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이번 올림픽 야구에서 최대의 명승부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예선을 포함한 한국과 일본의 두 차례 대결이 뽑히지 않을까 한다.

숨막히는 투수전이 있고, 중심타선의 폭발력이 있으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승리가 있기에 더더욱 짜릿하고 재밌는 경기라고 할 수 있었다.

27일 벌어진 한국과 일본의 결선 마지막 경기이자, 동메달을 놓고 벌인 사투에서 한국이 구대성의 역투를 바탕으로 3:1로 승리해 올림픽 첫메달을 안는 감격을 누렸다.

전날 밤 12시가 넘도록 미국과 힘든 경기를 하면서도 심판의 미숙한 판정으로 어이없게 패배를 당한 한국은 승리를 도둑맞은 허탈감과 충분한 휴식을 못하고 경기를 해야 하는 이중고로 힘든 경기를 예상케 했다. 게다가 상대는 예선전에서 한국에게 삼진 10개를 빼앗으며 9이닝을 던진 괴물 마쓰자카로 설욕을 다짐하고 있어 더 더욱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구대성이 9회 승리가 결정되는 순간까지 마운드를 굳게 지키며 이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다. 9이닝 5안타 3사사구에 삼진은 무려 11개고, 150개가 넘는 철완을 과시하며 단 1실점으로 일본타선을 막아내 이 경기 최고의 히어로로 떠올랐다.

이날 최고의 피칭을 선보인 구대성과 결승 2루타를 날린 이승엽, 승리를 견인했다는데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과정은 아주 상반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구대성은 2회 선두 나카무라에게 2루타를 맞은 단 한차례의 위기를 빼면 9회 연속 안타로 1실점 할 때까지 완벽하게 일본타선을 막아내 경기승부와 상관없이 영웅이 될 수 있었지만, 이승엽은 1회 무사 1,3루의 절대적인 득점찬스에서 삼진, 6회 1사 1,2루의 호기에서 삼진 등, 8회 마지막 타석에 들어설 때까지 3연속 삼진을 당하며 한국의 공격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어, 이날 승리하지 못하면 역적 1순위로 십자가에 매달리게 될 판이었다.

8회말 한국은 박진만의 내야안타와 이병규의 타구를 일본내야가 실책해서 얻은 2사 2,3루의 찬스에서 이승엽은 마지막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이날 한국이 얻은 3번의 찬스가 모두 이승엽 타석 앞에 걸리는 묘한 우연과 그 이승엽을 3번이나 삼진으로 잡으며 생긴 마쓰자카의 자신감이 결국 이날의 승부를 결정지었다.

볼카운트 2-3가 될 때까지 큰 스윙을 하며 팬들을 안타깝게 하던 이승엽은 다시 삼진을 잡으려고 무모하게 던진 마쓰자카의 몸쪽 직구를 정확하게 밀어쳐 좌중간을 가르는 결승 2루타를 쳐내며 자신의 십자가를 마쓰자카에게 넘겨줘 버렸다.

지루한 0의 행렬에서 일거에 2득점, 마지막 공격만을 앞둔 일본에겐 돌이킬 수 없는 점수였다. 계속된 찬스에서 김동주는 힘이 빠진 마쓰자카의 공을 우익수 앞으로 밀어쳐 3점째를 얻어내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미 9회초를 시작할 때 136개의 공을 던진 구대성이 마쓰나카와 다나카에서 연속안타를 맞으며 1실점했지만 일본의 힘은 거기까지였다.

마쓰자카라는 단단한 바위벽을 예선에 이어 무너뜨리며 한국이 다시 한번 일본에게 패배를 안기고 올림픽에서 첫메달을 따는 순간이었다.

무성한 소문과 갖가지 마음고생을 딛고 얻어낸 메달이기에 더 더욱 감격스런 모습이었다. 최선의 모습을 보인 드림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2000-09-27 14:3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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