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몰락>의 포스터

영화 <몰락>의 포스터 ⓒ Oliver Hirschbiegel Film

세계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있다. 세계대전, 나치, 유태인 학살하면 떠오르는 나라, 바로 독일이다.

그리고 독일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역사 속에서 영원한 독재자로 남아있을 히틀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현재 독일은 꾸준히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있으며 세계사적으로도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과연 히틀러는 어떠한 인물이었을까?

히틀러에 대한 많은 루머들은 아직까지도 존재한다. 당시에 발견된 시신은 조작된 것이며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설도 있고, 여장을 하고 살아남았다는 설도 있다.

히틀러가 저지른 수많은 만행들 속에서 바라보았을 때, 그는 과연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었을까?

여기에 히틀러의 비서였던 트라우들 융에의 증언으로 제작된 영화가 있다. 히틀러는 마지막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지하 벙커 속에서 무엇을 했을까?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자, 트라우들 융에. 그녀의 증언으로 제작된 영화, 올리버 히르비겔 감독의 2004년작 <몰락 : 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이다.

히틀러의 마지막 비서, 그녀의 증언으로 시작된 영화

베를린이 공격을 받고 있는 때에 '히틀러'는 새로운 비서를 뽑는다. 그 주인공이 된 사람은 젊은 나이의 여자, '트라우틀 융에'다. 그녀는 '히틀러'의 비서 역할을 하며 지하 벙커에서 나치의 마지막 시대를 지내게 된다.

어느 누가 보아도 독일의 패배가 확실한 상황에서 '히틀러'는 끝까지 독일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많은 부하들이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히틀러'를 떠나가고 그는 좌절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지하 벙커 안에서 '히틀러'는 어두운 미래 앞에서 눈물을 보인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바깥 세상과는 달리, 지하 벙커 속의 나날들은 모든 것이 느리고 어둡다. 독일의 패배를 인정하게 된 '히틀러'는 마지막으로 오랜 연인이었던 '에바 브라운'과 혼인 신고를 하고 자살을 결심한다. 뿐만 아니라, 적들이 자신을 잡지 못하도록 시신을 불태워 달라고 유언을 남긴다.

'괴벨스' 부부는 물론 수많은 '히틀러'의 추종자들은 그의 죽음 앞에서 역시 자살을 선택하고 나치는 무너진다. 그렇게 어두운 독일의 역사 중 일부가 사라지고 트라우들 융에는 그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모든 것을 후대에 전하게 된다.

개봉 당시부터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인간적인 히틀러'

영화 <몰락 : 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은 개봉 당시에 매우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다. 그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은 '과연 히틀러가 영화처럼 인간적이었나?'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좌절하는 히틀러, 눈물 흘리는 히틀러, 사랑을 하는 히틀러의 모습이 과연 받아들일 수 있는 그의 모습인가?

유태인을 학살하고 희대의 독재자로 남아있는 히틀러가 보통 사람들과 같은 감정을 가졌다는 것,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 자체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던 것이다. 누가 그를 그렇게 표현했는가? 영화는 친(親) 나치주의 감독이 만든 작품이라는 평가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그 동안에도 히틀러를 그린 영화들은 많았지만 영화 <몰락 : 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이 논란이 된 것은 목격자의 증언으로 이뤄진 영화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 목격자는 바로 히틀러의 마지막 비서였던 트라우들 융에다.

영화는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트라우들 융에의 증언 인터뷰로 시작된 영화는 그녀의 증언 인터뷰로 역시 끝을 맺는다. 영화 대부분은 그녀의 증언에서 비롯된 것이며, 영화가 그려낸 히틀러도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히틀러의 마지막 모습이다.

히틀러의 옆에서 그의 모습을 가장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을 그의 비서, 트라우들 융에. 그녀의 증언 때문에 영화는 매우 리얼한 당시의 지하 벙커를 그려내고 있다. 독일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점차 광기어린 모습을 보여주다가 결국에는 조금씩 인간적으로 무너지는 히틀러의 모습에서 관객은 쉽게 당시의 상황에 몰입할 수 있다.

