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포르투갈의 경기는 양 팀에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아니 이기고 싶은 경기였을 것입니다. 프랑스로서는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완전히 떨쳐버리기 위해 결승에 진출하고 싶어 했고 40년 만에 4강에 오른 포르투갈로서는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리기 위해서 프랑스를 꺾어야 했습니다.

이미 결승의 상대가 이탈리아로 확정된 이후 7월 6일 오전 4시에 벌어진 프랑스와 포르투갈과의 경기는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는 경기였습니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계속되면서 양 팀과 관중들은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했습니다.

세계의 축구팬들은 이날의 경기를 통해서 프랑스의 ‘아트 사커’가 확실히 부활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니 아트 사커의 핵심인 지네딘 지단의 부활이라고 해야 더욱 정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랑스는 비록 볼 점유율에서는 뒤졌지만 효과적인 공격을 시도했습니다.

포르투갈로서는 16강전에서 네덜란드와 무수한 경고가 남발하는 혈투를 벌였고, 8강전에서는 잉글랜드와 연장전 혈투를 벌였기 때문에 체력에 부담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선수 전원이 월드컵 사상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팀으로서 결승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전반 33분경 프랑스의 지단이 패스한 공을 앙리가 터치하고 몰고 들어가려다가 포르투갈의 수비수 히카르두 카르발류의 발끝에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게 되었습니다. 반칙이라고 하기보다는 앙리에게 행운의 넘어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포르투갈의 히카르두 골키퍼가 공의 방향은 잡았지만 키커로 나선 지단의 공이 훨씬 구석쪽으로 빠르게 들어가면서 스코어를 1-0으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포르투갈은 만회골을 넣기 위해 총 공세를 펼쳤지만, 프랑스의 수비는 의외로 탄탄했습니다.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하면서 마지막까지 동점골을 넣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아쉽게 0-1로 패해 40년만의 4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우리들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우승 이후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이어진 프랑스의 몰락(?)의 과정 속에서 수비는 그다지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원인은 한골도 넣지 못한 공격력에 있었습니다.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16강전 이후는 공력력이 뛰어난 팀들보다 수비력이 뛰어난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는 몰락했던 것이 아니라 공격에서 슬럼프를 겪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를 통과하기는 비교적 힘들었지만, 16강전 이후부터는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의 부활은 16강전이 시작되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포르투갈도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극복하고 4강에 진출하면서 첫 우승에 대한 꿈을 키웠지만 아쉽게 3· 4위전으로 밀리면서 독일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4강 진출팀들을 보면 개최국 독일을 제외하고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거나(포르투갈, 프랑스), 16강전에서 탈락한 팀(이탈리아)이라는 것이 약간 색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미 팀들이 전력상으로는 절대 뒤지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4강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것도 독특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포르투갈과 프랑스가 4강에 진출한 것이 약간 의외의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월드컵 시작 전에 그다지 주목을 받지 않던 팀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은 다른 팀들과는 달리 경계나 견제를 받지 않는 혜택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세계의 축구팬들은 1998년에 아트 사커의 화려함을 경험했고, 2002년에 아트 사커의 몰락을 지켜보았고, 2006년에 아트 사커의 부활의 과정에 동참하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6강전 이후부터 승패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실감하면서 월드컵을 관전하고 있습니다. 뚜렷한 실력의 차이보다는 그날의 컨디션(심판 포함)이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승은 단지 그 대회에서 최고로 운이 좋은 팀이라고 보아야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 한겨레, 미디어다음, 시골아이고향에도 올립니다.

2006-07-07 11:51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개인블로그, 한겨레, 미디어다음, 시골아이고향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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