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00과 유로 2004에서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포르투갈에 무너지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잉글랜드는 유로 2000 전까지 포르투갈과 특별한 경쟁관계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전까지 잉글랜드는 포르투갈에 3승 3무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잉글랜드는 중요한 대회에서 번번이 포르투갈에 패하며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이게 되었다. ‘바이킹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한 잉글랜드가 과연 포르투갈의 벽은 넘을 수 있을 것인가.

잉글랜드는 예선전부터 빈곤한 득점력 때문에 힘든 경기를 펼쳤다. 부상에서 돌아온 루니가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고, 오언마저 부상으로 빠졌다. 대표팀 선발 당시에 신데렐라처럼 등장한 17세의 월콧은 이번 월드컵에서 단 1분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또한 장신의 크라우치를 이용한 공격은 위력적이지만 단조롭다. 잉글랜드가 기록한 골 중에서 공격진이 기록한 골은 크라우치의 골이 유일하다는 것이 잉글랜드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이러한 공격진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가 우승후보로 꼽히는 것은 순전히 강력한 수비와 최강의 허리라인 덕분이다.

테리, 퍼디난드, 애슐리 콜의 수비라인은 본선진출국 중 가장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빌이 8강전에 출전가능하고, 캠벨과 캐러거가 상황에 따라 투입될 수 있는 잉글랜드는 빈곤한 득점력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수비력 덕분에 지지 않는 경기를 할 수 있었다.

현재 잉글랜드 대표팀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잉글랜드 대표팀으로 꼽히는 이유는 미드필더라인 덕분이다. 베컴, 제라드, 램파드, 조 콜이 버티는 미드필더 진은 막강하다. 4명 모두 언제든지 상대방의 심장부에 비수를 꽂을 수 있는 한방을 가지고 있다. 특히 ‘팀 가이스트’의 위력을 감안하면 베컴이나 제라드, 램파드, 조 콜의 중거리 슛 능력은 상대팀에게 있어서 재앙에 가깝다. 특히 킬러 본능을 갖춘 미드필더 진을 보유했다는 것은 세트 피스 상황에서 단 한번의 찬스에서 게임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초호화 미드필더 진은 약점이 없어 보인다. 다만 베컴, 제라드, 램파드의 역할이 비슷하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하지만 잉글랜드는 지금처럼 크라우치의 머리에 맞추는 플레이로 일관하고, 루니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면 힘든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다. 강력한 수비 덕분에 쉽게 지지는 않겠지만 이기기도 힘든 축구를 하며 우승후보로서 스타일을 계속 구기게 될 것이다.

포르투갈은 ‘유럽 속의 남미 팀’이라고 불리며 유럽에서도 드물게 기술축구를 구사하는 팀이다. 포르투갈의 황금세대는 유로 2004를 끝으로 대부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피구는 건재하고, 파울레타와 누누 고메스도 그들의 마지막 월드컵에서 모든 것을 쏟을 준비가 되어있다.

포르투갈은 앙골라, 이란, 멕시코 등 다소 쉬운 조 편성 덕분에 예선 라운드를 쉽게 운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네덜란드 전에서 이 대회 가장 흉한 장면을 연출하며 상처뿐인 승리를 안았다. 특히 플레이 메이커 데쿠와 코스티냐가 퇴장 당함으로 잉글랜드 전에 결장한다.

이처럼 포르투갈은 미드필더 진영에 전력누수가 있다. 중원의 핵심인 데쿠가 뛸 수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손실이다. 피구와 마니쉐가 버티지만 잉글랜드의 중원에 비해서 확실히 열세다. 그리고 포르투갈은 공격진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호나우두도 기대했던 만큼의 모습은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카르발류, 미겔, 발렌트, 메이라가 버티는 수비라인은 강력하진 않지만 실수가 적고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단 1실점에 그쳤을 뿐이다. 아마 지금까지 잉글랜드가 보여준 공격력이라면 포르투갈을 상대로 골을 뽑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스콜라리 감독의 11연승 행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에릭손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의 패배를 설욕해야 한다. 당시 잉글랜드는 1-0으로 앞서다가 호나우디뉴의 플레이에 무너지며 1-2로 역전패했었다. 스콜라리 감독은 2002 월드컵에서 브라질 대표팀을 이끌고, 또한 유로 2004에서도 포르투갈을 이끌고서 에릭손의 잉글랜드를 격침시켰다. 에릭손이 스콜라리에게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다. 에릭손의 잉글랜드가 스콜라리의 연승을 멈추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포르투갈과 잉글랜드는 유로 2000과 2004 대회에서 만나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앞서는 포르투갈이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연거푸 꺾으면서 쓴맛을 보여줬다. 이번에는 어떠한 승부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과연 잉글랜드가 포르투갈을 극복할 수 있을지 7월 2일 0시에 확인하자.
2006-07-01 09:53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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