 영화 <몰락 : 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 한 장면

영화 <몰락 : 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 한 장면 ⓒ 양기승


영화 <몰락>은 히틀러를 어떻게 그리려고 하는가?

그렇다면 왜 영화는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가? 히틀러는 영원한 독재자이고 유태인 학살의 주범이다. 그는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사람인가? 애초부터 스스로 히틀러의 비서로 들어간 트라우틀 융에가 본 히틀러의 모습은 그녀가 보고 싶어했던 가려진 히틀러의 모습은 아닌가?

이에 대한 논란, 이에 대한 대답은 관객의 몫이다. 영화는 철저하게 그녀의 증언으로 시작된 점을 밝히고 있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그의 마지막 생전 모습을 가까이서 본 사람은 그녀가 유일하다. 그녀가 왜곡한 것을 보았던 것인지, 올바른 것을 보았던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즉, 히틀러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는 영화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영화 <몰락 : 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에서 중요한 것은 다시금 역사를 돌이켜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히틀러가 어떤 인물로 그려지든지, 영화가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은 경악스러울 정도로 어둡고 침울하다는 것이다. 역사 속의 한 상황을 통해 그 당시의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영화 전체가 트라우들 융에의 목격으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영화 <몰락 : 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은 그녀가 없는 장소에서의 히틀러도 많이 그려내고 있다. 그의 비서였지만 융에는 모든 것을 지하 벙커에서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영화는 허구로 구성된 부분도 물론 있을 것이다.

영화가 주는 의미는 히틀러의 모습에 있는 것이 아닌, 역사적 상황 인지

어느 부분이 사실이고, 어느 부분이 허구이든지 영화를 통해 경악스러움을 느꼈다면 영화 속의 역사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다. 막연하게만 알았던 히틀러의 마지막 생전 모습에 대한 기록물이기도 한 이 영화는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이 대단하다. 절대로 느슨하지도 않은 꽉찬 긴장 상태에서 적절한 전개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히틀러가 과연 인간적인 사람이었는가?'에 대한 대답을 반드시 내릴 필요는 없다. 영화는 그의 숨겨진 다른 모습의 일부분을 비췄을 뿐이다. 영화를 보고 의아한 그의 모습에 대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도 있지만 분명 어떤 부분은 누구나 느꼈던 그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영화 <몰락 : 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은 히틀러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독일의 역사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를 볼 때, 히틀러의 삶만을 염두해두고 보지 말고 독일의 나치가 무너져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히틀러의 비서, 트라우들 융에의 삶과 또다른 이의 삶의 비교

영화가 제작되고 트라우들 융에는 생을 달리했다. 죽기 전의 그녀의 증언은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영화의 결말에 해당하는 트라우들 융에의 생존은 실화와는 차이가 있는 부분으로, 염두하고 볼 것을 권한다. 실제로 그녀는 포로로 잡혔다가 풀려난 사람으로, 영화에서처럼 그 전쟁 속에서 무사히 탈출하여 살아남은 것은 아니다.

그 당시의 트라우들 융에의 나이는 꽃다운 젊은 나이였다. 그녀는 마지막 인터뷰에서 히틀러의 비서로서, 그의 곁을 지켰다는 사실을 후회하는 듯한 여운을 남긴다. 실제로 그녀는 나치에 저항하다가 죽음을 맞이한 독일의 또다른 역사적 인물인 '소피 숄'과는 동갑이었다. 같은 나이에 누구는 히틀러에 대항하다가 죽음을 맞이했고 누구는 히틀러의 곁에 있다가 오랜 세월을 살아남은 것이다.

동시대의 같은 나이의 여성이 어떤 차이가 나는 삶을 살았는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소피 숄'의 나치 저항 이야기는 다음 [독일영화 다이어리]에서 영화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에서 다뤄질 것이다.

몰락 히틀러 독일영화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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