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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http://www.BookNation.co.kr 을 치면 경희대학교 앞 헌책방 <책나라> 홈페이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처음 홈페이지를 열었을 때는 찾아가는 땅그림만 올려두셨는데, 지금은 <책나라>에서 사모은 책도 목록에 함께 올려두고 있어서 서울과 경기도쪽에서 손수 찾아가기 어려운 곳에 사는 분들도 여러 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헌책방이라는 곳이 서울에 많이 몰려 있습니다. 서울에 대한민국 인구 1/4이 살고 거의 모든 문화나 출판사가 서울에 자리하다 보니 `책'을 다루는 헌책방도 서울에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서울에 퍽 많은 헌책방도 헌책방답게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책을 가장 많이 읽을 만한 대학생들이 강의교재를 벗어난 책은 거의 보지 않기에 몇몇 대학교 앞을 빼 놓고는 책방이 들어설 틈이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입는 옷도 곱고 깨끗하고 자기 나름대로 멋을 부리면 좋을 옷을 사서 입기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옷뿐이 아니라 먹을거리도 눈길을 두어야겠죠? 사는 곳도 청소를 잘 하고 조촐하게 살림을 꾸려야 할 테고요. 그리고 살아가면서 만나고 부대끼는 사람 사이 관계를 알뜰히 하고 아름답게 하려면 우리 마음밭을 갈고 닦아야 합니다. 책은 바로 이때 우리 마음밭을 갈고 닦는 길잡이입니다.

경희대학교 앞에 헌책방이 자리한 때는 1998년입니다. 그에 앞서도 있었겠으나 안타깝게도 이곳 대학생들은 새책방에서도 그다지 책을 잘 안 사 읽기에 헌책방도 장사가 잘 되기 어려웠죠. 경희대 앞, 회기역 언저리에 자리한 <책나라>도 이제 네 해째 장사를 하고 있으나 이곳 대학생들도 헌책방이 자신들이 다니는 대학교 가는 길가에 있다는 걸 모르는 이가 많아요.

버스를 타고 오면 버스정류장 바로 옆에 있고, 전철을 타고 회기역에서 내리면 건널목 오른편으로 십 미터만 가면 있는데도 다른 가게는 보고 알아도 책방이 있다는 걸 모르는 수가 잦으니...

국철로 회기역에서 내려 경희대쪽으로 걸어가면 큰 네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그 길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외국어대학교고 왼편으로 가면 청량리지요. 이 네거리 갈래길에서 오른편으로 15~20미터쯤 걸어가면 <책나라>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아주머니가 한동안 많이 아프셔서 아저씨가 책을 사러 나갈 때면 가게문을 닫고 나가야 했지만 지금은 아주머니도 나오셔서 책방 일을 보십니다.

춥고 눈도 많던 겨울도 거의 다 지났습니다. 이제 대학교도 졸업식과 함께 새내기 맞이를 할 테니 올해도 새로운 마음으로 책방을 꾸려갈 수 있겠죠. 올해는 경희대학교 학생들이 이곳을 얼마나 찾을는지.

곧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는 딸아이를 데리고 어느 어머님이 책방을 찾아오셨습니다. 딸아이는 조그만 몸으로 책 위에 앉아서 이것저것 뽑아서 봅니다. 그런데 아이가 뽑는 책이란 게 포켓몬스터라든지 디즈니 만화책... 이런 것들이군요. 흠. 그래도 책을 보니 귀엽게 여겨야 하는 건지.

<서정오-옛 이야기 들려주기, 보리>가 한 권 보이길래 어머님에게 이런 책도 보셨냐고 하려다 말았습니다. 어쩌면 이 책은 다른 좋은 임자가 있을 테고, 이 책을 알아보는 이가 반갑게 사가면 좋으리라 생각하고 가장 잘 보이는 자리 맨 위에 살포시 얹어 놓았습니다.

<책나라> 아저씨는 새로 사오는 책 가운데 당신도 읽고픈 책을 좀 빼놓기도 하는데 도저히 그 책들을 넘겨볼 짬조차 잘 안난다고 하십니다. 헌책방을 꾸리는 많은 분들은 자신들이 사오는 책을 찬찬히 읽으며 공부도 하며 무언가 배우고파 하지만 헌책방이란 곳은 문을 열고 닫을 때까지 끊임없이 움직이며 일을 해야 하니 제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기란 참 힘들지요. 늘 책을 손보고 이것저것 다루고 책 먼지를 닦고 비나 눈이 오면 비닐을 치거나 책을 걷어들이거나 해야 하니 몸이 쉴 틈이 없어 끼니도 거르죠.

여러 해 동안 찾다찾다 못 찾다가 한 달 즈음 앞서 홍제동에 자리한 헌책방에서 한 권 찾은 <박용수-바람소리, 실천문학사(1984)> 한 권을 <책나라>에서 봅니다. 아저씨는 책값 셈할 때는 이 책이 있는 줄도 모르시기에 책을 다시 보여드리며 말씀드리며 알아보시고 시집도 80년대 초반 것은 잘 안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따지고 보면 1984년도 벌써 열일곱 해지요. 지금으로 따지면 열다섯 해도 훨씬 넘은 책이니 대여섯 해가 더 지나면 퍽 귀한 책이 되겠다 싶군요. 어느덧 제가 학생일 때 읽거나 젊은 날에 읽는 책들도 하나둘씩 `낡고 옛날 책'으로 탈바꿈해 갑니다.

새로운 책이 많이 들어오고 나가는 주기가 한 주 즈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한 주라는 주기를 가지고 찾아오면 좋은 책을 많이 찾아갈 수 있다는군요.

