위에 선 헌책방이기에 헌책방마다 교과서와 참고서를 많이 볼 수밖에 없습니다. 새 학기철마다 청계천 헌책방이 붐빈다는 사진이나 소식을 듣습니다. 그러나 왜 굳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있는 헌책방엔 눈길을 돌리지 못해서 바가지를 쓰는가 하는 문제도 있지요. 교보에도 없는 교과서가 있기에 이런 책을 찾으러 학기철마다 헌책방을 찾는 발길은 이어집니다. 그런 발길을 생각하면서... 아이들에게 교과서를 찾아 주는 그 정성과 발품으로 `좋은 책'도 한 가득 사 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사를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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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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