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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눈이 푸지게 내렸습니다.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든다고 했지만 서울에서 농사지을 일은 없으니 도시에서 맞이하는 `큰눈'은 `통일'이나 `국가보안법 폐지'나 `삼성그룹 탈세 문제'나 `언론사 세무조사' 같은 굵직굵직한 일이 술술 풀린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눈이 많이 오던 날. 헌책방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눈도 함께 치워드렸습니다. 용산 <뿌리서점>에선 아저씨와 아주머니 두 분이 힘겹게 눈을 치우시길래 그냥 사진만 찍을 수 없었죠. 차양에 가득 쌓인 눈을 아래로 쓸어내리면 아래에선 눈을 뭉치로 만들어 골목 담벼락에 쌓았습니다.

독립문 <골목책방>은 바깥에 내다 놓는 책 위에 눈이 소복히 쌓여서 아주머니는 시간마다 먼지털이를 가지고 나와서 눈을 털어내십니다. 조금 비탈진 골목 안에 자리한 <숨어있는 책> 형은 책방 앞이자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길이 미끄럽지 않도록 큰 빗자루로 슥슥 눈을 치우고요.

눈이 많이 오면 다니기도 힘들고 차도 잘 못 다니는데 어찌된 일인지 헌책방엔 책손님으로 가득 붐비더군요. 눈과 함께 책을 즐기려 했을까요? 아니면 `큰 눈'이 많은 책손님을 불러들여 `주인을 기다리는 책'과 `책손님을 기다리는 책방'을 반갑게 하는 건지도 모르지요.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 하면서 책으로도 배우고 자신이 배운 앎을 즐거이 나누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좀 더 곱고 아름답게 가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 책은 새 책대로, 헌 책은 헌 책대로 제 값어치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새책방에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안타깝게 절판되거나 비매품으로만 내놓을 수밖에 없던 자그마한 책들, 지난 시절을 담아낸 옛 책들을 사람들이 애틋하게 여기며 나눌 수 있으면 좋겠고요.

덧붙이는 글 | <골목책방> 02) 313-5006
<숨어있는 책> 02) 333-1041
<공씨책방> 02) 336-3058
<뿌리서점> 02) 797-4459
<온고당> 02) 322-9313 / 02) 335-4414
<정은서점> 02) 323-3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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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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