<신세훈-사랑 그것은 낙엽, 온누리(1984)>라는 시모음은 책이름만 보아서는 흔하디 흔한 싸구려 사랑시가 아니겠냐 싶을 수 있겠죠? 지은이를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펴낸곳이 `온누리'였기 때문에 집어들었습니다. `온누리'는 아이들 삶과 생각을 알차게 담은 시와 산문과 이야기를 책으로 알뜰하게 펴냈고 펴내는 좋은 출판사거든요. <사랑 그것은 낙엽>이라는 시모음 머리말이 좋은 이야기로 가득하네요.

이땅의 시인들은 요즘 청소년들의 부푼 가슴을 어루만져줄 위안의 시를 짓지 않고 있다. 있다면 자기 도취의 성도착 시를 지어 청소년들에게 이것이 사랑의 시니 맛 보란 듯 선보이고 있으나... 우리들의 다음 시대를 이끌어가고 새론 빛으로 창조해 갈 젊은 청소년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보호하고 도와 주어야 할 어른들에게 더욱 큰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운동도 좋고, 공부도 좋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는 특히 정서와 꿈이 메마르지 않도록 항상 정신적 윤활유를 뿌려주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예술을 통한 바른 문화 의식은 항상 인간의 교양과 균형미를 잃지 않게 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우리 삶 모습을 똑똑히 바라보고 하는 말입니다. 이런 올바른 생각으로 청소년 가슴에 안길 수 있을 시를 썼노라 하는 책이 <사랑 그것은 낙엽>입니다. 신세훈 씨는 자기 아이(맏이, 신하늘)를 가르칠 때 아이가 푸근하고 따뜻한 정서를 가지며 자랄 수 있게 하려고 유치원에 들어가기 앞서부터 `시'를 가르쳤답니다.

아이가 글자를 모르니 그냥 입으로 중얼중얼거리는 걸 옆에서 받아적고 난 뒤 몇 가지 표현만 손보면서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경험을 말로 담아내는지를 잘 갈무리해서 <하늘이와 새별이와 새해,온누리(1984)>라는 시모음도 펴냈죠. 아이들에게 `교과서나 섣부른 지식에 얽매인' 시가 아닌 자기가 살아가는 동안 보고 겪는 이야기를 시로 중얼거리게 해서 이를 받아적는 일도 아이들 교육에 무척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기와집문고'라 하여 `앞선책'이란 출판사에서 퍽 좋은 책을 냈습니다. 그 가운데 두 권을 <책나라>에서 봅니다. 하나는 돌아가신 김소운 선생이 1931년에 펴낸 <한국구전동요>를 다시 펴낸 책이고 하나는 한상수 선생이 엮은 <한국구전동화>입니다. 더우기 이 책들은 문화와 역사 값어치가 있다는 책이라면 호화양장에다가 최고급 종이를 써서 책값을 엄청나게 올리는 다른 출판사와는 달리 널리 읽을 수 있도록 작은 판크기로 펴내서 참 좋네요.

새책방에서 <조지훈-채근담>을 새롭게 가로쓰기로 바꾸어서 낸다고 하면서 책값을 무려 9800원씩이나 매긴 출판사도 있거든요. <박은식-한국통사>는 문고판으로 나왔을 때 책값이 한 권에 천 원이었으나 양장본으로 바뀐 뒤 상하 따로 이만 원씩이랍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어이가 없으니까요. `채근담'이란 책 이야기는 겉으로 그렇게 꽃처럼 꾸미라는 책이 아니고 <한국통사>라는 책도 사람들이 사서 읽기 짐스럽게 만들라 하지 않았을 텐데도...

<김소운-한국구전동요>에는 김소운 선생이 돌아가시기 앞서 있었던 일화를 하나 적습니다. 당신이 일본말로 된 어느 잡지에 당신이 이와나미 문고로 펴냈던 <한국구전동요>라는 책이 정작 그 책을 지은 자기에게는 없어서 이 책을 참고해야 할 때는 다른 누구에게 빌려서 본다는 말을 적었다는군요. 그런데 어느 일본교사가 자신이 고서점을 다니다 우연찮게 이 책을 찾아서 자기 돈으로 사서 부쳐 왔답니다. 쉰 해나 되었음에도 책이 깨끗한 상태로 있었고 낯도 이름도 모르는 이가 자기 글을 읽고 그렇게 뜻밖의 선물을 해온 일이 놀랍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적습니다.

<책나라>는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책을 많이 알고 좋아하기도 하기에 자그마한 책방이지만 책장마다 알뜰한 책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른 가슴께 높이로 놓은 책장 아래에 여러 겹으로 쌓인 책을 살짝 앞으로 옮겨 뒤편을 뒤져보면 뜻하지 않은 보물을 건질 수도 있고요. 발품을 잘 팔면 아저씨가 가끔 들여오는 전축도 싼 값으로 건질 수 있을 테고요. 이런저런 판(음반)이나 책을 찾아달라고 쪽지를 남겨도 좋긴 하지만 이렇게 하는 `수집'보다는 자기가 여러 가지 책을 하나씩 보면서 책방을 찾는 맛과 느낌을 나누는 일이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책나라>를 찾아오는 길에 외국어대 정문쪽으로 걸어가면 자그마한 <중앙서점>을 만날 수 있고 조금 더 가면 <강북종합서점>을 만날 수 있지요. 여기서 조금 더 걸어가 구름다리까지 가면 <신고서점>도 만납니다.

덧붙이는 글 | [경희대학교 앞 책나라] 02) 960-7484 / 011-304-6048 
 http://www.BookNation.co.kr
 버스길 : 38,38-2,48,134,6-1
 전철길 : 국철(1호선) 회기역에서 내려서 경희대쪽으로 걸어나가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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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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