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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날적이> 이야기로 책방 소개와 책방 사진과 아울러 책 이야기도 짬짬이 올리겠습니다. 앞으로 올리는 "헌책방에서 만나는 좋은 책"은 쉽게 만나기 어려운 책들 벼리(차례) 소개라든지, 실린 줄거리, 책 속 여러 대목, 책과 얽힌 이야기를 중심으로 쓰겠습니다. 글이 퍽 딱딱할 수 있으나 널리 헤아려 주시고 책방을 다니면서 이런 책들이 눈에 띈다면 한 번쯤 집어내서 살피거나 읽어 보시란 뜻에서 글을 씁니다}

민족미술협의회에서는 1988년에 <군사독재정권 미술탄압사례>를 펴냈습니다.

[하나] 1980-1984
- `현실과 발언' 창립전 전시취소
- 서울현대미술제 최민화의 `시민1' 철거
- 김봉준의 `농민만화집' 압수
- 당국이 선정한 불온작가
- 최민화의 만화 `세 오랑캐' 압류

[둘] 1985
- 홍성담의 판화 `대동세상' 탈취
- 한국미술 `20대의 힘전' 탄압
- 우란분제 행사탄압, 걸개그림 탈취
- `민족미술 열두마당' 압수

[셋] 1986
- `문제작가전' - 신학철 작품 철거
- 만화 `깡순이' 작가 이은홍 구속
- 신촌도시벽화 `통일과 일하는 사람들' 파괴
- 정릉벽화 `상생도' 파괴
- 성균관대학교 전시작품 탈취
- 안성벽화 파괴

[넷] 1987
- `반고문전' 전시 탄압
- 호헌철폐 미술인 237인 선언
- 최민화의 이한열 열사 부활도 탈취
- `통일전' 출품작가에 국가보안법 적용
- `평등을 향하여' 탈취
- 만화정신지 사건, 손기환 구속
- 송만규 걸개그림 탈취
- 건국대 10.28 항쟁 기념탑 철거
- 6월 민주항쟁 기념엽서 압수
- `반쪽이 만화' 탈취

이 자료모음에는 그 동안 "대다수의 작품은 파괴, 훼손되어 그 흔적조차 없어진 경우도 있고 강탈당하여 그것의 소재조차 파안 안 된 것도 있다"면서 실제로는 훨씬 많으나 자료나 사진조차 없어서 그 사례를 싣지 못했다고 밝힙니다.

"오늘의 민족미술은 분단현실에서 민주적인 민족통일을 지향하며,
그것의 주된 관심은 어둠 속에서 고통받고 신음하고 있는 이 땅
의 주인인 민중의 삶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진실과 도덕과
양심에 대해 깊이 생각한 이 땅의 미술인이라면 누구나 시대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예술적 책무를 다 할 일이 분명한 것이다."

머리말에 적은 글입니다. 마지막 줄인 "이 땅의 미술인이라면 누구나 시대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예술적 책무를 다 할 일이 분명한 것이다"는 `미술인'과 `예술적 책무'란 말을 다른 말로 바꿀 수 있습니다. `문학인' `지식인' `교수' `교사' `공무원' `대통령' `정치인' `노동자' `기업가' `농민' ... 이 가운데 문학인이나 지식인, 교수, 교사, 공무원, 대통령, 정치인, 기업가는 더우기 자기 책임을 다해야 하죠.

<신기활-핵충이 나타났다,친구(1989)>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친구 출판사는 1980년대 끝물에 <박재동-환상의 콤비>도 펴냈죠. 1980년대 끝물을 수놓은 힘찬 만화 둘이 친구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핵충이 나타났다>는,

ㄱ.핵충이 호모사피엔스에게 보내는 편지
ㄴ.AF100년후의 핵충 엑소더스
ㄷ.AF101년의 핵충 피습기
ㄹ.AF102년의 핵공룡 격퇴기
ㅁ.AF104년 핵충 투병기
ㅂ.AF104년 핵충 표류기

<핵충이 나타났다>는 인류가 지구에서 핵전쟁을 일으켜 모두 죽고난 뒤 새로운 생명체가 태어났다는 바탕을 깔고 펼치는 만화입니다. `핵충'은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먹고 사는 버러지로서 부식으로 쇳덩이와 납, 구리 따위를 먹지만 즐겨 먹는 것은 인류가 만든 `무기'입니다. `탱크'를 실험실로 쓰고 `수송기'를 도서관으로 쓰는 핵버러지는 민들레 꽃씨에 닿거나 메뚜기와 닿기만 해도 온몸이 비비 꼬이며 죽어버립니다. 마치 우리들이 핵광산에 몸을 쬐기만 해도 목숨이 끊어지거나 병신이 되듯 말이죠. 여기서 말하는 `AF'란 `핵전쟁을 일으킨 해'를 가리킵니다. 이 만화는 <시대정신-관련 사진 보세요>에 실리며서 크게 물결을 일으켰는데 지금은 이 만화를 모르는 사람이 많기에 헌책방에 이 책이 나와도 잘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듯합니다. 지은이는 만화책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도 나는 힘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정의로와질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 따라서 힘을 가진 주체를 정의로운 존재로 채색하려 드
는 어떠한 작태도 경계한다...
10여년 전(1979), 히로시마 원폭 한국인 피해자들이 가장 많다
는 합천에서 나의 교직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 당시 경험많은
동료 교사가 들려 주는 말 가운데서 아이들의 머리를 건드리지
말라는 충고가 아무래도 수상쩍어 연유를캐물어 보니 원폭 피
해자 2세들이 많은 고장이기 때문에 조심을 해야 된다는 것이었
다. 소위 한국판 히바꾸샤들인 이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정상인들과 다른 취약한 체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 정부도 쉬쉬 하고 보상도 대책도 거의 없기 때문에 외롭게 울면서 죽어가는 원폭피해자들 이야기는 `한국교회여성연합회'에서 엮고 사회사진연구소에서 사진을 담아서 우리 말, 일본말, 영어를 함께 써서 펴낸 <그 날 이후(1989)>란 사진책-관련 사진 보세요-이 잘 펼치고 있습니다. 새책방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는 책이니 헌책방 나들이를 할 때 <그 날 이후>란 책이 있다면 서슴치 말고 집어드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신 기활 선생님-현직 학교 교사입니다- 말씀을 이어 들으면,

나는 시골의 하숙방에서 생각하였다. 문명이란 무엇인가?
문명의 이기란 무엇인가? 문명이 발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이 문명을 발전시켜 얻은 것은 무엇인가? 문명이 미개한
시절에 인간이 얻지 못했던 것은 또한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생각되었다. 인간은 칼을 발명하여 각종의 물건을 의도대로
자르고 다듬는 편리를 만끽한 대신 칼에 찔리는 희생도 감수
해야 했다. 총을 개발하여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살상한 댓가
로 또한 능률적으로 살상당할 위험을 안게 되었다. 자동차는
시간과 거리를 단축시켜 준 대신 오랫만에 만나는 사람을 반
가이 끌어안는 인정을 소멸시켜 버렸다...

우리가 `돈'을 만들어서 쓰면서 아늑한 대목도 있으나 돈에 노예가 되었죠. 우리는 어느 한 가지를 만들면서도 그 한 가지를 다 함께 조촐히 즐기고 나누기보다 그 한 가지가 가진 좋지 않은 대목까지 부추겨서 시름시름 앓습니다. <핵충이 나타났다>에는 이러한 고민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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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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