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댓글
797
추기경을 비난하는 이들에게(0)
  ㅋㅋ 2004.02.03 14:56 조회 55 찬성 10 반대 0
<출처-업코리아>

걱정’이라는 손석춘 한계레신문 논설위원의 칼럼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 나라의 정신적 기둥이라 여겨져 왔던 김수환 추기경의 시국인식에 ‘민족의 내일에 심각한 걸림돌’이라는 딱지를 부쳤기 때문이다. 추기경에 대한 비난과 매도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현 정권 출범이후 쓴 소리를 할 때마다 이른바 친노세력은 엄청나게 반발했다. 그러나 ‘익명성의 그늘’이라는 사이버공간의 맹점을 이용한 유치하고 저급한 것들이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심각성의 차원이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처음으로 찾아간 신문사의 논설위원이 쓴 글이기 때문이다. 한겨레신문은 아직까지 손씨의 글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2일자 인터넷판의 ‘오늘의 논객’란에 손씨와 동일한 주장을 하는 네티즌의 글을 선정하여 손씨를 간접적으로 응원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견의 다양성은 너무도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추기경과 다른 정치적 견해를 얼마든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우리가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손씨의 논리전개의 황당함과 주장의 위험성이다. 손씨는 크게 세 가지의 결정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첫째, 핵심용어의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자가당착적 논리전개를 일삼고 있다. 손씨가 문제 삼은 대화록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 추기경=한 리서치를 보니까,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나라로 미국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미국이 주적(主敵)이 됐습니다. 한 장군에게 들었는데 군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병도 있다고 합니다. 반미친북 세력이 커져가는 게 사실입니다.
▽ 김영춘 의원=그 리서치 결과는 북핵 문제에 대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극우파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생각합니다.
▽ 추기경=부시 대통령에 대해선 나도 이의가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요즘 감정적 반미가 많아졌습니다. 반미친북으로 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 신기남 의원=시대 상황에 따라 자주적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추기경=전체적 경향이 그런 식으로 이끌어지면 우리 미래는 어떻게 되나 걱정됩니다.

추기경이 언급한 것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월 5일 전국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조사에서 “우리나라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미국(39%)이라는 응답이 북한(33%)을 앞질렀던 결과를 말한다. 손씨는 조선일보가 이를 “미국이 한국의 주적이란 말인가”라고 왜곡했으며, 추기경이 이를 확대재생산했다는 것이다.

먼저 손씨에게 묻고자 한다. ‘자국의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와 ‘주적’이 어떻게 다른가? 그것이 ‘논리의 비약이고 감정적 선동’인가? 여기서 비전문가인 손씨를 위해 적 개념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통상 군사학에서 적이라 함은 국가의 존립, 안전보장, 자주권 행사, 번영과 발전 등 국가이익에 심대한 위협이 되는 대상, 또는 이들을 지원하거나 동조하는 세력으로 규정된다. 따라서 ‘자국의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를 ‘주적’이라 칭하는 것은 결코 사실왜곡이 아니다. 손씨는 ‘추기경 뒤에 숨은 저 골리앗을 보라’는 2일자 오마이뉴스 반박칼럼에서 자신이 추기경의 정치적 발언을 민족의 내일에 심각한 걸림돌이라 했는데 조선, 중앙일보가 추기경을 걸림돌이라고 보도하는 악의적 사실왜곡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정도가 악의적 사실왜곡이라면, ‘자국의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를 ‘주적’으로 이해한 것을 사실왜곡, 논리비약, 감정적 선동으로 매도한 것은 무엇인가? 무식의 자랑인가?

둘째, 추기경 말씀의 큰 흐름을 읽지 않고 말꼬투리를 잡아 조선일보의 사설과 오버랩(overlap)시킴으로써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 위의 대화록을 읽어보면 알 수 있지만, 추기경이 우려한 것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반미친북성향이다. ‘미국=주적’은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말이다. 따라서 문맥(context)상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문장이다.

백번 양보하여 자국의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가 주적이 아니라 치자.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사소한 실수를 가지고 추기경과 같은 사회원로의 발언을 ‘민족의 내일에 심각한 걸림돌’이라 낙인찍을 수 있는가. 특히 우리 사회 일부에서 존재하는 안티조선 정서를 교묘히 활용하여 ‘추기경 발언=조선일보 주장=수구’라는 등식을 연출하고 있는 것은 다분히 악의적이다. 이는 권위주의의 타파가 아니라 모든 권위를 부정, 타파하고자 하는 좌익 맹동주의에 다름 아니다.

셋째, 미국의 북폭을 막기 위해 반미운동이 지금보다 더 퍼져가야 한다는 주장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아니 국제정치의 현실에 대한 놀라운 수준의 무지와 무감각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은 국제정치계의 정설이다. 첫째, 주한미군 병력이 평택과 오산으로 모두 이동한다 해도 수도권에 상주하는 10만여명의 미국 민간인들이 북한 장사정포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모두 반대하기 때문이다. 셋째, 자국민의 인명피해와 주변국들과의 관계악화를 상쇄시킬만한 경제적 이익 또한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석유 매장량 세계 2위인 이라크와 북한은 다르다.

그러나 반미운동의 결과,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미국계 기업인들이 떠나간 한국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금보다 북폭에 따른 부담이 줄어든다. 동맹국도 아닌 한국을 위해 북한의 핵 게임에 인내심을 갖고 대할 이유도 없어진다. 결국 손씨의 주장대로 되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진다.

손씨 주장의 문제점 나열은 이 정도면 족할 것이다. 그런데 손씨의 이번 글이 문제투성이인 것만은 아니다. 나름의 ‘긍정적’ 의미도 있다. 바로 자신이 반미친북주의자임을 솔직히 밝힌 점이다. 이제껏 이 땅의 대다수 좌파들은 떳떳하지 못했다. 자신의 최종적 지향점을 은폐한 채 진보, 개혁, 자주라는 애매한 말로 스스로를 정당화, 합리화시키면서 자신들을 향한 비판을 매카시즘에 입각한 부당한 탄압이라 치부해 왔다. 이런 점에서 손씨는 ‘비겁한 좌파’들과 질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이 땅의 좌파들이 손씨의 모범을 따라 당당한 정체성 선언을 할 것을 권유한다. 한겨레신문도 자사 논설위원이 친 ‘사고’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뚜렷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군사독재시대처럼 잡혀갈 염려도 없다. 뿐만 아니다. 자신들이 그리는 세상에 대해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을 것인지, 북한과의 통일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 그리고 나서 당당하게 대중을 획득하라. 민주노동당 인사들이 열린우리당계 논객보다 도덕적으로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사회주의라는 뚜렷한 깃발을 들고 대중을 획득하려는 진지한 자세가 있기 때문이다.

신지호 논설위원

  제목 이름 입력일시 찬성 반대 조회
798
노짱만세
02.03 15:02
2
0
17
797
ㅋㅋ
02.03 14:56
10
0
55
796
비판하면아가리거품
02.03 14:49
3
0
12
795
ㅋㅋ
02.03 14:48
7
0
43
794
이제는
02.03 14:37
3
0
26
793
가관이군
02.03 14:24
15
0
100
792
02.03 14:19
3
8
50
791
유대영
02.03 14:19
9
0
52
790
이게 사실이라면
02.03 14:17
13
0
68
789
가짜신부
02.03 14:14
4
0
37
788
박수또박수
02.03 14:12
8
1
50
787
남자의 눈물
02.03 14:12
4
1
30
786
우낀다
02.03 14:10
0
10
56
785
허허
02.03 14:08
19
1
49
784
유어뉴스
02.03 14:08
4
1
24
783
사람의 자식
02.03 14:07
3
0
24
782
안티손석춘
02.03 14:04
10
2
39
781
손석춘=조갑제
02.03 14:01
9
1
55
780
싹수
02.03 14:00
3
2
15
779
벌침
02.03 13:56
3
1
32